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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에듀]직장생활에도 도움되는 '자기주도학습'

중앙일보

입력

“불필요한 이직은 사회적 낭비다. 구직자들과 기업을 보다 정확하게 매칭시켜보자”
기업 리뷰 사이트 잡플래닛을 운영하는 황희승 대표가 5년 전 창업할 당시 가진 생각이다. 황 대표에 따르면 최근 구직자 10명 중 9명이 잡플래닛을 이용한다. 기업에 대한 다양한 평판을 정량적인 수치로 표시해 객관성을 강화하고 면접자를 위한 정보(면접 대백과)도 계속 강화한 결과다.

'좋은 회사'보다 '좋은 사람' 선호 #'좋은평판'얻는데 자기주도학습이 도움

잡플래닛의 월간 페이지뷰는 1억건이 넘는다. 5년 전만 해도 대기업의 리뷰 작성 및 검색이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중견, 중소기업으로 확대됐다. 근무자의 솔직한 속내를 객관적인 지표로 확인할 수 있어 기업들도 잡플래닛에 올라온 자사 리뷰를 눈여겨본다. 황 대표는 “사이트 이용자의 96% 정도가 기업 평판을 보고 이직을 결정한다”고 했다. 잡플래닛이 취업 정보뿐 아니라 기업 문화를 개선하는 데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오는 이유다.

지난 5년간 우리 사회도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한 여러 시도가 있었다. 가장 최근엔 간호사들의 태움 문화에 대한 경각심에서 시작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됐다. 황 대표는 “기업 문화가 바뀌려면 결국 우리의 초등교육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기업 문화가 바뀌려면 초등교육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 근거는 무엇인가.

직장인들의 고민은 대체로 직장 문화에서 오는 긴장과 불만이다. 최근 한샘이나 현대카드 사건(직장 내 성폭행)이나 이 법의 실마리가 된 양진호 사건(직장 내 폭언-폭행)을 보면 절대권력을 가진 직장 내 계급의 강압적 행위에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정책적인 보호 또는 안전장치가 없었다. 법 시행을 통해 잠재적 가해자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고 자신의 행위를 돌아보게 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잡플래닛)데이터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실적 위주의 문화를 가진 회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 문화가 용인되더라. 회사에 기여하는 사람의 괴롭힘을 회사가 징계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 생기는데 아직 그게 쉽진 않은 것 같다. 그리고 가해자는 누군가가 잘못됐다고 말하기 전엔 스스로 모른다. 그러니 말할 수 있어야 하고 또 듣고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이런 건 학교 때부터 배워야 한다.

기업 평판 사이트 잡플래닛을 운영하고 있는 황희승 브레인커머스 대표.[브레인커머스 제공]

기업 평판 사이트 잡플래닛을 운영하고 있는 황희승 브레인커머스 대표.[브레인커머스 제공]

학창 시절부터 ‘존중’하는 문화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구성원간 ‘어울림’에 관해 많은 논의를 한다. 그런데 ‘어울림’을 ‘하나가 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생기는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내가 가진 권리를 포기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해진다. 그러니 학교에서부터 ‘하나’를 강조하기보단 서로의 생각을 말하고 표현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한가지는 성과. 앞서 말했듯 회사에서 성과를 올리는 직원을 징계하거나 다그치는 일은 쉽지 않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1등 하는 친구는 누가 뭐래도 모범생이라고 생각하고 학습 방식이나 행동을 따르려고 한다. 1등을 다그치는 문화가 교실엔 없다. 어쩌면 교실에서 성과주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 같다. 성적이 아닌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인정해 주는 문화, 그 속에서 자라난 학생들이 비로소 타인을 인정하는 성숙한 시민이 되지 않을까?

존중하는 문화를 통해 우리 사회가 가지게 될 구체적인 유익은.

유연함이다. 존중하지 못해 조직 또는 관계가 경직되는 경우엔 유연한 사고와 소통을 가로막는다. 유연함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론 얼굴이 바뀐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취업 이후 몇 년이 지난 친구들의 얼굴을 본 적이 있다. 모두 원하던 회사 또는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표정은 그렇지 않더라. 이유를 종합해 보니 ‘존중’받지 못해 받는 스트레스였다. ‘기업이 직원을 존중하면 직원의 얼굴이 바뀌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우리 사회에 이직이 많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물론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겠지만, 긍정적 측면으로 보면 개인의 발전이 회사의 성장을 앞지른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을 구성하는 일원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개인의 커리어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회로 변한 셈이다. 또 회사를 학습과 성장의 터전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직에 대해 쉽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2030이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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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도 변했다고들 한다.

세월호와 탄핵을 경험한 세대가 곧 사회로 진입한다. 순응하기보단 합리적 의심을 하고 어떤 의미에선 권위를 어려워하지 않는다. 이들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 또는 평가하는 항목이 매우 디테일하다. 그래서 나는 이들을 디테일 세대라고 부른다. 감정보단 팩트를 베이스로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면 곧바로 문제를 지적한다.

이직뿐 아니라 1인 다직업에 대한 관심도 높더라.  

업무의 전문성 강화 측면에서 애자일(민첩한) 사회가 된 측면이 있다. 전문성 강한 개인은 하나의 사업자가 되기 쉽다. 회사보단 함께 일하는 사람 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신이 몇 명의 팀원을 관리할 수 있는지가 급여보다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다. 1인 다직업은 능력 있는 프리랜서에 국한된 이야기고 애자일 조직 역시 프로들의 세계라 기업 입장에선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것엔 유리할지 몰라도 인재를 육성하는데 한계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애자일 조직은 분야별로 전문성의 깊이가 비슷해야 하니까.

데이터를 통해 나타난 경향 중엔 실력 있는 사람들은 좋은 회사가 아닌 좋은 사람들과 일하는 데 관심이 높다는 점도 있다. 기업에 대한 평판도 중요하지만, 개인 평판이 중요해진 이유다. 인성 외 실력 측면에서 개인의 평판을 생각해보면 스스로 실력을 키워나가는 자기 주도성이 필요하다. 어릴 때 자기주도학습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건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은 애자일 조직을 더욱 중시할 텐데 여기에 적응하려면 결국 ‘자기주도학습’이 체질화돼야 한다.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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