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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에듀] ‘7개국어’ 조승연 작가가 말하는 미래형 영어교육법

중앙일보

입력

영어와 프랑스어, 이탈리아어에 능통하고 독일어와 라틴어, 중국어 독해가 가능한 조승연 작가(37)는 아이의 영어 교육을 시작하는 엄마들의 롤모델이다. 7개국의 다양한 언어를 익히며 쌓은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출간한 책이 20여 권. 이중 베스트셀러도 상당수다. 지난해부터 KBS 라디오 ‘굿모닝 팝스’ 진행자로 활동하며 최근엔 유튜브 채널도 개설했다. 유튜브조차 외국인과 한국인을 대상으로 각각 두 개 채널을 개설해 다각도로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언어에 능통하고 글로벌 감각이 뛰어난 그는 한국의 영어 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영어공부, 고정관념 깨는 경험 중요 #엄마표 영어는 소통과 재미가 관건 #모르는 사람과 자연스러운 밍글링 효과적

다국어에 능통한 조승연 작가

다국어에 능통한 조승연 작가

영어공부 적기 중학생 때… 고정관념 깨는 경험 중요

그가 본격적으로 영어공부를 시작한 때는 14살. 1994년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유학 가서부터다. 그 전까지 강원도 원주에서 평범하게 영어를 공부했다. 그는 조기유학 경험을 “아주 좋았다”고 회상했다.

사춘기 때 조기유학이 힘들지 않았나.
“한국에서 왕따였기 때문에 미국생활이 힘들다고 느끼지 않았다. 만약 한국에서 아주 활발하고 친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아이라면 좀 힘들어할 수도 있겠다. 미국 생활 초기 1년 정도는 영어에 재미를 못 붙이긴 했다. 영어라는 언어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않았다. 지금도 영어보다는 프랑스어를 더 좋아한다.”
그런데 어떻게 영어를 잘하게 됐나.
“영어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생겼다. 15세에 라틴어에 빠지면서부터다. 라틴어가 재미있어지니 영어가 라틴어의 현대 버전처럼 보였다. 영어를 잘하려면 영어와 관련돼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게 중요하다. 어느 부분에 꽂혀서 영어에 관심을 가지게 될지는 부모가 예측할 수 없다. 우리 엄마도 예측 못 했다. (웃음) 그러니 아이와 이것저것 해보면서 내 아이에게 재미있는 길을 찾아가야 한다.”
영어공부 시작 시기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몇 살을 추천하나?
“실제 중학교 때부터 영어 공부를 하기 가장 좋다. 대학생이 된 후 본격적으로 시작해도 나쁘지 않다. 너무 어릴 때부터 영어를 시작하는 아이들을 보면 조금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엄마들이 이런 말을 불신하는 이유는 영어와 영문법을 혼동하기 때문이다. 과거 엄마 세대엔 중학교 때 영문법 공부만 하고 실제 영어 공부를 거의 안 했다. 당연히 엄마들이 원하는 스타일의 성공 사례를 본 적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학생 때 기능 위주의 엄마표 영어를 한다면 오히려 엄청난 실적을 낼 수 있다.”
그 나이 때 외국어를 배우면 어떤 점이 좋은가.
“중학교 즈음은 메타인지 능력이 생기는 시기다. 메타인지는 자신이 무엇을 모르고 무엇을 아는지 판별하는 능력을 뜻한다. 모국어 실력도 거의 안정적인 단계이고, 문법의 구조도 이해하기 시작하니 배우는 속도가 빠르다. 상황이 허락한다면 이 시기에 1, 2년간 유학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감각을 익히기 위해서는 자기가 가진 한국적, 사회적 통념을 넘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
어릴 때 시작하는 영어공부의 장점도 있을 텐데.
“어릴 때 영어공부를 시작하면 가장 큰 장점은 발음이다. 커서 공부하면 발음이나 악센트를 따라잡기는 정말 어렵다. 초·중·고등학교 시기별로 유학 간 사람들의 발음 격차도 상당하다.”
어린 시절부터 공부해 영어를 원어민처럼 잘하게 되는 사례도 있지 않나.
“내 경험상 어릴 때부터 외국어 교육을 했을 때 되는 아이가 있고 안 되는 아이가 있다. 언어 능력도 일종의 재능이다. 나도 안 되는 쪽 같다. (웃음) 아이가 영유아기부터 공부해서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해당 원어민처럼 사용하는 것이 목표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인일 때도 어렵다. 국제 커플 자녀조차도 아빠의 언어를 못 배우는 아이가 있을 정도다. 아이는 엄마의 언어를 무조건 배운다.“
점점 복잡해지는 세상... 우리딸 학원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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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호흡 중요한 엄마표 영어, 소통과 재미가 관건

