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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檢 통제장치 없다"···취임사 5분간 "검찰개혁" 9번 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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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조 장관은 이 자리에서 ’법무부의 검찰에 대한 적절한 인사권 행사, 검찰 개혁의 법제화, 국민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통제 등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독기능을 실질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조 장관은 이 자리에서 ’법무부의 검찰에 대한 적절한 인사권 행사, 검찰 개혁의 법제화, 국민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통제 등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독기능을 실질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조국(54) 법무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검찰 권한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대한 국회 입법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조 장관의 가족은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9일 오후 법무부 과천청사 7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조 장관의 취임식은 간소했다. 취임식이 열린 법무부 청사 대회의실은 공간이 협소해 참석자들은 서서 취임사를 들어야 했다.

“되돌릴 수 없는 검찰개혁 완수 #법무부의 감독기능 실질화할 것” #법무부, 대검 간부는 초청 안해 #박상기는 “오만한 검찰” 이임사

조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검찰 권력은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도적 통제 장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5분 남짓한 취임사에서 ‘검찰개혁’이라는 말을 아홉 번 반복했다. 조 장관은 취임사를 하는 내내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조 장관은 검찰개혁의 방향성과 방법에 대한 생각도 일부 내비쳤다. 그는 “검찰은 수사를 하고 법무부는 법무부의 일을 하면 된다”면서도 “법무부의 검찰에 대한 적절한 인사권 행사, 검찰 개혁의 법제화, 국민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통제 등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독 기능을 실질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과거 저서 『진보집권플랜』을 통해 “검찰개혁과 관련해 법무부 장관이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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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일가족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자녀입시 부정 등 각종 의혹으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조 장관은 “개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막중한 소임을 맡게 됐다”며 “허물과 책임을 짊어지고 가겠다.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것은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던 법무·검찰 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식이 끝나고 이성윤 검찰국장, 김후곤 기획조정실장 등 법무부 간부 및 다른 직원들과 한 명씩 악수했다. 조 장관은 법무부 직원들과 악수하면서 “많이 도와주십시오” “잘 부탁합니다” 등의 인사를 건넸다.

취재진이 “장관 취임만으로 검찰 수사에 압박이 된다는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조 장관은 “공정하게 처리되리라 생각한다”고 답하고 장관 집무실로 들어갔다.

한편 이날 법무부 취임식 자리에 현재 조 장관 주변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 간부들을 부르지 않았다. 취임식 참석자 중 법무부 소속이 아닌 검찰 측 검사장급 인사는 김영대 서울고검장이 유일했다. 검찰은 “참석 대상은 통상적으로 법무부가 선정해 왔다”며 관례에 따랐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참석하지 않은 데 대해선 “법무부 장관 취임식엔 검찰총장이 참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취임식을 조촐하게 치르겠다는 장관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고 했다. 하지만 조 장관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양측 모두 오해를 살 수 있는 접촉을 피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조 장관 취임식보다 1시간30분 앞서 열린 박상기(67) 장관의 이임식엔 강남일 대검 차장과 김영대 서울고검장,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이 참석했다.

박 전 장관은 후임자인 조 장관에게 힘을 실어 주려는 듯 검찰 수사에 날선 발언으로 해석될 말들을 쏟아냈다. 박 전 장관은 이날 이임사에서 “법무 검찰은 국민을 위한 정부조직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국민을 지도하고 명령하는 기관이 아니라 국민을 위하여 봉사하는 기관이라는 겸손한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오만한 정부조직이 국민의 신뢰를 받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 전 장관은 검찰의 수사권과 관련해서도 “검찰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공정한 공소권 행사기관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며 “수사권과 공소권의 중첩은 무리한 기소를 심리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무리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박 전 장관은 이와 함께 현재 여권에서 조 후보자 수사와 관련해 검찰을 비판하는 ‘피의사실 공표’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전 장관은 “수사과정에서 피의사실 공표, 포토라인 설정, 심야조사 등의 문제점은 인권의 관점에서 하루속히 개선돼야 한다”며 “제도나 직무수행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국민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를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선 “현재 가족이 수사 대상자인 조 장관이 할 수 없는 말을 대신해준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정진호·신혜연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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