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파이프에 끓는 물까지…포항시민 분노 키운 건설노조 포스코 점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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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 조합원들의 포스코 본사 점거 6일째인 18일, 포항 시민들이 포스코 본사 정문 앞에서 파업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포항=조문규 기자

포항지역 건설노조원들의 포스코 본사 점거가 6일째 이어지고 있다. 세계 4위 철강업체인 포스코는 본사 업무 마비와 제철소 설비 공사 중단 등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정부가 18일 '엄정 대처'를 강조하는 관계장관 공동 성명을 발표했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왜 발생했나=포스코 본사 점거는 포항제철소 내 24곳의 공사장에서 일하는 2500여 명의 포항지역 건설노조원과 사용자인 전문건설협회 등 건설사 사이의 임단협이 결렬돼 파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발생했다. 건설노조는 지난 4월 사용자 측에 임금 15% 인상과 임금 삭감 없는 주5일제 시행 등을 요구하며 교섭을 벌였으나 진척이 없자 쟁의조정신청을 거쳐 지난달 29일 파업을 시작했다. 이때까지는 건설사와 노조 사이의 문제였다.

그러나 지난 11일 포스코가 노조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면서 긴장이 높아졌다. 13일 포항의 다른 지역에서 일하는 노조원 1000여 명이 합세해 포항제철소 정문에서 농성을 벌이던 이들은 갑자기 8차로 맞은편에 있는 본사 건물로 몰려갔다. 20여 명의 포스코 경비 직원이 이들을 저지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건물을 점거한 노조원들은 직원 600여 명을 붙잡아두다 이날 밤 자정쯤 풀어줬다.

?정부는 뭘 했나=건설노조의 이번 파업과 점거 농성은 모두가 불법이다. 건설노조는 기계분야와 목공.철공 분야로 나눠 전문건설업체들과 교섭 중이었다. 목공.철공 분야는 사측이 교섭에 응하지 않자 대구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사측에 교섭을 진행토록 행정지도결정을 내렸지만, 노조는 이를 무시하고 6월 24일 불법파업에 들어갔다. 포스코가 노조를 업무방해로 고발한 11일 이후 경찰이 적절한 조치만 취했어도 건물 점거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건설노조원들이 협상 당사자가 아닌 포스코를 점거한 것은 불법이다. 노조 측은 "포스코건설이 전문건설업체에 하청을 줬고, 포스코건설은 포스코의 자회사이기 때문에 결국 포스코가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건설노조가) 협상 상대가 아닌 포스코에 들어가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 달라는 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하청업체 노조와 직접 협상할 필요도 없고, 자격도 없다는 의미다. 건설노조가 포스코를 점거한 뒤 경찰에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끓는 물을 끼얹는 등 폭력사태를 빚은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다.

정부는 노조원들이 포스코 본사 건물에 진입한 지 이틀 뒤인 15일 새벽 경찰을 투입했으나 실패했다. 18일 오후 현재 건물 내부에서 노조원들과 경찰이 대치 중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불법점거 중인 노조원을 강제로 해산시키거나 노조와 전문건설업체의 교섭을 주선하는 것이다. 대구지방노동청은 "점거농성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교섭 주선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공권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앞으로 원.하청 업체 간 분규가 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적 손실은=포항제철소의 생산 및 출하에는 차질이 없다. 본사 건물이 제철소 밖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철소 내 공사 현장이 모두 중단됨에 따라 하루 100억원으로 추정되는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회사 측은 특히 철광석과 석탄 등의 원료를 중간 가공을 하지 않고 바로 고로에 집어넣는 기술인 파이넥스 공정의 건설이 중단된 것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본사 건물이 마비된 데 따른 피해도 상당하다. 직원들이 제철소 내 연구소 등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전산망이 부족하고 개인 컴퓨터에 있는 자료에 접근할 수 없어 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다.

김기찬.나현철 기자<wolsu@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포스코 사태는 …

▶누가 점거했나=포항지역 건설노조원(3500여 명 진입해 현재 1500여 명 잔류)

▶왜 시작됐나="포스코가 대체 인력을 투입해 파업을 방해해서"(건설노조)

"사용자인 건설사와 협상이 안 되자 포스코의 개입을 유도하기 위해"(포스코)

▶포스코 입장="명분도 없고 불법. 노조는 즉시 철수해야."

▶불법 여부=파업: 노동 당국 행정지도를 어긴 불법, 건물 점거: 불법

▶정부는 뭘 했나=건설노조 불법 파업기간 중 조치 취하지 않음, 포스코 건물 점거 뒤 경찰 투입했으나 실패, 18일 관계장관 담화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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