국내에서 인기 있는 엄마표 영어 교육법은 어느 정도 공통된 틀이 있다. 대개 ‘흘려듣기-집중 듣기-독서’로 구성된다. 흘려듣기란 영어 DVD 등을 자막 없이 보는 것이다. 집중 듣기란 한 문장씩 단어를 짚어가면서 듣고 따라 읽는 것이다. 독서는 원서 책 읽기를 말한다. 그림책인 픽처 북과 유사한 구문이 반복되는 리더스북, 이야기책인 챕터 북 식으로 발전하는데 각종 리딩 레벨과 지수, 추천 DVD와 도서목록 등이 뒤섞여 방대한 자료가 정보로 활용되고 있다. 매일 일정한 시간(대략 3시간 내외)을 투자해 수년간 듣기와 읽기 위주로 진행하는데, 이렇게 듣기와 읽기를 수년간 하다 보면 말하기와 쓰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터져 나온다고 주장한다.

시중의 엄마표 영어 공부법이 효과가 있다고 보나.
“하나씩 살펴보면 다 좋은 공부법이다. 그런데 어릴 때 시작할수록 엄마 생각보다 아이가 소화할 수 있는 양이 훨씬 적을 것이다. 아이는 이미 한국어라는 첫 번째 언어를 배우느라 힘든 상태기 때문이다. 매일 모국어인 한국어 어휘와 구조를 습득하는데 매우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 여기에 영어까지 가르치면 아이는 한 번에 2개 외국어를 배우는 것과 같다. 진짜 엄마표 영어의 노하우는 공부법이나 자료가 아니라 어떻게 아이가 재미있게 집중하도록 이끌어주느냐가 될 것이다.”
엄마가 아이의 영어 교육 목표를 어떻게 잡아야 할까.
“엄마표 영어 교육이 목표는 잘 잡았다고 본다. 애초 엄마들이 원하는 교육을 제도권이 해주지 않으니까 직접 DIY로 해 나가는 교육이 아닌가. 엄마들은 아이가 자신보다 넓은 세상을 누리며 자유롭게 살기를 바란다. 해외에 나가면 자유롭게 대화도 하고, 공부도 하고 취직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능숙하게 영어를 가르치고 싶은데 이런 목적을 가지고 국내 영어교육 환경을 보니까 마음에 들지 않아 직접 나서는 것이다. 홈스쿨과 비슷한 철학인 셈이다. 문제는 엄마들이 이런 목표에 따른 교육을 대체로 초등학교 때까지는 잘 유지하다가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대다수 시야가 좁아지기 시작하고, 불안해한다. 이때 잘 버틸 수 있는 정신력이 중요하고, 학교에서 가르치는 영어와 엄마표 영어가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학교 영어와 엄마표 영어가 어떻게 다른가.
“학교의 영어 공부는 엄마표 영어를 해 온 아이가 새롭게 공부해야 하는 다른 분야다. 우리나라의 입시영어는 영문법 교육이다. 이건 학문이다. 그런데 엄마표 영어는 기능이다. 우리 말을 잘하는 아이가 국어시험을 치기 위해 따로 공부해야 하는 것과 똑같다. 그런데 이 차이를 모르고 같은 영어공부라며 엄마표 영어를 중단하고 학교 영어공부로 대체해 버리면 엄마표 영어로 쌓아가야 하는 실력의 맥이 끊긴다. 두 영역의 영어 공부를 따로 또 같이 해 나간다고 생각해야 한다.”
엄마표 영어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공부라고 생각하기보다 소통 연습이라고 생각하기를 권한다. 대부분 공부라고 생각하니까 엄마와 아이 둘이 앉아 책만 본다. 그런데 두 사람 다 영어를 잘 못 한다. 이럴 땐 아이가 영어를 쓸 수 있는 상대편을 만들어줘야 한다. 언어는 인간과 인간이 만나, 상대편에게 할 말이 있을 때 생겨난다. 내 경우도 보면, 독일어보다 프랑스어를 더 잘하는데 소통할 기회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와인을 좋아하는데 와인바에 가면 프랑스인이 있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다. 반면 독일에 가면 독일인들이 영어를 잘해서 말을 연습할 기회가 적었다. 그래서 독일어는 결국 독해밖에 못 한다.”

