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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미·일, 한·미 안보동맹 훼손 결코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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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이 계속 미사일을 쏴대는 와중에 우리 안보의 기틀인 한·미·일 협력, 나아가 한·미 동맹마저 허물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미국과 일본의 만류를 뿌리치고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깬 때문이다. 지소미아는 그 유용성은 둘째치고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이 굳건함을 상징하는 링크핀 같은 존재였다. 이처럼 중요한 협약을 안보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과의 갈등 때문에 폐기한 것은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

한·미·일 협력을 방패로 북핵 위협은 물론 중국의 팽창 야심까지 견제하겠다는 게 미국의 동북아 안보 구상이었다. 존 볼턴 안보보좌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 최근 방한한 미 고위당국자들이 하나같이 지소미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한·미·일 모두에게 결코 도움이 안 될 결정을 내렸다. 미 정부가 ‘한국’이 아닌 ‘문재인 정부’라고 지칭하며 “지소미아를 연장않는 데 대해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한다”고 유례없이 격한 반응을 보인 것도 무리가 아니다.

더 기막힌 건 이 과정에서 정부가 거짓말 의혹을 사고 있다는 사실이다. 청와대 측은 지소미아 폐기와 관련, “종료 결정을 미국이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 정부 소식통은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여기(주미 한국 대사관)와 서울에서 항의했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동맹국 사이에서 이런 불쾌한 잡음이 난다는 사실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과연 미국이 우리를 동맹국으로 여길지도 의심스럽다. 최근 주변 상황을 둘러보면 서로 믿고 의지할 우방은 사라지면서 한국만 갈수록 고립되는 구도다. 트럼프 행정부는 안보 문제에서도 걸핏하면 돈을 더 내라고 닦달한다. 우리와 함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각 방면에서 손 잡을 수 있는 일본과는 최악의 상황이다.

게다가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이 끝났는데도 그제 초대형 방사포 실험을 감행했다. 지난 5월 이후 9번째 발사체 실험으로 모두 380㎞ 이내에 떨어졌다. 사거리로 보아 남쪽을 겨냥한 무기가 틀림없다.

이렇듯 북한의 위협이 갈수록 커지는데도 정부는 안보동맹을 굳건히 하기는커녕 약화시키는 모습이다. 지소미아 폐기 같은 일이 이어지면 미국의 동북아 안보 구상이 한국을 뺀 미·일 동맹을 주축으로 재편될지 모른다. 이럴 경우 전문가들이 경고해온 ‘신(新) 애치슨라인’을 우리 스스로 긋는 꼴이 된다.

한국의 ‘안보 외톨이’ 상황은 막아야 한다. 그러려면 독도 영토수호훈련을 치르더라도 예년처럼 일본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도록 조용하게 실시하는 전술이 바람직하다.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최선의 방책은 굳건한 동맹체제다. 이를 위해선 트럼프 행정부와의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하루빨리 일본과의 갈등을 푸는 지혜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