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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까지 안 바꾸면 큰 재앙” PBF 2019

중앙일보

입력

재난영화 '투모로우'는 기후변화의 위기를 담고 있다. [영화 캡처]

재난영화 '투모로우'는 기후변화의 위기를 담고 있다. [영화 캡처]

“미래세대의 미래는 있는가?”

 1970년 12월31일이었던 생태환경 초과일이 올해는 7월29일로 앞당겨졌다. 이는 인간이 식량과 에너지, 자정능력 등 지구가 제공하는 1년 치 생태자원을 모두 써버린 날짜를 뜻한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한국은 4월10일로 일본(5월13일), 중국(6월14일)보다 빠르다. 한국인이 현재의 생활방식을 유지하려면 3.7개의 지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대로 간다면 지금의 아이들에게 건강한 지구를 그대로 물려줄 수 없지 않을까?

16~19일 Peace BAR Festival 2019 #반기문·보코바 등 글로벌 리더 참여 #던롭·와담스 등 기후변화 석학도

 미래세대를 위한 미래 준비는 바로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후변화로 대표되는 지구의 실존적 위협을 해결하기 위해 세계의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16~19일 서울에서 열리는 ‘Peace BAR Festival 2019(PBF 2019)’에서다. 이 행사는 38회 세계평화의 날(9월21일)을 기념해 매년 경희대가 주최하고 있다.

세계평화의 날

1981년 7월 코스타리카 수도 산호세에서는 세계대학총창회(IAUP) 회의가 열렸다. 당시 의장이던 경희대 설립자 조영식 박사는 ‘세계평화의 날’ 제정을 제안했다. 조 박사는 코스타리카의 카라조 오디오 대통령을 통해 이 안건을 UN에 제출했고, 같은 해 11월 36차 UN 총회에서 채택됐다. 이듬해인 1982년부터 9월 셋째 주 화요일을 세계평화의 날(2001년부터 9월21일로 고정)로 기념하기 시작했고 1986년을 ‘세계평화의 해’로 지정했다.

 올해 주제는 ‘기후재앙과 진실의 정치-미래세대에 미래는 있는가’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이리나 보코바 경희대 미원석좌교수(전 유네스코 사무총장), 기후변화 석학인 피터 와담스 케임브리지대 교수, 로마클럽 회원인 이안 던롭 박사 등이 참석한다.

Peace BAR 2019

 경희대는 1982년부터 세계평화의 날을 기념하는 국제학술회의를 열어왔다. 이 회의가 2004년부터 PBF로 확대됐다. PBF의 BAR은 ‘정신적으로 아름답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우며, 인간적으로 보람 있는(spiritually Beautiful, materially Affluent, humanly Rewarding)’ 지구공동사회를 함께 만들자는 뜻을 담고 있다.

 특해 올해 ‘PBF 2019’에선 기후재앙의 실존적 위협을 다룬다. 지금의 재앙 국면을 초래한 세계사, 기후사, 문명사를 살펴보며 미래세대를 위한 담론과 정치적 해결책을 찾는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세계 지성과 시민사회가 함께 연대해 대응하고, 기성세대와 미래세대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목표다.

 18일 오후 3시 평화의 전당 로비에서 열리는 ‘피스 바 포럼’은 ‘Save the Earth, Make the Future’가 주제다. 피터 와담스 교수와 이안 던롭 로마클럽 회원, 학생 기획단이 패널로 나선다. 포럼을 통해 석학과 미래세대인 학생들이 함께 기후위기를 심층 진단하고, 인류문명에 미치는 파급과 미래세대의 대응방안을 찾는다.

세계적 지식인 한 자리에

 19일 오전 10시 30분부터는 세계평화의 날 기념식과 원탁회의가 진행된다. 기념식은 UN 세계평화의 날 제정 배경과 의미에 대한 소개 영상 상영으로 시작한다. 이리나 보코바 석좌교수의 축하 메시지와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의 기념사, 경희대 음악대학의 축하공연이 이어진다.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는 ‘기후재앙과 진실의 정치-미래세대에 미래는 있는가’를 주제로 원탁회의가 개최된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 피터 와담스 교수, 이안 던롭 회원이 기조발제 후 원탁회의가 진행된다. 회의에는 이리나 보코바 석좌교수를 좌장으로 기조 발제자 3명과 조인원 이사장이 함께한다. 아울러 국내외 석학과 정치인, 실천가가 한자리에 모여 열린 대화를 나눈다.

