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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투자사 대표 “조국 5촌 조카에게 10억 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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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검찰이 웰스씨앤티 최모(54) 대표가 횡령한 돈이 조국(54)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모(36)씨에게 흘러간 정황을 확보하고 사모펀드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5촌 조카, 5억만 대표에게 반환 #검찰은 남은 5억 어디 갔나 추적 #조카, 청문회 2주 전 대표와 통화 #“조 후보자가 같이 낙마할 상황 #이거는 같이 죽는 케이스다”

조씨는 조 장관 일가가 투자한 펀드인 블루코어밸류업1호와 이 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를 통해 웰스씨앤티에 23억원가량을 투자해 회사 지분을 챙기면서도 투자금을 다시 돌려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조씨가 이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1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고형곤)는 이날 오전 최 대표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전날 최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실질심사는 11일이다. 이미 구속영장을 청구한 피의자의 자택을 이례적으로 압수수색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조 장관의 5촌 조카가 최 대표로부터 받은 돈을 어디로 빼돌렸는지 확인하려는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웰스씨앤티로 흘러간 돈 23억원 중 일부의 행방이 묘연하다. 최 대표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조씨가 투자금으로 사용하겠다고 해서 10억원을 줬고, 이 중 5억원은 반환받았다”면서 “조씨에게 남은 돈도 돌려달라고 수차례 재촉했지만 그는 끝까지 돈을 어디에 썼는지 말하지 않고 해외로 출국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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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최근 코링크PE 핵심 관계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웰스씨앤티 관련 투자는 조 장관의 5촌 조카인 조씨가 담당했고, 조씨가 최 대표로부터 개인적으로 돈을 받은 것으로 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웰스씨앤티는 투자받은 총금액 23억8000여만원 중 5000만원만을 회사 운영에 썼고 13억원은 코링크PE가 코스닥 상장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진 ‘익성’의 자회사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데 사용했다. 검찰은 최 대표가 남은 투자금 10억3000만원을 수표와 현금 등으로 인출한 계좌 내역과 진술 등을 확보해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이 돈 중 10억원이 조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수사가 본격화되기 전 해외로 출국한 조 장관의 5촌 조카가 귀국하는 대로 빼돌린 자금의 용처 등을 조사할 전망이다. 코링크PE 관계자에 따르면 조씨는 12일 전에 귀국하겠다고 했지만 최근 수사망이 좁혀오자 연락이 두절됐다고 한다.

조씨는 조 장관의 인사청문회 일정이 난항을 겪던 지난달 25일 최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말 맞추기’를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자유한국당 유민봉 의원실이 확보한 녹취록 일부에 따르면 조씨는 최 대표에게 웰스씨앤티 자금 흐름을 언급하며 “이거는 같이 죽는 케이스다”며 “정말 조 후보자가 같이 낙마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조씨는 조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당시 정부가 추진한 배터리 산업 육성이 코링크PE·익성이 추진하던 2차전지 사업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조씨는 “코링크에서 (돈을) 대여해서 이렇게 했는데 자금 출처가 나오면 난리 난다”며 “정부에서 배터리 육성 정책을 했다고 완벽하게 정황이 인정되는 상황이 오면 전부 이해충돌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씨가 이렇게 말하게 된 경위를 추적하고 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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