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는 잘 뛰는 말 불리하게, 골프는 잘 치는 선수 유리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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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PGA 투어 플레이오프 우승자 저스틴 로즈(왼쪽)과 최종전 우승자 타이거 우즈. 올해 시스템으로 경기를 치렀다면 우즈는 최종전 우승자가 되지 못한다. [AFP=연합뉴스]

지난 해 PGA 투어 플레이오프 우승자 저스틴 로즈(왼쪽)과 최종전 우승자 타이거 우즈. 올해 시스템으로 경기를 치렀다면 우즈는 최종전 우승자가 되지 못한다. [AFP=연합뉴스]

미국 PGA 투어의 플레이오프 시스템이 올해부터 변경됐다. 23일(한국시간) 개막하는 시즌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플레이오프 포인트 랭킹 1위 저스틴 토머스가 10언더파에서 시작하고, 2등은 8언더파 등으로 어드밴티지를 안게 된다. 포인트 랭킹 24위인 한국의 임성재(21)는 1언더파에서 출발한다.

PGA 투어 플레이오프, 1등 10언더파 안고 시작

PGA 투어는 2007년 플레이오프 제도를 만들었다. 야구, 농구, 풋볼처럼 정규경기가 끝나고 플레이오프로 진정한 챔피언을 가리면서 화려한 피날레를 만들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엘리트 선수들과 팬들은 플레이오프보다 메이저대회를 더 중시해 흥행이 잘 안 됐다. PGA 투어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차례 제도를 바꾸고 있다.

지난해까지 PGA 투어 플레이오프 시스템은 복잡했다. 기존 플레이오프 포인트에 최종전 순위를 더하는 복잡한 수학을 해야 했다. 방송 해설자도 이를 설명하기가 어렵다. 팬들은 복잡하면 흥미를 잃는다.

또한 포인트 5위 밖의 선수가 우승하면 투어 챔피언십 우승자와 플레이오프 우승자가 다른 선수가 될 수 있었다. 지난 3년간 그랬다. 지난해엔 타이거 우즈가 투어 챔피언십 우승자가 됐고, 저스틴 로즈가 플레이오프 챔피언이었다. 투어 챔피언십과 플레이오프 우승자가 따로따로면 주인공은 두 명이 되고 관심은 분산된다.

그래서 올해 대회부터는 플레이오프 포인트는 지우는 대신 1위는 10언더파, 26~30위는 이븐파에서 출발한다. 플레이오프 순위 30위라도 4라운드 동안 10타라는 핸디캡을 극복하면 우승할 수 있다. 투어 챔피언십 우승자=플레이오프 챔피언이다.

2019 시즌 플레이오프 포인트 1위 저스틴 토머스(오른쪽)와 5위 로리 매킬로이. 토머스는 10언더파, 매킬로이는 5언더파에서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을 시작한다. [AFP=연합뉴스]

2019 시즌 플레이오프 포인트 1위 저스틴 토머스(오른쪽)와 5위 로리 매킬로이. 토머스는 10언더파, 매킬로이는 5언더파에서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을 시작한다. [AFP=연합뉴스]

경마는 잘 뛰는 말에 무게를 더 얹어 불리한 핸디캡을 안고 경기한다. 어떤 말이 이길지 알 수 없게 해서 경기를 더욱 흥미롭게 하기 위해서다.

반면 PGA 투어 플레이오프는 잘 치는 선수가 유리하게 만들었다. 골프는 퍼트 감 등 컨디션에 따라 경기력이 일정하지 않다. 매 대회 우승자가 다르고 의외의 챔피언도 나온다. 그래서 시즌 내내 좋은 성적을 낸 선수가 유리하게 조정했다. 프로야구 1위 팀의 홈어드밴티지 같은 것이다.

그러나 잘 치는 선수가 언더파를 안고 가는 것이 스포츠 정신에 맞는가, 또 이것이 더 흥미로우냐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시스템으로 경기했다면 지난해 타이거 우즈는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수 없었다.

한편 투어 챔피언십 우승자는 1500만 달러(약 181억 6000만원), 꼴찌를 해도 39만5000 달러(약 4억 8000만원)를 받는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투어 챔피언십 주요 선수들 시작 스코어
1. 저스틴 토머스 -10
2. 패트릭 캔틀리 -8
3. 브룩스 켑카 -7
4. 패트릭 리드 -6
5. 로리 매킬로이 -5
14. 더스틴 존슨 -3
24. 임성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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