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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분양가보다 비싸면 재건축 왜 하나"…커지는 '분양가 역전' 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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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철거 공사가 한창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으면 조합원 분양가가 일반분양가보다 더 올라갈 수 있다.

철거 공사가 한창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으면 조합원 분양가가 일반분양가보다 더 올라갈 수 있다.

서울 재건축·재개발 시장이 분양가상한제 ‘공포’에 휩싸였다. 강남에선 지난해 정부가 가구당 최고 8억원이 넘는 재건축부담금(초과이익환수제) 예상 금액을 발표했을 때의 공포가 되살아난 듯하다.

강남 상한제 분양가 시뮬레이션해보니 #3.3㎡당 4000만원 넘기 어려울 듯 #강동에선 2000만원대 중반 예상 #조합원 분양가 올라 더 비쌀 수도

공포는 ‘분양가 역전’ 우려에서 나온다. 상한제로 일반분양분 분양가가 조합원 가격보다 내려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조합원 분양가가 대개 일반분양가보다 20~30% 저렴했다.

도심에서 희소가치가 높은 새 아파트를 청약경쟁 없이 선점하고 시중 가격(일반분양가)보다 저렴하게 마련하는 게 재건축·재개발 같은 정비사업의 주된 동력이다. 조합원 분양가가 더 비싸면 오랜 사업 기간 재산권 행사 제약을 받으면서 사업할 이유가 없어진다. 상한제가 이를 위협하는 것이다.

문제는 상한제 분양가다. 정부는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현시세보다 분양가가 20~30% 낮을 것으로 예상됐다”고 했다.

2007년 노무현 정부가 도입한 민간택지 상한제에 따른 분양가는 주변 시세보다 이만큼 저렴하지 않았다. 2010~2014년 상한제를 적용받은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 나왔다. 분양가가 주변에서 가장 비싼 단지와 비교해 10~20% 낮았다.

2011년 4월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 전용 114㎡ 분양가가 8억4000만원이었는데 인근 옥수삼성 같은 크기가 9억원이었다. 2013년 5월 마포구 공덕동 공덕파크자이 전용 84㎡가 6억3000만원에 분양됐다. 래미안공덕5차가 20% 가까이 비싼 7억4000만원이었다.

2013년 10월 분양한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분양가가 3.3㎡당 3200만원이었다. 그때 대치동 최고가인 대치아이파크가 3600만원 정도였다. 서초구 서초동 삼호1차 재건축 단지(서초푸르지오써밋) 전용 59㎡가 2014년 9월 상한제 가격 6억원에 나왔다. 인근 준공 4년 된 서초교대e편한세상 같은 크기(7억2000만원 선)보다 20% 저렴했다.

2010년대 초반은 서울 아파트값이 약세여서 상한제의 분양가 인하 효과가 크지 않았다. 지금은 그동안 특히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해 상한제 가격이 시세보다 상당히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시뮬레이션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분양을 앞둔 주요 단지의 상한제 가격을 예상해봤다. 상한제 가격은 크게 택지비와 건축비를 합친 금액이다. 건축비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기본형건축비(현재 3.3㎡당 645만원)에 친환경 등 각종 가산비용을 합치는데 이미 상한제가 시행 중인 공공택지에 분양된 아파트의 건축비가 3.3㎡당 900만~1000만원 정도다.

관건이 택지비다. 택지비는 매입가격이다. 정비사업은 기존 부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매입가격이 없다. 분양 시점의 감정평가금액을 땅값으로 본다. 여기다 택지 조성과 관련한 가산비용을 더한 게 택지비다.

조합이 입주자모집승인 신청 전에 자치단체에 감정평가를 신청한다. 자치단체는 감정평가기관 2곳에 감정평가를 의뢰한다. 두 기관의 산술평균금액이 감정평가금액이다.

감정평가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한다. 정부는 올해 공시지가가 시세의 64.8%로 산정됐다고 지난 2월 밝혔다. 감정평가금액을 시세와 비슷할 것으로 보면 공시지가의 1.54배가 감정평가금액이 된다.

상한제 적용 가능성이 높은 주요 단지의 공시지가를 보면 국내 최고가 지역인 서초구 반포동 반포1단지 공시지가가 올해 3.3㎡당 5000만원이다. 감정평가금액은 7700만원. 아파트 공급면적에 포함되는 대지지분 가격은 3.3㎡당 2600만원 정도다. 택지비 가산비용과 건축비를 합친 금액을 3.3㎡당 4000만원 이하로 예상할 수 있다.

강남구 개포에선 상한제 분양가가 이보다 더 내려갈 수 있다. 공시지가가 반포보다 20% 가량 낮기 때문이다. 개포1단지 공시지가가 3.3㎡당 4200만원이다. 분양가로 3.3㎡당 400만원 내린 3.3㎡당 3600만원 정도가 되는 셈이다.

자료: 부동산114

자료: 부동산114

송파구와 강동구 공시지가는 더 낮다. 신천동 진주 공시지가가 3.3㎡당 3800만원이다. 이 금액이면 분양가가 3.3㎡당 300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공시지가가 3.3㎡당 2700만원으로 진주보다 30%가량 내려간다. 둔촌주공 상한제 가격이 3.3㎡당 2500만원 안팎이 된다.

이 금액은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가 규제하는 분양가보다 더 낮은 금액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 규제 가격이 강남권에서 3.3㎡당 4600만원대까지 올라갔다. 지난 4월 개포동 옆 일원동에 분양한 디에이치포레센트 분양가가 3.3㎡당 4569만원으로 강남구 최고가를 기록했다. 서초구에서 가장 비싼 분양가는 3.3㎡당 4687만원이다.

정부가 논란과 우려에도 민간택지 상한제를 강행하는 이유다.

상한제 가격이 내려갈수록 조합원 분양가와 역전 가능성이 커진다. 위에서 예상한 상한제 분양가는 당초 조합이 예상한 가격보다 3.3㎡당 1000만원 이상 낮은 금액이다. 그만큼 일반분양 수입이 줄기 때문에 조합원 분양가가 올라간다.

둔촌주공은 일반분양가를 3.3㎡당 3500만원으로 보고 조합원 분양가를 3.3㎡당 2700만원으로 잡았다. 일반분양가가 3.3㎡당 2500만원으로 내려가면 조합원 분양가는 3000만원 넘게 올라간다. 조합원은 억대의 추가분담금을 더 내야 한다.

반면 일반분양분 수요자에게 상한제 단지는 엄청난 ‘로또’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밑지는’ 사업을 진행하지 않으면 로또도 없다. 주택 수요자는 로또 대신 새 아파트 공급 감소에 따른 집값 급등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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