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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성실했는데”…지인 ‘무면허 음주운전’에 숨진 노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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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중앙포토]

음주운전. [중앙포토]

 21일 제주 서귀포시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70대 부부는 가해자와 알고 지낸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모(75)씨와 부인 김모(73·여)씨는 이날 오후 8시10분쯤 서귀포 중문관광단지 내 인도에서 갑자기 돌진한 1톤 트럭에 치여 숨졌다. 차량을 운전한 김모(53)씨는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185%의 만취 상태였다. 게다가 과거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돼 무면허 상태로 차를 몰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서귀포경찰서에 따르면, 김씨 부부는 사고 지점 인근 해수욕장에서 장사를 마친 뒤 집에 돌아가기 위해 중문관광단지 내 퍼시픽랜드 입구 쪽 인도 화단에 걸터앉아 지인의 차를 기다리던 중 사고를 당했다. 이들이 평소 장사한 곳에서 불과 3분 거리였다. 이들 부부는 10여년 간 관광객 등을 상대로 감귤을 팔며 생계를 꾸렸다.

21일 오후 음주 운전사고가 발생해 70대 부부가 사망한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 퍼시픽랜드 인근 도로에 감귤 두 개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연합뉴스]

21일 오후 음주 운전사고가 발생해 70대 부부가 사망한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 퍼시픽랜드 인근 도로에 감귤 두 개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연합뉴스]

사고를 낸 김씨도 인근에서 음료 장사를 하면서 서로 알고 지냈다고 한다. 가해자는 장사를 마치고 집으로 갔다가 음료를 만들고 남은 감귤 껍질을 버리기 위해 술을 마신 채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욕장 인근 상인들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친분이 있던 사이였다”며 “한순간에 잘못된 선택으로 이 같은 참변이 일어나 안타깝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피해자 부부는 유난히 성실하고 사이가 좋았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한 상인은 “할머니가 감귤을 팔고, 할아버지가 장사가 끝날 때쯤 와서 뒷정리를 하고, 항상 함께 귀가했다”고 말했고, 다른 상인은 “누구보다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셨다. 다른 상점은 오전 9시쯤에나 영업을 시작했지만, 이 부부는 오전 6∼7시에 영업을 시작해 오후 7시 30분∼8시에 영업을 마쳤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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