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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2100만 불의 사나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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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16일 도쿄 진구구장에서 열린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 전에서 3회 초 2루타를 친 후 2루에 세이프되는 이승엽. [도쿄=연합뉴스]

'3년 몸값 200억원'.

일본 프로야구 최고 타자의 위치를 굳혀가고 있는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이 점점 '귀하신 몸'이 돼가고 있다. 몸값도 치솟는 분위기다. 이젠 미국 언론에서도 "이승엽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경우 3년 동안 2100만 달러(약 200억원)의 몸값을 제시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5일 야후닷컴의 칼럼니스트 제프 파산이 쓴 기사에서다.

기사는 "이승엽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5개의 결정적인 홈런을 때려 시선을 끌었고,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검증된 타자"라고 썼다. 이승엽의 올해 연봉은 1억6000만엔(약 13억원)이다. 그의 말처럼 이승엽의 최근 활약은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통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이승엽은 15일 야쿠르트 스왈로스전에서 시즌 29호 홈런을 포함해 5타수 4안타.4타점의 맹타를 휘둘렀고, 16일에도 같은 팀을 상대로 펜스 깊숙한 2루타를 날리며 득점을 추가, 승리에 기여했다. 이날 현재 이승엽은 타율 0.326, 109안타.29홈런.64타점.70득점으로 홈런.득점.장타율에서 단독 1위, 최다 안타는 공동 1위, 타율 2위, 타점은 4위다.

이승엽의 활약 덕분에 전날 7점 차의 열세를 뒤집고 11-9로 역전승한 요미우리는 이날 경기에서도 4-3의 짜릿한 승리를 올리며 모처럼 2연승을 달렸다.

이승엽의 성적과 몸값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그가 3년 전 메이저리그 도전에 실패하고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계속한 결과다. 2003년 삼성에서 56개의 홈런을 때린 이승엽은 메이저리그 팀과 입단 교섭을 했으나 냉정한 평가와 차가운 시선을 받고 울며 돌아섰다. 그리고 삼성으로 돌아오는 대신 일본 지바 롯데를 택했다. 롯데 입단 첫해 눈물 젖은 빵을 먹은 그는 지난해 타율 0.260, 106안타.30홈런을 기록하며 팀을 일본 챔피언으로 끌어올렸고, 올해 요미우리로 이적, '거인의 4번타자'로 거듭나며 리그 최고의 타자가 됐다.

이승엽의 올해 성적은 2002년 일본 야구 최고의 타자였던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가 '거인의 4번타자'로 뛰며 기록한 타율 0.334, 50홈런.107타점과 같은 페이스다. 그때 마쓰이는 리그 MVP를 차지했고, "더 이상 일본에서 이룰 것이 없다"며 메이저리그로 갔다. 미국을 가며 마쓰이가 받은 몸값이 3년간 2100만달러였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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