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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죽이는 말벌 싹부터 말린다···천적 곤충 국내 첫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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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검은말벌 성충. [사진 국립수목원]

등검은말벌 성충. [사진 국립수목원]

꿀벌을 공격하는 말벌의 천적 곤충이 국내 처음으로 확인됐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꿀벌을 가해하는 것으로 알려진 침입 외래종인 등검은말벌의 애벌레와 번데기를 공격하는 토착천적인 ‘은무늬줄명나방’을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국립수목원 연구진은 경북대 연구팀과 은무늬줄명나방이 등검은말벌의 벌집 내에 기생하면서 벌집을 갉아먹을 뿐만 아니라 유충 및 번데기를 공격하는 것을 확인했다.

등검은말벌은 중국 남부 저장성 일대가 원산지로 국내에서는 2003년 부산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후 10여 년 만에 전국으로 퍼져 지난달 26일 환경부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됐다. 등검은말벌은 꿀벌을 주로 사냥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관련 산업의 경제적 피해뿐 아니라 생태계 교란으로 인한 생태적, 공중 보건상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방제를 위한 연구가 시급한 유해 종이다.

은무늬줄명나방 성충. [사진 국립수목원]

은무늬줄명나방 성충. [사진 국립수목원]

국내 대표적 말벌 연구자인 경북대 최문보 교수는 “이번에 확인된 국내 토착천적을 활용해 등검은말벌의 개체 수를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렸다”며 “그러나 아직 그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고 다른 기생자들도 발견될 가능성이 있어 등검은말벌에 대한 기초생태·방제연구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등검은말벌집에 기생하는 은무늬줄명나방 유충. [사진 국립수목원]

등검은말벌집에 기생하는 은무늬줄명나방 유충. [사진 국립수목원]

한편 국립수목원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말벌류를 대상으로 분류, 생태, 독성, 행동요령 등이 담긴 필드 가이드북을 발간해 배포할 예정이다. 국립수목원 산림생물다양성연구과 김창준 박사는 “산림 내 포식성 말벌류의 분류 및 생태학적 연구를 통해 국내에 분포하는 위해 말벌류의 종합적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연구결과를 국민이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정보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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