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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로 난리 치면 트럼프, 미군 철수나 감축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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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장세정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한미일 3개국 정상들이 2017년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부터)가 만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한미일 3개국 정상들이 2017년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부터)가 만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굿모닝 미사일’이란 자조 섞인 우스개가 회자할 정도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일상처럼 반복되고 있다. ‘겁먹은 개’ ‘삶은 소대가리’ 등 모욕적 막말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는 “단호함은커녕 너무 물러터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군 통수권자의 안보 의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할 말을 제대로 못 하는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은 불안하다. 한·미 동맹 마저 흔들리고 있어 총체적 안보 위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세정의 직격 인터뷰] 한미동맹 위기와 한일 지소미아 파기 경고한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 #한반도 안보 상황은 '오면초가' #동맹의 기본 신뢰부터 흔들려 #실력 키우고 한·미 동맹 지켜야 #미국도 지소미아 파기 반대해 #거북선 횟집 가면 일본 이기나 #일본과 전쟁하면 100% 질 것 #방위비 분담금 유연하게 해야

 김태영(70) 전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새벽 도발이 반복되니 아침에 모닝콜(자명종)이 필요 없을 정도”라며 탄식했다. 미·중 패권 전쟁으로 국제 질서의 판이 요동치는 와중에 대한민국의 안보를 어떻게 챙겨야 할까.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 공동대표이자 한국전쟁기념재단 이사장으로 활동 중인 김 전 장관을 인터뷰했다.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아무나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대한민국의 안보 상황은 어떻게 보면 ‘오면초가(五面楚歌)’ 외톨이 신세다. 한·미 관계는 불안하고, 한·일 갈등이 심각하고, 중국과도 불편하고, 러시아는 영공을 침범했다. 북한과의 협력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 광화문 시위 현장에 나가보니 ‘문재인 물러나라’고 떠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반일 데모를 하는 사람도 있고 뒤죽박죽이다.”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은 19일 인터뷰에서 한미동맹 위기의 해법을 역설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은 19일 인터뷰에서 한미동맹 위기의 해법을 역설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미·중 패권 전쟁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질서가 요동치는데.

 “구한말보다는 낫지만, 위험한 순간에 있는 것은 맞다. 첫째, 자강(自强) 노력으로 자신의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현재 처해 있는 처지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동맹을 잘 유지하는 거다. 지금 동맹을 버리고 중국과 새로 동맹을 체결한다는 거는 너무 위험부담이 크다. 아직은 중국이 미국을 못 따라잡고 있다. 언젠가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많은 학자는 중국이 미국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유일한 길은 현재의 한·미 동맹 체계를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

 -한·미 동맹의 현주소를 어떻게 보나.

 “지금 잘 가고 있는지 걱정이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 관계가 약간씩 불협화음을 겪었다. 무엇보다 한·미 양국 대통령이 회담한 뒤 우리 측에서 발표하는 내용과 미국 측에서 발표하는 내용이 늘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함께 얘기했는데 서로 다르게 해석을 했다는 것은 문제다. 그런 일이 계속되니까 한·미 간에 신뢰가 깨질 우려가 있다. 문 대통령 취임 직후에는 미군 장성들이 문 대통령의 어떤 행동에 대해 무슨 의미냐고 묻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묻지 않는다. 문 대통령을 파악한 거다. 긍정적으로 파악했다기보다는 반대인듯해 걱정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소용돌이 치는 와중에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앙포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소용돌이 치는 와중에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앙포토]

 -튼튼한 동맹의 기본은 무엇인가.

 “동맹의 기본은 신뢰인데, 그 신뢰가 어떻게 보면 흔들리고 있다. 제일 심각한 문제가 사드(THAAD)다. 경북 성주에 만든 사드 기지에 반미 시위대가 몰려가 미군이 기지에 못 들어가게 막고 있다. 미군들이 2년째 모든 보급품을 헬기로 실어 나르고 있다. 지금 정부에서 시위대를 설득해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두 달 전에 물어보니 정경두 국방부 장관조차 성주 기지에 안 가봤다고 하더라. 송영무 전 장관도 안 갔다고 했다. 국방부 장관이 성주에 한 번도 안 가본 것이 말이 되나. 동맹으로서 해야 할 건 해줘야 하는데 지금처럼 하니 미국으로선 ‘한국이 우리의 동맹 맞나’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거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동맹의 신뢰가 깎여 나간다.”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50억 달러로 인상하자고 요구했다는데.

 “처음엔 부르는 게 값이니 미국 측이 부르는 액수 때문에 너무 쇼크받을 거는 없고 유연하게 대응하면 된다. 실무협상을 통해서 끌어내려야 한다. 지금은 총액제라 준다 못 준다 하다가 서로 기분만 나빠진다. 일본처럼 분야별 지원 방식으로 시스템을 바꾸면 좋겠다. 그런데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이 요구한 액수를 자꾸 국내에다 흘리면 안 된다. 그러면 ‘차라리 미군 나가라’는 반미의 모습으로 갈 수 있어 제일 우려된다.”

 -트럼프 정부가 갑자기 미군 감축이나 철수 카드를 뽑아 들 가능성은.

