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만의 젖줄」5대강이 죽어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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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녹색으로 변해버린 강물에서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퀴퀴한 악취가 코를 찌른다. 물밑을 들여다봐도 이끼 같은 것이 온통 물 속에 풀려있고 그나마 1m정도깊이는 보이지도 않는다.
대청호반 곳곳에 산재한 가두리 양식장 주변은 각종 물고기사료 찌꺼기가 녹색 빛 물에 뒤섞여 썩어가고 있었다. 작은 기포가 쉴새없이 수면위로 치솟고 있는 모습이 마치 물이 끓기 시작할 때를 연상케 한다.
부영양화현상으로 물이 부패해 가는 대청호주변.
영동군 금강유원지 주변도 오염으로 신음하고 있다.
천막촌 휴게소 뒤편 금강변 마다 먹다 남은 음식찌꺼기와 각종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무더운 날씨에 악취를 내며 썩고있다.
휴게소들마다 손님들이 먹다 남긴 음식 등을 마구 강으로 버리는 바람에 강가쪽 물 흐림이 느린 곳에는 아예 쓰레기가 수면을 온통 뒤덮을 정도였다.
맑은 금강은 이제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 지경으로 변해가고 있다.
전북 장수에서 발원되는 금강은 영동·옥천을 지나면서 각종 폐수로 중병증세를 나타내는 것이다.
영동·옥천 지방에서 쏟아지는 하수와 폐수는 하루 7만∼8만t정도.
이 때문에 옥천읍 일대의 금강물도 용존산소량(DO)이 10.4PPM까지 치솟아 1년 새 0. 4PPM이나 높아졌으며 BOD(생화학적 산소 요구량)도 1.8PPM으로, COD는 1.6PPM으로 나타나 정수를 해야만 마실 수 있는 2급 원수로 떨어졌다.
대청댐상류 2㎞쯤부터는 푸른 강물이 점차 변하기 시작해 댐 근처에 오면 아예 녹색으로 변해버릴 만큼 심한 부패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대청댐주변에 23개나 있는 가두리 양식장에 투입되는 사료와 물고기들의 배설물은 금강의 생명을 조여 가는 주범으로 등장했다.
양식장에서 하루 사용하는 사료량은 12t. 하루 내뿜는 오염부화량만도 인 1백60㎏, 질소 54㎏으로 이는 사람인분 20만명분에 해당되는 양을 정화 않고 방류하는 셈이 된다.
환경전문가들은 대청호를 중심으로 한 금강상류일대에 부영양화현상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있어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4∼5년내 식수로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밖에 금강유원지 등 강을 따라 산재한 1백여개의 천막촌휴게소들에서 쏟아져 나오는 하루 2·5t 정도의 쓰레기와 음식찌꺼기도 강물오염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으로 만신창이가 된 금강은 청주의 하수로 뒤범벅이 된 미호천을 만나면서 농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을 만큼 죽음의 강이 되고 만다.
청주시를 가로지른 무심천은 오염이 극에 달한다. BOD는 48.2PPM.
무심천하류에서 농사를 짓는 오연식씨(65)는『농사지을 물이 없어 할 수 없이 무심천 물을 1㎞나 끌어다 쓰는 바람에 미질도 형편없고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병 때문에 자주 고생한다』고 말했다.
미호천은 하루 청주시에서 쏟아내는 7만t의 각종 오수를 싣고 오는 무심천과 합세하면서BOD 4백PPM으로 기준치를 10배나 초과하는 죽음의 물로 변했다.
금강이 갑천과 만나는 지점도 금강 3백96㎞구간 중 오염이 심한 곳 중의 한 부분이다.
대전공단을 비롯한 갑천주변 1백여개 업체에서 흘려보내는 하루 3만여t의 산업폐수와 대전시민의 생활하수가 갑천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갑천은 차라리 거대한 하수구라 표현하는 것이 더 나을 정도다.
갑천이 금강과 만나는 논산군 구즉면 금고리 일대의 금강 오염도는 BOD 3.2PPM으로 환경기준치 1∼3PPM을 초과하고 있다. 물이 오염되면서 금강의 명물인 기러기 등 철새들도 발길을 끊어버렸으며 하류지방의 명물 강경메기탕의 얼큰한 맛도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금고리에서 좀더 하류인 부여 백마강과 세도나루터를 지나면 BOD가 4∼5PPM까지 치솟아 강물은 혼탁해지고 온갖 거품으로 가득한 금강 물굽이가 강경·논산 벌판을 신음하며 흐른다.<청주=김현수기자·대전=김현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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