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를 읽고] 정치논리 아닌 경제논리로 고속철 중간驛 결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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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교통수단이나 하부구조(철로)를 도입할 때 과중한 투자비용 때문에 교통서비스의 생산단가가 상승한다. 그런데 프랑스 국철에서는 '승객-㎞'당 개념에 의한 생산단가가 테제베 동남선(파리~리용 간 노선) 건설 이후 오히려 떨어졌다고 한다.

테제베가 생산단가를 인하한 원동력은 크게 세 가지다. 노반강화와 이음새 없는 장대철로, 차량 성능을 개선시킨 기술발전으로 주행속도를 높였다. 또 중간 역들을 폐지하고 노선을 직선화해 운행시간을 단축했다.

차량의 성능개선이나 하부구조 개선이 '하드웨어적 속도의 증가'라면 중간 역의 과감한 폐지는 '소프트웨어적 속도의 증가'다. 다음으로 테제베는 완만한 구릉지를 우회할 필요 없이 곧장 올라 갈 수 있는 최대경사도를 실현했다.

아쉽게도 세번째 사항은 우리의 큰 실수로 테제베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 고속전철 경부선 대부분의 구간이 교량과 터널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자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울산에 정차역을 더 만든다는 또 다른 걱정거리를 내놨다.

정차역 수를 지금보다 더 줄이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늘린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공공정책이 주민들의 집단적인 유치 이기주의에 좌지우지돼서는 곤란하다. 역을 추가하는 일은 정치적으로 결정할 사안도, 흥정하듯 논의할 사안도 아니다. 선진국에서도 노선결정은 교통전문가가 하지 정치인이 하지 않는다.

홍창의.관동대 교통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