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를 읽고] 도로에 방치된 만취 승객 운전사 책임만 물을 수 있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만취한 승객을 자유로에 내려놓아 다른 차에 치여 숨지게 한 택시운전사를 유기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는 지난달 25일자 기사는 서울에서 20년 넘게 택시운전을 한 나의 경험과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겨우 두달밖에 되지 않은 초보 택시운전사가 오죽하면 요금까지 포기하면서 승객을 내려놓았겠는가. 이는 필시 승객이 만취해 자유로 위에서 막무가내로 택시문을 열고 내리려 해 시비 끝에 할 수 없이 내려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만취승객 도로방치'라든지 경찰 발표대로 '승객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송해야 할 도덕적인 의무'란 무의미해지는 것 아닌가. 최초 목적지를 '일산'이라고 했더라도 만취하면 괴력(?)이 생겨 본인 의사에 반한 운전사의 행동은 불가능하다.

정창희.모범택시운전사.서울시 중랑구 묵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