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특정인맥이 당직 장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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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무 복귀한 이재오 최고위원
18일 오전 국회 한나라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지난 전당대회이후 처음으로 참석한 이재오 최고위원이 당이 민심을 따라가야 한다고 발언을 하고있다.(서울=뉴시스)

18일 단행된 한나라당의 당직개편은 '친박(親朴: 친 박근혜)' 및 '친강(親姜: 친 강재섭)' 인사를 중용함으로써 사실상 주류체제를 강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당 3역 중 하나인 사무총장에 임명된 황우여(黃祐呂.인천 연수. 3선) 의원은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 비서실장 출신으로 '무계파'로 분류되지만 대표경선 때는 강 대표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대변인인 나경원(羅卿瑗.비례대표. 초선) 의원은 대표경선 당시 강 대표의 '홍보 총책'이었고, 유기준(兪奇濬.부산 서. 초선) 의원은 친박계로 꼽힌다.

이번 당직개편에서 기용된 소장파는 소장.중도파 연합체인 '미래모임' 출신이기는 하지만 전통적인 소장개혁파라기보다는 중도파에 더 가깝다.

최고위원에 지명된 권영세(權寧世. 서울 영등포 을. 재선) 의원은 소장개혁파그룹인 '수요모임'과 중도파 그룹인 '푸른모임'에 모두 속해 있지만 중도파 성향이 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연구소장에 임명된 임태희(任太熙. 경기 성남 분당을. 재선) 의원은 '푸른모임'의 대표주자중 한명이다.

박재완(朴宰完) 대표 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수요모임이 배제됐다는 보도도 있지만 권영세 최고위원과 정진섭(鄭鎭燮. 경기 광주. 초선) 기획위원장, 김정권(金正權. 경남 김해갑. 초선) 지방자치위원장 등은 수요모임 출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요모임의 주도세력은 이번 당직개편에서 한명도 기용되지 않았다. 남경필(南景弼) 정병국(鄭柄國) 의원은 최고위원과 사무총장설이 나돌았으나 배제됐고박형준(朴亨埈) 의원은 당직제의를 받았으나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선에서는 또 이 최고위원과 김덕룡(金德龍) 전 원내대표의 핵심측근들을 발탁한 점이 눈에 띈다.

사무 제1부총장에 임명된 안경률(安炅律. 해운대 기장을. 재선) 의원은 이 최고위원이 원내대표를 할 때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낸 핵심측근이다.

기획위원장에 임명된 정진섭(鄭鎭燮. 경기 광주. 초선) 의원은 김덕룡(金德龍)전 원내대표의 최측근으로, 대표경선 때 김 전 원내대표의 도움을 받은 데 대한 답례 차원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충남 천안갑에서 낙선한 전용학(田溶鶴) 전 의원이 사무 제2부총장에 기용된 것은 지난 총선에서 충남 천안갑에서 낙선한 만큼 충청권 배려 차원으로 풀이된다.

황우여, 권영세, 유기준, 나경원 의원과 전용학 전 의원 등은 강 대표와 서울대법대 동문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한편 이 최고위원은 17일 "특정인맥이 당직을 장악하고 있다"며 일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이번 당직개편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으나 정작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별다른 반발없이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MBC 라디오 '시선집중' 프로그램에 출연, "나라가 온통 물난리인 데 당직인선을 갖고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주일만에 당무에 복귀하면서 당 대표의 권한인 당직개편에 제동을 걸 경우 부정적인 여론이 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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