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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빨리···" 조국 의혹 부산의료원 등 동시 들이닥친 檢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7일 오후 검찰 수사관들이 부산시청 재정혁신담당관실에서 압수 수색한 물품을 옮기고 있다. 송봉근 기자

27일 오후 검찰 수사관들이 부산시청 재정혁신담당관실에서 압수 수색한 물품을 옮기고 있다. 송봉근 기자

27일 오전 8시 55분쯤 부산시청 11층 재정혁신담당관실에 서울중앙지검 수사관 3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정모 재정혁신담당관에게 신분증과 함께 압수 수색영장을 보여줬다.

27일 오전 8시55분 부산시청 수사관 들이닥쳐 #노환중 부산의료원장 임명관련 서류 등 확인 #조국 후보 가족 운영한 웅동학원도 압수수색 #공주대 생명공학과 교수실 등도 압수수색

정 담당관은 즉시 부산시 감사위원장(감사관)을 불렀다. 그리고는 영장을 읽고 압수 수색에 동의했다. 수사관들은 감사위원장의 입회하에 정 담당관의 업무 노트와 업무일지 등을 확인했다. 이어 수사관들은 재정혁신담당관실의 공공기관혁신팀의 실무 담당자 자리로 옮겨 직원 도움을 받아 부산의료원장 임명과 관련된 서류를 확인하거나 확보했다.

두 명의 수사관은 압수 수색 자리가 비좁아 재정혁신담당관실 한쪽에 마련돼 있는 예산결산작업장으로 자리를 옮겨 직원 등의 컴퓨터에서 관련 자료를 내려받기도 했다. 수사관들은 기자가 접근하자 “접촉할 수 없다.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직원을 시켜 “결산작업장에 선풍기 한 대 넣어줘라”고 조치했다.

27일 오후 검찰 수사관이 부산시청 재정혁신담당관실에서 압수 수색한 물품을 차에 옮겨 싣고 있다. 송봉근 기자

27일 오후 검찰 수사관이 부산시청 재정혁신담당관실에서 압수 수색한 물품을 차에 옮겨 싣고 있다. 송봉근 기자

정 담당관은 기자에게 “압수 수색영장을 보니 조국 후보자가 고발된 11건의 내용이 적혀있는 압수 수색영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이 부산대 의전원에서 조국 후보자 딸의 지도교수로 있을 때 6차례 1200만원의 장학금을 주고 그 대가로 부산의료원장이 됐는지 확인하기 위한 압수 수색 같다”고 말했다.

압수 수색이 진행되자 공무원 등은 “자유한국당 등에서 조국 후보자를 상대로 고발한 11건의 수사를 위해 검찰이 전격 압수 수색한 것 같다”“이렇게 빨리 압수 수색을 하느냐”라며 설왕설래했다. 이날 오후 5시쯤 압수 수색을 마친 수사관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압수 물품을 차량에 옮겨싣고 떠났다.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은 양산부산대병원장을 지낸 뒤 지난 6월 부산의료원장이 됐다.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조국 후보자 딸의 지도교수로 있으면서 6차례 12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특혜장학금’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그가 모친상을 당한 뒤 조의금 등을 모아 교수로서 개인적 뜻을 갖고 2014년부터 지급하고 있는 소천장학금을 통해서다. 노 원장은 “학업을 포기하려던 학생(조국 후보자 딸)에게 지도교수로서 학업을 포기하지 않게 하고자 장학금을 준 것이다”고 해명했다.

검찰 수사관이 부산시청 11층 재정혁신담당관실에 별도 마련된 결산작업장에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수사관들은 출입문을 닫고 기자들의 접근을 막았다. 황선윤 기자

검찰 수사관이 부산시청 11층 재정혁신담당관실에 별도 마련된 결산작업장에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수사관들은 출입문을 닫고 기자들의 접근을 막았다. 황선윤 기자

노 원장은 또 “올해 1월 양산부산대병원장직의 경험과 새로운 비전을 갖고 부산대병원장(본원)직을 지원했다”며 “해당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었다고 해서 병원장 당선에 도움을 바랐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신상욱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장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장학금 지급에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관들은 이날 오전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이 근무하는 부산의료원장실과 행정실, 조국 후보자 딸이 다닌 경남 양산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조국 가족이 운영해 온 학교법인 웅동학원, 부산대 입학본부 등을 동시에 압수 수색했다.

당초 휴가를 간 것으로 알려졌던 노환중 원장은 압수 수색 소식을 듣고 원장실에 나왔다. 검찰은 원장실 압수 수색에서 서류보다는 컴퓨터 파일을 주로 들고 간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대 의전원 건물 강의실에서 강의를 듣던 학생들은 대부분 압수 수색을 눈치채지 못한 모습이었다. 한 학생은 “진짜요”라며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학생은 “조국 후보자 딸 관련, 학교 측 해명에도 학생들은 수긍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검찰 수사로 잘잘못이 명확히 가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웅동학원 압수 수색 현장인 웅동중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취재기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가기도 했다. 사진 찍어 달라며 학교 창문으로 소리치는 학생도 있었다.

공주대 생명과학과 김모 교수 연구실에서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공주대 생명과학과 김모 교수 연구실에서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압수수색은 공주대에서도 진행됐다. 검찰은 이날 오전 8시40분부터 이 대학 생명공학과 김모 교수 연구실에서 각종 서류와 컴퓨터 파일 등을 압수했다. 공주대 한 학생은 "갑자기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몰려와서 무슨 큰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압수수색이라는 말만 들었지, 실제로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공주대가 이런일로 주목받아 창피하다"고도 했다.

부산·양산·창원·공주=황선윤·위성욱·이은지·이병준·최종권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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