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긍심 찾기 동국인 대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추적추적 내리는 비늘 마다않고 학생들은 대회장으로 몰려들었다. 교수들은 먼 발치에 서서 학생들의 뒷모습을 응시하며 안타까워했다.
이윽고 사회자가 입을 열었다.
『아, 어찌할것 인가. 이 멈출 수 없는 분노 분노를』 『민족의 선각자 만해 선사를 배출한 민족 사학 동국을 설립한지 83년의 동악에서 최고의 대표이며 책임자인 총장이 부정 입학과 관련, 구속 당하고....』
1일 낮 12시 동국인 도서관 앞.
「자긍심 부활을 위한 동국인 결의대회」에 참석한 7백여명의 교수·학생·동문들으 면면엔 「어두운」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이제 우리의 실추된 명예는 어디서 찾아야합니까....』-동문대표.
『수도권에서 가장 모범을 보여온 동대 학원 자주화 투쟁을 말살하기 위해 공안 당국은 현직 총장을 구속하는 대학 사상 유례없는 짓을 하고....』-학생대표.
『부정 입학으로 1천억원 가까운 금품을 받은 모대학 경우는 비호하면서 20억원 때문에 우리의 존경스런 총장을...우리가 학원 비리의 속죄양인가.』-교직원 노조대표.
참석자들은 침묵과 박수로, 때로는 함성으로 응수했다.
『총장이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현직 총장을 처벌하는 방법이 꼭 구속이어야 하는지른 이해할 s수 없습니다.』
파르라니 깎은 머리, 회색 승복의 현문 스님(25·불교학4)은 대회장 한 모퉁이에서 내리는 비를 맞았다. 두꺼운 안경너머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러나 총장범법의 원인은 사회구조에서 찾아야 합니다. 기부금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학의 현실 말입니다.』
『구속되기전 총장을 믿었으니 구속된 총장을 믿었으니 구속된 총장도 믿어야죠.』
대회가 끝난후 학생들은 대회장을 둘러 인간 사슬을 만들었다. 그리고 구속된 이지관 총장을 향해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불렀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는 계속 내렸다. <최형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