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난사' 부모 잃은 아기와 엄지 척 사진찍은 트럼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텍사스주 엘패소 총기 난사 사건으로 부모를 잃은 아기 곁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기념촬영을 해 논란이 일었다.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텍사스주 엘패소 총기난사 사건으로 부모를 잃은 아기를 안은 부인 멜라니아 여사 곁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왼쪽은 폴의 삼촌 티토 안촌도. [멜라니아 여사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텍사스주 엘패소 총기난사 사건으로 부모를 잃은 아기를 안은 부인 멜라니아 여사 곁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왼쪽은 폴의 삼촌 티토 안촌도. [멜라니아 여사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전날 트위터에서 “어제(7일) 오하이오 데이턴과 텍사스 엘패소에서 놀라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며 당시 찍은 사진들을 공개했다.

문제가 된 것은 엘패소 대학병원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멜라니아 여사는 총격으로 부모를 잃은 생후 2개월 아기 폴을 안고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옆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웃고 있었다.

폴의 엄마 조던 안촌도(24)는 아이들 학용품을 사려고 엘패소 동부 쇼핑단지 내 월마트에 들렀다가 총을 맞고 숨졌다. 아기를 안고 있던 조던은 총성이 들리자 본능적으로 몸을 돌렸고 머리에 총탄을 맞았다. 남편 안드레(23)도 아내와 아들을 보호하려고 아내 앞으로 뛰어들다 함께 목숨을 잃었다. 폴은 손가락 골절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사진이 공개되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 전략가인 그레그 피넬로는 트위터에 “아기가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 촬영에 소품으로 쓰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관련기사

그러나 폴의 삼촌인 티토 안촌도는 “우리 가족의 비극을 정치화하지 말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두둔했다. 그는 폴의 아빠인 안드레도 생전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으로 상당한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폴을 병원으로 데려갔다고도 했다.

티토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 명의 인간으로서 애도를 표하기 위해 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누군가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기도 했다면서 “슬픈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하는 가족들을 왜 이해하지 못하느냐”고 말했다.

다만, 조던의 할아버지인 존 잼로스키는 AP통신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 초청받았지만, 정치적 다툼에 말려들 것이 우려돼 가족과 상의해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폴이 트럼프 대통령과 찍은 사진에 대해선 언급을 거부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