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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언론 개화기 중국은 암흑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소련의 개혁작업에서 언론이 선도적 역할을 지속하고있는 반면 중국은 천안문사태 이후 오히려 언론통제를 강화하여 대조를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사회주의 체제아래 당의 선전도구에 지나지 않던 점에서 중소의 언론은 같은 출발점에 서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소련언론은 글라스노스트 (공개성) 정책으로 이제 개화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중국언론은 암흑기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소련은 전 세계의 뉴스를 폭넓게 전달하는 미국의 뉴스전용 CNN (유선뉴스방송망)TV채널에 가입, 지난주부터 모스크바시내 중심가의 일부 호텔 투숙객들이 CNN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이 같은 유선방송이 모스크바 시내의 모든 호텔로 확산되며 그때가 되면 모스크바 시민들도 인공위성으로 중계되는 뉴스프로그램에 가입, 이를 시청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런가하면 소련의 모스크바·레닌그라드 등 주요 도시에는 적나라한 누드사진을 담은 잡지들이 범람하고 있다는 외신보도가 계속 타전되고 있다.
반민영 노보스티통신은 최근 소련 내에서 물의를 빚고 있는 일련의 탄광노동자파업과 관련한 사진을 스스럼없이 외신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쪽의 상황은 판이하다.
지난번 북경을 중심으로 한 민주화요구시위에 관영 인민일보의 기자들이 직접 참가했는가 하면 이 같은 사태를 적극적으로 보도하기도 했으나 6·4천안문사태 유혈진압으로 결정적 좌절을 맛보았다.
중국당국은 첸리런(전리인)인민일보사장과 탄원루이(담문서) 편집국장 등을 전격해임하고 그 자리에 카오양(고양)중앙당교 부교장과 샤오화쩌(소화택)인민해방군 총정치부 선전부장을 각각 앉혔다.
이와 함께 북경사태 당시학생들의 주장에 동조했던 광명일보·요기일보·중국법 제보 등 3개 신문의 책임자를 교체하고 일부 기자들을 체포하기도 했다.
중국당국의 「언론숙청」작업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급기야는 부르주아 자유화사상을 소탕한다는 이유로 인민일보의 편집국 기자 전원을 교체할 방침까지 세웠다.
중공당중앙위는 또 이념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개혁지향적 잡지인 『구하』를 공산주의 이론지로 환원시키기로 결정한바 있다. 「언론동토」의 영역이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이다.
중국은 이에 그치지 않고 외신기자들에 대한 「탄압」도 불사하고 있다.
영국인디옌던트 TV뉴스의 피터 뉴포트 기자가 지난 6월10일 상해에서 학생시위를 촬영하다가 중국당국에 의해 추방된 것을 시작으로 같은 달 17일에는 이 방송사의 버논팬기자와 존 엘핀스턴기자에게도 청도시의 시위를 촬영했다는 이유로 추방명령을 내렸다.
미국기자들로서는 6월14일AP통신의 존 팸플릿기자와 VOA (미국의 소리)방송의 앨런 페신기자가 출국명령을 받았다.
또 지난 7월5일에는 중국군인들이 천안문광장을 통과하던 일본인 관광객들이 탄 버스 3대를 검색, 이들이 갖고있던 카메라와 비디오필름을 압수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워싱턴포스트지의 조나단 모지스기자는 천안문광장에 군이 진입할 때 몇몇 시위주동학생들을 인터뷰하다가 현장에서 당국에 다짜고짜 연행돼 갖은 고초를 겪었다.
눈이 가려진 채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취재수첩과 신분증·크레디트카드까지 압수당하고 알몸으로 심문을 받기도 했다.
중국에서의 불운과는 달리 집권자에 대한 「우호적」인 기사 외에는 쓸 수 없었던 모스크바주재 외국언론 특파원들은 요즘 신바람이 나있다.
과거 같으면 취재협조는커녕 등을 돌리기 일쑤였던 취재원들이 아무 거리낌없이 취재협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쿠즈탄광노동자들의 파업을 취재한 워싱턴포스트지의 데이비드 템닉기자는 현지 지방공산당지부 사무실의 텔렉스를 이용, 워싱턴에 송고하는 편의를 제공받았다.
예전 같으면 아는 채도 하지 않았을 노조지도부중 한사람이 나서 『텔렉스가 길 건너 공산당지부 사무실에 있으니 그것을 이용하라』는 친절한 배려를 해준 것이다.
글라스노스트외 물결은 이쯤에서 멈추고 있지 않다.
소련의 입법기관인 인민대회가 열리는 동안 외국특파원들은 크렘린취재는 물론 국가보안위원회 (KGB) 고위당국자를 붙들고 질문공세를 할 수도 있었고 군장성과 시인·전 정치범, 심지어는 고르바초프 공산당서기장부처까지도 취재가 허용됐다.
템닉기자는 고르바초프 부인인 라이사와는 그의 남편과 나폴레옹을, 라이사 자신과 조세핀을 비교하는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외국기자들도 깜짝 놀랄만한 변화가 소련에 일고있는 것이다.<이춘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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