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윤석열의 이 말, 동감했던 조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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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왼쪽) 윤석열 검찰총장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왼쪽) 윤석열 검찰총장 [중앙포토]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검사의 오늘 발언, 두고두고 내 마음 속에 남을 것 같다.”

(2013년 10월 21일, 조국 당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트위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과거 트위터 글이 27일에도 주목을 받았다. 이날 검찰이 조 후보자의 딸 대학 입시 의혹 등과 관련해 서울대ㆍ고려대ㆍ부산대ㆍ단국대를 동시 압수수색한 게 계기다. 조 후보자가 과거 트위터에 언급한 윤석열 검사는 현재 검찰총장이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발언은 2013년 국정감사때 윤석열 총장(당시 여주지청장)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수사에 윗선 압력이 있었다고 폭로하면서 나온 말이다. 당시 윤 총장은 “(윗선의) 지시 자체가 위법한데 그것을 어떻게 따르겠느냐”며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오늘도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과거 트위터 글 [사진 조국 트위터 캡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과거 트위터 글 [사진 조국 트위터 캡처]

이 발언을 한 뒤 윤 총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주요 보직을 맡지 못하다가 ‘최순실 특검팀’에 합류하면서 복귀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된 뒤, 지난달 검찰총장이 됐다.

윤 총장이 지명될 때 인사검증을 맡은 책임자는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이 때의 조 수석은 지금 장관 후보자 자격으로 윤 총장이 지휘하는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이날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전 통상의 절차를 거쳐 총장님께 당연히 보고 드렸다”고 설명했다. 윤 총장이 승인한 압수수색이었다는 뜻이다. 조 후보자는 이날 출근길 기자들에게 ”검찰 판단에 대해선 제가 왈가왈부하지 않겠다“며 ”법무부 장관은 검찰 수사에 대해서 구체적 지휘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운데)와 윤석열 검찰총장 [중앙포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운데)와 윤석열 검찰총장 [중앙포토]

조 후보자의 과거 트위터 글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한달 전 발언도 주목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반칙과 특권, 이런 것은 정말로 용납하지 않는 그래서 정의가 바로 서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달라”며 “우리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정말 엄정한 그런 자세로 임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약 한달 뒤 실제 청와대 인사를 지내고 정부 고위공직 후보가 된 조 후보자를 윤 총장이 수사하게 된 상황이다. 대통령의 당부 때 윤 총장은 “검찰권도 국민에게서 나온 권력인 만큼 국민 입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 권한 행사를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겠다”고 답했었다.

다만 검찰 안팎에선 이번 압수수색이 조 후보자에게 청문회 답변 회피를 위한 명분을 제공해준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검사는 “조 후보자는 그동안 청문회에서 모든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는데 수사가 본격화된 상황에서 열리는 청문회라면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자세한 말씀을 못 드리겠다’는 식으로 의혹 해명을 회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조 후보자는 이날 출근길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청문회에서 말을 못하는 부분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최선욱ㆍ김민상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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