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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당혹 “압수수색 사전에 몰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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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청와대는 27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적 압수수색에 당혹해 하면서 언급을 최대한 삼갔다.

조국 수석 시절 검찰 핫라인 끊어 #여당 “검찰개혁 방해 의도 아니냐” #문 대통령, 윤석열 총장 임명 때 #“살아있는 권력도 엄정하게” 당부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국회 당 대표실을 예방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들은 특별한 입장이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강 수석은 검찰 수사 대상인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임명되면 수사 지휘권을 갖는 것이 적절한지 묻는 질문에 “당에서 입장을 내는 걸로 아는데 우리들은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했다. 강 수석은 조 후보자 청문회 일정 조율을 위해 이 대표를 만나 압수수색이 미칠 파장과 이에 따른 청문회 대응 전략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후에야 춘추관을 찾았다. 그는 관련 질문에 “검찰 수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게 청와대 관례”라며 “(압수수색을) 어느 시점에 알았는지, 어떤 내용인지 등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수사 결과에 따라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피의자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에 “거꾸로 아무런 피의사실이 없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라고 반문하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인사는 사전 인지 여부에 대해 “압수수색이 있을지 미리 알지 못했다. 당혹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검찰과 직통 핫라인을 끊겠다고 한 게 바로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 후보자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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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당장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여론 추이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전날만 해도 청와대 일각에선 조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충분히 소명하면 여론이 반등할 거란 기대감이 감지됐다. 그러나 검찰이 수사 중인 인사를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 강행하는 것은 청와대로서도 부담이 크다.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과 맞물려 윤석열 총장을 임명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도 재조명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윤 총장을 임명하는 자리에서 “권력형 비리에 대해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눈치도 보지 않으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아주 공정하게 처리해 희망을 주셨는데 그런 자세를 끝까지 지켜주기 바란다”며 “그런 자세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같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당시 발언이 조 후보자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실제로 청와대 내부에선 “윤 총장이 압수수색 카드로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조 후보자에 대해 부정적 메시지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여당인 민주당도 검찰의 동시다발적 압수수색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조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한 정면돌파로 가닥을 잡아가는 와중에 나온 서초동발 변수에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민주당 핵심 인사는 이날 “몰랐다.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 측근으로 꼽히는 그는 “이 대표는 압수수색 보도를 접한 뒤 특별한 말이 없었다. 이 대표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공식 논평에서 ‘유감’이란 표현을 썼다. 홍 수석대변인은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둔 시점에 압수수색이 진행된 것에 유감을 표한다”면서 “이번 압수수색이 검찰 개혁을 방해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다시 ‘청문회 정면돌파’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현재로선 다른 방법이 없지 않느냐”며 “청문회에서 국민 앞에 소상히 해명하고 판단을 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형구·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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