미래형 영어는 밍글링 위한 도구로 사용될 것

국내에서 소통할 수 있는 학습법을 권한다면.
"원어민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전화 영어나 화상 영어도 좋다. 처음 시작하면 아이가 할 수 있는 말이 없어 다른 방식의 영어 공부보다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느낄 것이다. 같은 시간에 단어를 외우면 훨씬 영어를 공부한 것 같을 테니. 그러나 이 답답함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말로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뼈저리게 깨닫는 것 자체가 공부다. ‘손짓 발짓 하는 것이 진짜 답답하구나’ ‘머릿속에 엄마랑 배운 단어가 있었는데 어떻게 쓰지’ 라며고민해봐야 한다. 어떤 전화 영어 교사들은 한국 사람들이 알아듣는 방식으로 문장을 바꿔 물어보기도 한다. 오히려 이걸 막아야 한다. 원어민 아이들에게 말할 때와 똑같이 말해달라고 부탁하라. 아이가 좀 더 자라면 인터넷상에서 해외 친구를 만들거나 글로벌 동호회에 가입해서 소통할 수도 있다.”
영어를 활용해 미래형 인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준비가 있나.
“밍글링(Mingling, 사람들과 어울리는 능력)을 하는 도구로 영어를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미드를 보면 펍이나 바 같은 곳에서 혼자 앉아 있는 낯선 사람에게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말을 거는 모습을 볼 것이다. 서양인들은 이런 식의 밍글링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 있다. 카페에서 내가 넷플릭스 영상을 보고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이 스스럼없이 내가 보는 영상에 대해 말을 건다. 한국인은 이런 걸 잘 못 한다. 우리는 문화적으로 모르는 사람과 말을 잘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러한 밍글링 능력이 중요한 시대다. 지구 반대쪽에 살던 유튜버끼리 의기투합해 일을 벌이기도 하고 내가 가진 특기를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홍보하는 시대다.”
한국인이 밍글링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뭔가.
“최근 이태원에 돌아다니면서 외국인에게 인터뷰하는 유튜버 한국 학생들이 있다. 말을 들어보면 정규과정에서 제대로 배운 영어가 아니지만 매일 즉석에서 외국인과 인터뷰를 시도하면서 같이 웃고 떠들고 할 말 다한다. 이처럼 인간 대 인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자신감과 글로벌 사회성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모르는 애들이랑 많이 놀게 하라. 예전보다 놀이터가 많이 사라진 게 안타깝다. 모르는 사람에게 예의 바르게 말할 수 있는 교육도 중요하다. 외국인이 기분 나빠 하는 행동을 실수로 하지 않도록 글로벌 에티켓도 익히면 좋겠다.” 이지은 객원기자 

 이지은 객원기자는 중앙일보 교육섹션 '열려라 공부' 'NIE연구소' 등에서 교육 전문 기자로 11년간 일했다. 2017년에는 『지금 시작하는 엄마표 미래교육』이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지금은 교육전문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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