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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양 김씨 동승|「야당호」 나올까|「두 사람 이후」 겨냥 잠복성 세대교체론|아직은 역부족…소리만 요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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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야권내의 정계 개편론은 보수연합에 세대 교체론이 얽혀있고 여기에 구 신민당의 뿌리 찾기도 있어 이래저래 복잡하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세대교체론-. 즉 지난 70년대 초반부터 야당을 지배해 철옹성을 구축하고 지금 야당세를 분할하고 있는 김대중·김영삼 두 총재에 대한 도전가능성이다.
야당내부에서는 지난 대통령선거 패배이후 양김 퇴진 불가피론이 끊임없이 흘러 나왔다.
두 사람의 끝없는 대권욕이 야당통합의 장애물이며 후계세력의 성장을 막고 있다는 비판론이 제기됐었다.
평민·민주당 내에서 일고 있는 야당 통합론이나 보혁 재편론의 밑바닥에는 모두 이같은 양김 퇴진을 전제한 세대 교체론이 깔려 있다.
민주당 당직개편에서 밀려난 최형우 전총무가 소장의원들의 모임인 민주연구 모임에서 피력했다는 얘기도 그런 뉘앙스를 담고 있다. 평민·민주 양당은 같은 뿌리를 갖고 있으므로 앞으로 정권도전을 위해서는 합쳐야 하는데 양김 총재가 문제라는 것이나, 집단지도 체제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최형우 의원과 같은 뜻을 가진 민주당 의원이 많다는 것이며 평민당의 조윤형 부총재도 비슷한 의견이어서 양측간에 접촉이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조부총재의 주변에는 정대철 의원 등 서울·경기 출신이 몰려 있으며 보수성향의 이들은 회의가 있을 때가 아니면 당사에 얼굴도 잘 안내밀어 진보적인 평민연 중심 당운영에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 박실 의원이 중심이 되어 당료파 출신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당내 보수파의 모임을 결성하려고 한 것도 이와 같은 내밀한 움직임과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평민당내의 움직임은 공안정국의 찬바람속에 당이 위기에 처하자 일단 잠복상태로 들어가 버렸다.
양당 모두 비령 호남출신의 의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이들 통합 추진세력들은 평민족의 경우 이들의 입지는 극히 제한적이다. 우선 현재 당이 위기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조직적인 전열을 갖출 겨를이 없는 실정이다.
12월께 예상되고 있는 전당대회를 계기로 세규합에 나서고는 있지만 수면 아래서 오가는 분위기 조성에 불과한 정도다. 반면 민주당쪽은 상대적으로 활발한 움직임이다. 지난 영등포 재선거에서의 참패이후 더욱 표면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김총재의 영향권을 벗어나기에는 현재로서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서울·경기쪽은 어떨지 몰라도 주류를 이루고 있는 영남권 의원들의 가담은 아예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이고 소장파 의원들이 과연 독자영역을 구축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평민-민주 통합 추진론자들은 소리만 요란할 뿐 실현성에서는 모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이데올로기를 뛰어넘을 정도로 골이 깊어진 지역성이라는 족쇄에서, 또 호메이니와 다름없이 끈을 풀어주지 않고 있는 양 김의 틈바구니에 끼어 떠돌기만 하다가 쓰러지고 말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평민·민주 양당간의 통합도 어려운데 보수대연합이란 건 말할 것도 없다는 게 민정당의 정계개편 구상에 대한 야당가의 일반적 인식인 것 같다.
민정당 쪽에서는 보혁대결에 의한 정계개편이 이뤄질 경우 공화당은 말할 것도 없고 상당한 수의 민주당 의원과 평민당 일부가 호응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실제 민주·평민 의원중에 보수파들은 그런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계가 보혁대결로 재편되기 어렵다는 것 또한 이들은 인정하고 있다.
민정당이나 공화당에서 아무리 『색깔을 드러내라』고 요구해도 국민들의 기피증세가 여전한 「혁신색깔」을 굳이 자처하고 나설 정치세력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민련같은 상당히 진보적인 세력도 「혁신」으로 규정되기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정계가 보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없다면 온건보수를 자처하는 민주당이나 평민당의 보수파들은 차라리 야당의 뿌리찾기로 나실 가능성이 더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정당의 보수대연합론은 한갓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총선이나 대통령 선거를 앞두면 다시 야권후보 단일화론과 야당 통합론이 제기될 것은 틀림없다는 것이 야권 내 통합 추진파들의 생각이고 민정당측의 계산이기도 하다.
지난 대통령 선거의 패배 교훈과 4당 체체 하에서 야권의 분열이 갖고 온 동해 선거·영등포 선거의 잇단 패배는 야권에 대한 압력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으며 김대중·김영삼 총재에게는 엄청난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 김총재가 곁으로 내색은 않지만 속으로 이 문제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도 그 때문이다.
두 김총재는 이같은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통합보다는 오히려 더 양극으로 나갈 가능성이 짙다. 다음 총선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경쟁에 나섬으로써 밖으로는 정국 주도권을 잡고 내부적으로는 당내 결속을 기하는 효과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공안정국의 결과가 어떻게 수습될지 추이를 보면서 내년에 시작되는 지방 자치제에서부터 야당의 선명경쟁 같은 게 시작돼 여권의 본격적인 정계 개편론과 맞물려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김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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