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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정국 '태풍의 눈' 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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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59) 전외상이 일본 정가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다음달 9일 실시되는 총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고, 다나카 전 외상의 정계 복귀는 일본 정치의 물줄기를 크게 틀어버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나카 전 외상은 자민당의 징계가 풀리지 않아 자민당의 당적으로 출마할 수 없다. 따라서 자유당과 통합,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최대 야당 민주당과 손잡을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다나카 효과는 다음달 총선에 '폭풍우'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다나카 전 외상은 지난해 4월 한 주간지의 보도로 문제가 불거지자 넉달 후 의원직을 전격 사퇴했다. 그러나 일본 도쿄(東京)지검 특수부는 지난달 30일 다나카 전 외상의 비서 급여 유용 혐의에 대해 "비서가 실제로 국회에서 근무했고, 급여가 유용되지도 않았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역구 후원회는 이미 다나카 전 외상의 출마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다나카도 주변 사람들에게 출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출마하기만 하면 당선은 어렵지 않다는 평이다.

다나카는 1970년대 중.일 국교수교를 이끌어낸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의 외동딸이다. 자민당 의원이면서도 자민당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았고, 첫번째 여성 총리감으로 꼽히기도 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가 2년 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개혁을 내걸며 당선했을 때 1등 공신이었고, 그 덕에 최초의 여성 외상이 됐다. 그러나 외무성 관료들과의 잦은 마찰, 자민당 내 후쿠다(福田)파 출신과의 갈등 끝에 지난해 1월 전격 경질됐다.

후쿠다파는 70년대 다나카 전 총리와 다투었던 파벌로 현재는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가 이끌고 있다. 따라서 다나카 전 외상의 개인적 인기와 합당 야당의 새 바람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 고이즈미 총리 개인기에 의존한 자민당의 총선 승리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마저 배제하기 어렵다.

다나카는 자민당에 대한 감정이 매우 나쁘다. 지난해 6월 자민당이 '비서 유용 혐의'에 대해 조사할 때 협력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2년간 당원 자격을 정지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에는 "자민당을 붕괴시킬 방법을 알고 있다"고 주변에 말하기도 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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