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에 허덕이는 전교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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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전교조가 자금 부족으로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어느 운동단체이건 「돈 문제」로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지만 전교조는 사상 유례없이 1천명이 넘는 대규모 해직자 집단이라는 점에서 그 고통의 무게가 더 크다.
29일 현재 전교조 가입 교사 가운데 1백50명이 파면, 6백59명이 해임, 3백98명이 직권 면직됐으며 3백40명이 직위 해제 돼 곧 파면·해임 등 중징계 당할 처지.
전교조는 앞으로 대국민 홍보, 각종 집회 개최, 징계 철회를 위한 법정 투쟁 등을 전개하는 동안 많은 비용이 들것은 물론 이처럼 대식구에 생계 보조비를 지급해야하는 엄청난 부담을 안고 있다.
전교조는 출범 당시 해직 교사들의 생계보조 등을 위한 기금 3억원을 마련해 놓았었다.
조합원들이 일률적으로 10만원씩 낸 것과 각종 성금 등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그러나 그동안 6,7월 해직자 2백여명에 대한 생계 보조비를 지급하고 신문 등에「참교육」 홍보광고를 내느라 반 이상 써버려 현재 남은 돈은 1억4천만원 정도.
전교조의 한 관계자는 『당초 해직될 교사 수를 기껏해야 2백∼3백명 정도로 예상했었기 때문에 모금액에 차질이 생겼다』고 말하고 『남은 돈으로는 한달도 못 버틴다』고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현재까지는 해임된 교사들은 다소간의 퇴직금을 받을 수 있고 직위해제 상태인 교사들은 80%의 봉급을 받기 때문에 파면 또는 직권면직된 교사들을 위주로 「챙겨주면」 되지만 장차 전조합원에게 생계보조비 혜택이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현재 남은 기금으로는 턱없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전교조가 믿고 있는 자금줄은 조합비.
1만명이 넘는 노조 탈퇴 교사와 심정적으로 전교조에 동조하고 있는 비가입 교사들이 월1만원에 불과한 조합비는 내주지 않겠느냐는 기대다.
전교조는 이밖에 ▲해직교사 부인들의 취업을 권장하며 ▲형편이 비교적 나은 교사들은 생계보조비를 반납하며 ▲문재있는 교사들이 『내가 두고 떠나온 아이들에게』 같은 수기나 소설을 써 교육계·대학가에 판매하는 등의 제반대책을 강구하는 중이다.
그러나 상황이 전교조 희망만큼 순조롭지 않게 흘러갈 경우 해직교사들의 인내와 동료 교사들의 협조가 그처럼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며 전교조의 위기의식은 여기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김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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