한반도문제 소, 2개 정부 "현실 인정"|이즈베스티야지 논문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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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소 국교수립을 주장하는 논문이 최근 소련정부기관지에 한 연구원의 명의로 발표된 것은 그의 비공식적 형식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추측과 기대를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지난달 소련공산당의 해외홍보용 잡지 노브이 미르에 처음으로 한반도 긴장완화 및 통일에 관한 소련측 방안이 발표된 데 이어 이 논문이 나온 것은 소련이 한반도의 냉전 구조적 상황을「신사고」의 연장선에서 보기 시작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소련은 최근 새로운 한반도정책의 기본골격을 정립했으며 이의 운용방향을 세부적으로 보완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논문을 통해서 소련이 한반도를 보는 시각변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남한정부가 이미 40여년 이상 존재해오고 있다』는「현실 인정론」이다.
이는 전술적으로 연방제안을 제안함으로써 남한을 인정하는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으나 철저하게 「현실인정」을 배제하는 북한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북한은 지난해 9월 헝가리가 한국과 국교관계를 수립한데 대해 사회주의 국제주의와 혁명대의를 저버린 것으로 집요하게 비난해오고 있다.
북한이 최근까지 헝가리에 대한 비난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북한의 국제적 지위를 보장해온 소련과 중국이 비록 한국과의 사이에 경제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묵인하더라도 정치적으로는 이탈을 예방하려는데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소련으로서는「신사고」에 의한 지구적 규모의 새로운 질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북한에 발목이 잡혀 한반도를 예외적으로 냉전시대의 유제로 남겨둘 수는 없는 실정이다.
그것은 소련에 있어 개혁논리의 일관성에 위배될 뿐 아니라 시베리아개발 및 태평양지역에로의 진출에 있어 오히려 적극적으로 평화구조로 전환되어야 할 과제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한편 소련은 4일 외교부대변인의 성명에서처럼 이 같은 현실인정에 기초한 대한반도정책변화를 현 단계에서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있다.
그러나 소련은 장기적인 정책운용을 급격하게 제기함으로써 불필요하게 북한의 반발을 자극하기보다는 소련의 영향력과 현상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반도 문제에 서서히 접근해 나갈 것이다. <전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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