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조직에 카드·계좌 준 중증장애인…"수술비 마련하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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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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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조직에 자신의 금융 정보를 넘겨 준 뇌성마비 장애인이 경찰에 입건됐다. 피의자는 "보이스피싱 업체에 속아 체크카드를 넘겨준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 7월 말 자신의 계좌로 들어온 돈 500만원을 인출하려다가 '거래 정지' 처분을 받았다. A씨에 따르면 수술비 마련이 급했던 그는 '대출 요건이 완화돼 대출이 가능하다'는 문자를 받고 바로 업체에 연락했다. 업체 측에서 "정상계좌인지 확인하기 위해 체크카드를 보내달라"는 말에 자신의 카드도 바로 보냈다. 해당 체크카드에는 500만원이 입금됐지만 인출은 불가능했다. 이 돈은 보이스피싱 일당이 다른 피해자로부터 가로챈 돈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피해자의 신고로 A씨의 계좌는 정지됐다.

지난 8월에도 A씨는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1500만원을 현금으로 바꿔 전달하려고 하다 은행 직원의 도움으로 경찰에 신고할 수 있었다. 당시 보이스피싱 일당은 "대출을 받으려면 실적이 있어야 하는데, 계좌로 1500만원을 보낼테니 수표로 뽑아서 40분 뒤 현금으로 바꾼 뒤 입금하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A씨는 자기 명의의 체크카드를 타인에게 빌려준 혐의와 보이스피싱 피해 자금을 인출하려 한 혐의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 구로경찰서 관계자는 "정확한 사실 관계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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