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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넘어 반값 재건축 나온다…"원가로 택지비 평가"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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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정부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가격을 산정할 때 땅값 감정평가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감정평가금액을 낮출 방침이다. 사진은 철거 이후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기 전 대지 상태인 수도권 재건축 사업장.

정부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가격을 산정할 때 땅값 감정평가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감정평가금액을 낮출 방침이다. 사진은 철거 이후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기 전 대지 상태인 수도권 재건축 사업장.

정부가 10월부터 요건을 강화하기로 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논란이 상한제 가격을 구성하는 땅값으로 번지고 있다. 분양가에 반영하는 땅값을 현행 기준보다 내려가기 때문이다.

정부, 민간택지 상한제 택지비 기준 개정 #개발이익 빼고 감정평가해야 #공시지가와 차이 크면 재평가 #'반값 아파트'되면서 추가분담금은 눈덩이

상한제 분양가가 예상보다 더 낮아져 도심에 ‘로또’를 넘어 ‘반값 아파트’가 나올 전망이다. 추가분담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은 상한제 직격탄에 이어 후폭풍까지 맞게 됐다.

정부는 상한제 시행에 맞춰 민간택지 택지비 산정 기준을 대대적으로 손본다. 상한제는 택지비(택지가격+가산비용)와 건축비(기본형건축비+가산비)를 합쳐 분양가를 계산한다.

상한제 분양가는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건축비보다 큰 택지비에 달렸다. 건축비는 지역에 상관없이 비슷하고 예상할 수 있지만 택지비는 복잡하기 때문이다.

택지가격은 공공택지에선 정해져 있다. 사업시행자에게 사들인 공급가격이다. 공공택지 이외 민간택지에선 공급가격이 없다. 2007년 9월 노무현 정부가 민간택지 상한제를 도입할 때 민간택지 택지가격을 감정평가금액으로 검토했다. 민간 사업자는 사업예정지 내 부지를 필지별로 시장가격을 주고 사야 하므로 택지매입비용이 감정가격과 차이가 크게 난다는 게 문제가 됐다.

민간택지 택지가격은 매입가격으로 결정됐다. 택지비 부풀리기 등을 방지하기 위해 감정가격 120% 이내라는 단서가 달렸다. 매입가격 인정 범위는 2012년 감정가격 120% 이내나 개별공시지가 150% 이하로 넓어졌다. 당시 정부가 추진하던 민간택지 상한제 폐지가 지지부진하자 규제 완화를 한 것이다.

조합원의 현물 출자 방식인 재건축·재개발 택지가격은 매입가격이 없어 처음부터 감정평가금액으로 정해졌다. 감정평가는 자치단체장이 정하는 감정평가기관 두 곳이 맡는다. 두 기관의 산술평균금액이 감정평가금액이다. 감정평가 방식은 별다른 제한 없이 일반적인 토지 감정평가 방식을 따랐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는 상한제 가격 산정 기준을 바꿔 감정평가 절차와 방식을 까다롭게 할 계획이다. 감정평가기관 두 곳에 시·도지사가 추천한 기관을 포함하게 하고 한국감정원이 감정평가금액을 검증하도록 했다. 봐주기식 감정평가를 못 하게 하겠다는 뜻이다.

여기다 감정평가 방식을 원가 기준으로 한다. 사업부지를 조성하는 데 필요한 원가를 산출해 평가하고 개발이익을 반영하지 못하게 했다. 재건축·재개발 개발 기대감을 뺀 땅 가치만 평가하라는 것이다. 감정평가금액이 공시지가와 많이 차이 나면 재평가한다.

공시지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범위에서 감정평가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민간택지의 감정평가 절차를 명확히 해 감정평가 금액이 과다하게 산정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감정평가 금액이 내려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 감정평가금액은 시세와 비슷했다. 관련 법령도 ‘시장가치’로 감정평가액을 결정하게 하고 있다. 시장가치는 ‘시장에서 거래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은 가격’이다. 시세나 마찬가지다.

앞으로 원가 중심으로 감정평가하고 공시지가와 차이가 크게 나지 않게 하면 감정평가금액이 시세보다 공시지가에 더 가까워진다. '준시세'가 아닌 '준공시지가'가 되는 셈이다.

정부는 올해 공시지가가 시세의 64.8%라고 지난 2월 밝혔다.

한 감정평가사는 “공시지가보다 30% 넘게 비싸면 재평가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요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요건

2010년대 초반 상한제 적용을 받은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의 택지가격 감정평가금액은 공시지가의 2배가 넘었다. 2013년 10월 분양한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옛 청실)이 2.3배, 2014년 9월 서초구 서초동 옛 삼호1차인 서초푸르지오써밋은 2.8배였다.

강북 재개발도 비슷했다. 2011년 성동구 성수동 옥수12구역 재개발 단지인 래미안옥수리버젠은 2.5배였다.

당시엔 공시지가의 시세 반영률이 지금보다 낮았고 감정평가금액이 시세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래미안대치팰리스가 분양한 2013년 대비 강남구 대지 가격 상승률이 30%인데 같은 기간 래미안대치팰리스 공시지가는 두 배 넘게 올랐다. 과거 공시지가가 그만큼 낮은 것이었다.

택지가격 감정평가금액이 깎이면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받는 상한제 충격은 2007년 상한제보다 더 클 전망이다.

강남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상한제를 하더라도 그동안 땅값이 많이 올라 감정평가금액이 그나마 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기대를 버려야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 감정평가를 많이 해온 감정평가기관이 조합에 우호적으로 감정평가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진다”고 전했다.
일부에선 공공택지 공급가격과 형평성 문제가 나온다. 무주택 서민을 위한 공공택지에선 택지공급가격을 올려 분양가를 높이면서 민간택지 감정평가금액은 누른다는 것이다.

2015년 공공택지 전용 85㎡ 이하 용지 공급가격 기준이 조성원가의 1.1배 이하에서 감정평가금액으로 바뀌면서 분양가가 뛰었다.

고분양가 논란이 일어 분양이 미뤄지고 있는 경기도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 택지공급가격은 조성원가의 3배에 가깝다. 과천 도심 아파트 단지 공시지가보다 50% 더 비싸다. 2017년 공급된 위례신도시 공동주택용지 가격은 조성원가의 1.8배였다.

공공택지 땅값은 시세 수준으로 올리면서 민간택지 택지가격은 조성원가 정도로 낮추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정비사업장들에 크다.
 민간 아파트 분양가를 공공주택 수준으로 낮추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땅값 감정평가의 첫 방울을 달 사업장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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