 특별 전시회도 열린다. ‘PBF 2019’ 기간 동안 평화의 전당에서는 ‘Dear Amazon: 인류세 2019’가 개최된다. 브라질과 한국의 예술가들이 ‘생태학적 상상’으로 인류세 문제를 이야기하는 전시회이다. 일민미술관이 기획한 이번 전시는 드로잉, 설치, 퍼포먼스 등을 통해 현시대 상황과 미래를 전망하는 ‘Dear Amazon’과 다양한 활동으로 기후변화를 인식하는 ‘라운지 프로젝트’, 인류세 주제의 영상 작품을 선보이는 ‘스크리닝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이 전시는 모두 무료다.

기후변화 얼마나 큰 위기인가

 기후변화는 커다란 재앙을 예고하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2020년까지 경로를 바꾸지 않으면 기후 재앙을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안 던롭 박사도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는 인류 문명에 즉각적인 위험이다, 최악의 결과를 피하려면 긴급조치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 여름 전 세계는 이상기후로 열병을 앓았다. 프랑스에선 한낮의 기온이 45.9도까지 치솟는가 하면, 멕시코에선 한여름 대낮에 갑자기 우박이 떨어졌다. 서울도 이전보다 폭염일수가 늘고 있다. 1980년대 8.2일에서 2010년대 15.6일로 90% 증가했다. 지금과 같은 지구 온난화 현상이 계속된다면 미래의 한국인들은 7~8월의 한낮엔 외부활동을 못할 수도 있다.

 산불이 증가하는 것도 기후변화의 영향이 크다. 올해 첫날 발생한 강원도 양양의 산불은 임야 20㏊를 태웠다. 지난해 미국과 스웨덴, 그리스에서도 대규모 산불이 발생해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2도 상승하면 북극 빙하 녹아 

그린란드 빙하가 녹으면서 물 위에서 썰매를 타는 모습. [STEFFEN M. OLSEN]

그린란드 빙하가 녹으면서 물 위에서 썰매를 타는 모습. [STEFFEN M. OLSEN]

 미국 콜럼비아대 기후학자 파크 윌리암스 교수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산불규모는 1970년에 비해 8배나 커졌고, 피해 면적은 500%나 급증했다. 그는 산불이 커진 원인을 기후변화에서 찾는다. “온난화가 지표면을 건조시켜 산불이 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산불은 다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켜 온실효과를 더욱 촉진한다”는 설명이다.

 지금보다 1.6도 오르면 생물의 18%가 멸종하고 2도 상승하면 북극의 바다 위에 떠 있는 빙하(해빙)이 사라진다. 여기서 6도가 더 오르면 전 생물종의 90%가 없어진다.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 피터 브래넌은 『대멸종 연대기』라나 책에서 “인류의 파괴적인 행동으로 100년 안에 6번째 대멸종이 올 수도 있다. 이때 생명종의 70%가 멸종될 것으로 예상 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현재의 지구는 이미 뜨거워진 상태다. 산업혁명기를 기준으로 1도 가량 높다. 국립기상과학원장을 지낸 대기과학자 조천호 박사는 『파란하늘 빨간지구』에서 “지난 500만년 동안 지구의 기온은 산업혁명기 바로 이전보다 2도 이상 따뜻해 본 적이 없다”며 “이는 인류가 2도 이상 온난화 된 상태에서 생존해본 경험이 없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어른이 아이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

기후변화를 위한 인류의 적극적 행동을 촉구하는 청소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

기후변화를 위한 인류의 적극적 행동을 촉구하는 청소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

 이 때문에 2015년 파리 기후협약에선 지구의 온도를 산업혁명기와 비교해 2도 아래로 묶어 두도록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현재보다 1도 이상 더 오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주도로 미국이 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면서 다른 나라들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수 국가들이 당초 약속했던 탄소 저감량의 절반만 이행할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행동하지 않으면 아나 된다. 특히 미래의 지구를 위한 미래세대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의 말이 대표적이다. “당신들은 자녀를 가장 사랑한다 말하지만,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모습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 <2018년 12월 24차 UN 기후협약 당사국총회>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http://www.innovationlab.co.kr/project/pb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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