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방 예산 50조 시대 열렸다…주변국 견제 '동북아 예산' 마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해군의 강습상륙함인 와스프함(LHD 1) 갑판 위에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인 F-35B 5대가 놓여 있다. 와스프함은 10대의 F-35B를 운용한다. 한국 해군도 이처럼 항공모함으로 쓸 수 있는 다목적 대형수송함을 건조할 계획이다. [사진 미 해군]

미국 해군의 강습상륙함인 와스프함(LHD 1) 갑판 위에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인 F-35B 5대가 놓여 있다. 와스프함은 10대의 F-35B를 운용한다. 한국 해군도 이처럼 항공모함으로 쓸 수 있는 다목적 대형수송함을 건조할 계획이다. [사진 미 해군]

국방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50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정부는 전시작전권 전환을 준비하기 위해  국방비를 크게 늘린다고 설명하지만, 일본ㆍ중국 등 주변국을 견제하는 군사력 건설의 명목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스텔스 전투기를 태워 항공모함 용도로 쓸 수 있는 대형수송함-Ⅱ 사업도 내년 본격 시작한다.

주변국 견제 '동북아 예산' 따로 항목 마련 #항모용 갑판 기술 개발에 271억원 첫 반영 #병장 월급도 처음으로 50만원대 넘어서

정부는 50조 1527억원의 국방 예산안을 짜 다음달 3일 국회에 내겠다고 29일 밝혔다. 올해 국방비(46조 6971억원)보다 7.4% 늘어난 액수다. 문재인 정부가 시작했던 2017년 40조 3347억원이던 국방 예산은 연 평균 7.5%씩 증가해 ‘50조원 고지’ 돌파를 눈앞에 뒀다.

국방예산 증가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국방예산 증가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내년 국방 예산안 가운데 무기 구매와 성능 개량에 쓰이는 방위력개선비의 비중은 33.3%인 16조 6915억원이다. 국방부는 보도자료에서 “최근의 불확실한 안보환경을 감안, 우리 군이 전방위 안보위협에 주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국방력 강화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예산안의 특징은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는 것과 별도로 주변국에 맞서는 전력을 확보하는 항목이 따로 마련됐다는 점이다. 정부 소식통은 “정부 내부에서 비공식적으로 ‘동북아 예산’ 또는 ‘주변국 예산’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형수송함-Ⅱ 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방부는 ‘다목적 대형수송함’을 건조하는 데 필요한 핵심기술 개발 예산으로 271억원을 반영했다. 이 돈은 전투기를 띄우고 내릴 수 있는 다목적 수송함의 갑판 기술 개발에 드는 예산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다목적 대형수송함을 통해 한반도 주변과 원해 해양권익 보호역량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와 군 당국은 스텔스 전투기이면서 수직으로 이착륙할 수 있는 F-35B 전투기 16대 가량을 탑재하는 다목적 대형수송함을 늦어도 2020년대 후반에 건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달 12일 장기전력 소요로 결정이 났고, 지난 14일엔 ‘2020∼2024년 국방중기계획’에 포함되는 등 ‘패스트 트랙’에 오른 모양새다. 김현종 청와대 안보실 제2차장은 28일 “당당하고 주도적으로 안보역량을 강화해 나가기 위해선 군 정찰위성, 경항모 및 차세대잠수함 전력 등 핵심 안보역량을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가 항모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군 소식통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대형수송함-Ⅱ 사업을 독려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방개혁 2.0 토론회에서 “남북관계가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불특정하고 다양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선 국방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았지만, 보통 잠재적 적국이 될 수 있는 주변국이 불특정 위협으로 꼽힌다.

관련기사

국방부는 군 복무기간이 짧아지고 상비병력도 주는 상황을 맞아 내년 부사관과 군무원을 6094명 더 증원하기로 했다. 개인 전투체계를 첨단화하는 ‘워리어 플랫폼’ 사업 예산을 1148억원으로 잡았다. 지상 전투병에게 앞으로 신형 조준경과 방탄복, 방탄헬멧이 주어져 전투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매달 '삼겹살 데이'…복날엔 전복 삼계탕

병사 봉급은 2017년 최저임금의 40% 수준까지 오른다. 병장은 54만 1000원(병장 기준)을 매달 받는다. 국방부는 2020년까지 50% 수준(병장 67만 6000원)까지 인상할 계획이다. 또 군 복무 때문에 학업이나 경력이 끊어지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대학 원격강좌 수강, 어학ㆍ자격증 따기 등에 1인당 연간 10만원까지 지원한다. 본인 부담률은 올해 50%에서 내년 20%로 떨어진다.

국방부는 장병의 식단 복지 역시 향상된다고 밝혔다. 장병 1일 기본급식비가 8012원에서 6% 상승한 8493원으로 높아져 질 높은 음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내년도 전체 장병 급식예산은 1조4325억원으로, 올해보다 811억원이 올랐다.

군 당국은 이를 통해 내년부터 월 1회 삼겹살을 부식으로 신규 제공하기로 했다. 각급 부대 사정에 맞춰 특정한 날짜를 '삼겹살 데이'로 지정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여름철 3번의 복날과 6∼8월에 매월 1회엔 전복 삼계탕이 보급된다. 전복 삼계탕은 연 5회에서 6회로 늘어난다. 이를 위한 예산은 6618억원이다. 매월 1회 후식으로 컵 과일(과일 조각을 컵에 담은 제품)도 제공한다. 기본적인 후식 메뉴에 들어 있는 과일 지급 역시 늘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1141억원을 반영했다. 국방부는 “앞으로도 장병들의 선호도가 반영된 급식이 가능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철재ㆍ이근평 기자 seaja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