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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고령화 때문에 소득 양극화 최악 됐다? 일하는 노인 역대 최다, 되레 플러스 효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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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호승. [연합뉴스]

이호승. [연합뉴스]

청와대가 올해 2분기 소득 양극화 지표가 크게 나빠진 원인을 ‘고령화’ 탓으로 돌리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또 하위 20% 가구(1분위) 전체 소득이 증가세로 돌아서고, 전체 가구 소득이 늘어난 점을 들어 “상당한 개선이 있었다”고 자평했다.

이호승 수석 “정책 효과 최고” 논란 #은퇴자 늘어 전체 근로소득 감소? #“하위층 실직, 자영업 폐업 영향 커”

청와대 발표대로 1분위의 전체 소득이 미미하긴 하지만 0.04% 늘어난 것은 맞다. 문제는 이 가운데 일을 해서 벌어들이는 근로소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5.3% 줄어든 43만8700원에 그쳤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은퇴한 노인 가구가 1분위에 빠르게 편입되면서 근로소득도 자연히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이런 해석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통계로 증명된다. 그러나 노인 공공 일자리 사업이 본격화한 올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2분기 노인가구(60세 이상)의 근로소득(163만6020원)과 이전소득(108만950원)은 모두 최근 10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전국 10만여 명 이상의 노인을 대상으로 한 노인 일자리 사업은 올 7월 노인 고용률(42.9%)과 경제활동참가율(44.1%)도 빠르게 높였다. 문재인 정부의 ‘일하는 노인’ 비율은 역대 다른 정부보다 가장 높다.

이처럼 노인 가구 전반의 소득과 고용률·경제활동참가율 등이 높아지면 1분위의 소득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1분위 가구에서 노인 가구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는 지난 22일 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 하위 20% 계층에 근로소득이 있는 가구가 늘었는데, 고령 근로 가구가 늘어난 것이 이 중 3분의 2 이상에 달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특위에선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효과로 올해부터 고령층 근로소득이 늘어 분배가 개선됐다고 밝혔지만, 청와대에선 여전히 ‘고령화 탓에 분배가 나빠졌다’는 기존 분석을 그대로 내놨다. 노인 일자리 사업의 효과가 분배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두 기관 분석이 달라 가늠하기 힘든 대목이다.

1분위의 근로소득 감소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수출 부진 등에 따른 경기 부진으로 저소득층이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영업 경기 위축도 양극화에 영향을 미쳤다.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 수는 8개월 연속 줄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을 동원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민간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정부 자금에 의존하기보다 민간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득 양극화 지표인 ‘처분가능소득 기준 소득 5분위 배율’은 올해 2분기 5.33을 기록해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정부는 그러나 노인·청년 일자리 사업 등 ‘정책 효과’가 없었다면 소득 5분위 배율이 9.07까지 더 나빠질 수 있었다고 내다봤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정책 효과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강해졌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민간에서의 소득 재분배 기능이 나빠져 정부 의존도만 키웠다는 의미도 된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는 “단기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는 근본적인 분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노인 빈곤을 막기 위한 사회보장 시스템이 가동될 수 있도록 저출산 해결에 예산을 집중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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