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만에 제재 결의… 98년 때보다 강도 훨씬 높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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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처음 거론된 건 5일. 이날 새벽 이뤄진 미사일 발사로 심각한 위협을 느낀 일본이 안보리를 긴급 소집하면서였다. 일본이 낸 초안의 골자는 세 가지였다. 북한 미사일이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해치는 것으로 규정하고, 유엔 회원국들로 하여금 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모든 물품과 기술의 대북 이전을 중단하라는 것이었다. 또 대북 군사 제재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유엔헌장 7장 원용 부분이 들어가 있었다.

일본은 이 초안을 즉시 안보리 회원국들에 회람시켰다. 이어 7일 안보리에 제출해 8일 표결 처리를 요구했다. 이에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미사일의 악영향은 인정하면서도 "지나친 제재는 역효과를 낸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두 나라는 "안보리 결의 대신 의장 성명으로 대신하자"고 맞섰다. 북한이 1998년 대포동 1호를 쐈을 때 의장 성명이 채택된 전례를 그대로 따르자는 얘기였다. 의장 성명은 안보리 조치 중 수준이 가장 낮은 것이다. 이즈음 중국이 평양으로 협상단을 보내며, 협상 결과를 일단 보자고 했고 미.일이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평양에 간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은 '좋은 소식'을 전혀 만들어 내지 못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일의 공세가 다시 강해질 것을 대비해 12일 새로운 결의안을 만들어 안보리에 제시했다. 내용은 일본 안과 비슷했지만 유엔 헌장 7조 원용 부분이 빠진 것이 결정적으로 달랐다. 한마디로 제재보다 규탄에 무게를 둔 것이었다.

이후 협상이 빠르게 진행됐다. 사실 일본도 거부권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가 일본 안에 강하게 반대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타협은 북한을 방문했던 중국 대표단의 노력이 무산된 후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됐다.

일본과 미국은 결국 유엔헌장 7장 부분을 양보하고 이 대목이 빠진 절충안을 수용했다. 안보리가 분열되는 것보다 의장 성명에 비해 훨씬 강도 높은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는 것이 백번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의문 채택 시점도 미사일 발사를 기준으로 열흘 만에 이뤄져 98년 의장 성명 채택 때보다 닷새 앞섰다.

유엔본부=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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