 “미국이 쉽게 나가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미국은 중국과 갈등이 있어서다. 중국과 갈등하는 입장에서 한국을 버릴 경우에 미국 입장이 어려워진다. 한국이 미국에 대해 뜨뜻미지근해도 동맹은 동맹이라 쉽게 버리진 않을 거다. 그런데 제일 큰 문제는 우리 국민이다. 정부와 국민이 반미로 난리를 치면 미국도 자존심 때문에 철수든 감축이든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반미 세력에 국민이 쉽게 부화뇌동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미 정부는 일본이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지 않았나.”

2017년 11월 도널드 프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반대 시위를 하는 모습. [중앙포토]

2017년 11월 도널드 프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반대 시위를 하는 모습. [중앙포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매우 많은 계산을 하는 거다. 미국과 중국이 갈등하는 상황에서 북한과 척을 지면 미국도 불리해진다. 어떻게 보면 북한을 애매한 위치에 두기 위해 그러는 거다. 과거 베트남이 북베트남에 의해 통일됐는데 결국 몇십년이 지나서 외려 통일 베트남이 미국에 항구를 내줬다. 그래서 ‘요즘 남한 하는 꼴을 봐서는 북한에 의해 통일이 돼도 북한은 미국이 잘하면 상관없다’ 고 미국이 생각할지 걱정이다.”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서두르는 듯하다.

 “과거에 합의한 3가지 전환 조건을 보자. 첫째, 한국군의 연합 방위 주도 능력부터 의심스럽다. 둘째,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필수 대응 능력인데 북핵에 대해서는 대응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셋째, 한반도 및 주변 안보 환경을 보면 중국이 급격히 부상하고 군사력을 키우고 있어서 위태롭다. 통일 전 서독은 동독이 아니라 소련을 적으로 간주했다. 우리도 중국의 군사력을 늘 걱정해야 하는데 그걸 잘 검토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와 주변 안보 환경을 봐도 전작권을 가져오는 게 적절한 시기는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를 결정해 파문이 예상된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를 결정해 파문이 예상된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과거사와 외교 갈등이 한·일 경제 전쟁으로 비화하더니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폐기 논란까지 생겼다. (※청와대는 22일 지소미아 종료를 전격적으로 선언해 파장이 예상된다.)

 “지소미아는 모든 군사 협력의 기본인데, 우리 정부는 러시아를 포함해 33개국과 체결했다. 그걸 파기하면 군사 협력을 할 수가 없다. 무역 분쟁을 자꾸 확대해서 안보까지 건드리면 절대로 안 된다. 미국도 동의 안 한다. 다 깨고 나면 나중에 어떻게 하려는가. 일본과 대판 전쟁할 건가. 일본과 싸워서 이길 수 있나. 국내총생산(GDP)은 일본이 3배이고, 해·공군 전력은 일본이 각각 한국의 5배씩이나 된다. 싸움해봤자 100% 진다. 2~3일 싸우고 나면 우리는 (싸우러) 나갈 배도 없고 나갈 비행기도 없을 거다. 그러니까 이길 확률이 없는 그런 싸움은 하면 안 된다. 그래서 '먼저 이겨 놓고 싸우라'(先勝而後求戰)는 거다.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남은 배 12척 얘기를 하던데 (대통령이) ‘거북선 횟집’에서 식사하면 일본을 이기나. 그럼 맨날 거북선 횟집에 가야겠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갈등이 과거사에서 경제를 넘어 안보 전선으로 확대되고 있다. 22일 한국 정부는 미국의 반대에도 한일 정보보호협정 종료를 전격 선언했다. [AP=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갈등이 과거사에서 경제를 넘어 안보 전선으로 확대되고 있다. 22일 한국 정부는 미국의 반대에도 한일 정보보호협정 종료를 전격 선언했다. [AP=연합뉴스]

 -중거리 핵 전력조약(INF)에서 탈퇴한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 의사를 밝히자 중국이 한·일을 압박했다.

 “정말 쉽지 않은 문제다. 그래도 우리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끊임없이 위협하면 한국도 살아남기 위해서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까지 배치할 수밖에 없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도 중거리 미사일을 많이 생산·배치하고 있는데 우리는 중국의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국방부 대변인은 “(중거리 미사일 배치는) 미국 측과 논의하거나 검토한 적도 없고 그럴 계획도 없다”는 입장을 공개했다.

 “왜 그렇게 서둘러 발표했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 그러니까 중국이 우리 알기를 자꾸 우습게 아는 거다. 중거리 미사일이 단순하게 미국과 중국 간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우리 생존을 위해서 중거리 미사일을 갖겠다는 거는 누구도 시비 걸 수 없는 거다.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정도로 일단 눌러 놓는 게 좋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과거에 표명한 ‘사드 3불’(사드 추가 배치, 미국의 MD에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 추진 안 한다) 입장을 어떻게 보나.

 “3불은 아주 잘못된 입장이다. 사드는 현재 남쪽만 보호할 수 있으니 서울 등 북부지방 보호를 위해서는 추가로 배치해야 한다. 미국의 MD 체제에 종속될 필요는 없겠지만, 북한 배후를 더 잘 들여다보기 위해서라도 미국과 MD 협력을 해야 한다. 한·미·일 동맹은 현재로썬 한·일 관계가 나쁘기 때문에 한·일 갈등 해소 때까지 유보하는 게 맞다.”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은 19일 인터뷰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파기하면 군사 협력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상선 기자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은 19일 인터뷰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파기하면 군사 협력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상선 기자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김혜린 인턴기자가 인터뷰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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