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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銀 37개社 자본금 까먹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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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상호저축은행(옛 상호신용금고) 가운데 적어도 37개사가 자본금을 일부 또는 전부 까먹어 부실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날까지 금감원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1백3개 저축은행 가운데 37개사가 자본잠식인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 12개 저축은행이 감사보고서를 내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자본잠식 업체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본잠식이란 주주들이 낸 자본금으로 회사를 세우고 영업을 한 결과 손실이 생겨 자본금을 까먹은 상태를 말한다.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려면 이익을 내서 부실을 메우거나 주주들이 갖고 있는 주식을 없애는 감자(減資)를 실시해야 한다.

감사보고서 제출업체 가운데 4개사는 자본금을 완전히 까먹은 상태여서 대주주가 추가로 자본금을 내놓는 증자를 하지 않으면 경영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증권거래소에 상장되거나 코스닥시장에 등록한 업체 중에는 한솔저축은행 등 5개사가 자본잠식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솔저축은행은 이달 말 3대 1의 비율로 감자를 실시해 자본금을 6백92억원에서 2백31억원으로 줄일 예정이다. 으뜸저축은행은 2년 연속 자본금의 50%를 까먹은 것으로 나타나 코스닥시장에서 등록취소 결정을 받았다.

저축은행들의 경영이 급속히 악화된 것은 주고객층인 서민과 영세 상공인들이 경기침체로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3백만원 이하 소액 신용대출의 연체율은 지난 6월 말 40.5%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재무상태를 개선하려면 증자를 실시해야 하지만 대주주들이 대부분 법인이 아닌 개인이어서 자금력이 충분치 않다"며 "경기가 좋아져 영업이 호전되기를 바라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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