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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이 갖는 순수성 일깨워 줘야"|양주 아훈문학 세미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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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아동교육 일선에서 일하는 아동문학가들이 서울근교의 한 산속에서 만나 현장지도체험을 바탕으로 아동문학의 나아갈 길을 진지하게 토의했다. 한국아동문학연구소(소장 엄기원)가 19∼20일 이틀간 경기도 양주군 장흥면 세종레저타운에서 마련한 아동문학세미나.
「2000년대를 향한 아동문학의 역할과 전망」을 주제로 한 이 세미나에는 서울을 비롯, 제주·광주·전주·강릉·원주등 전국각지에서 국교교사·교감·교장등 80여명이 참석했다.
꽃한송이 놓이지 않은 세미나장은 국민학교 교실보다 더 큰데도 음향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않아 참석자들은 육석으로 발표했다.
대도시나 관광지의 휘황찬란한 호텔 세미나장등 앎의 주고받음을 위한 모임이면서도 자꾸 고급스러워만 가는 다른 세미나와 비교해볼때 선생님들의 그것은 너무 가난해 보였지만 순수한 학구열과 아동문학을 통한 깨끗한 친목이 피부에 와닿으며 우리의 어린아이들을 맡긴 우리 선생님들의 참모습을 선명히 떠올리고 있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유경환(시인·조선일보논설위원)·김종상(아동문학가·한국글짓기 지도회장)·김경중(아동문학평론가·전주 차석대교수)·오인숙(동화작가·서울우촌국교교사)·박성배(아동문학가·서울 시흥국교교사)씨등이 연구발표를 했다.
유경환씨는 「2000년대를 맞는 아동문학의 과제」란 주제발표를 통해 11년 앞으로 다가온 2000년대에 대비해, 정서불안에 방황하는 인간들에게 본연의 인간자세로 회귀하려는 회귀성 정서를 동심을 위한 문학인 아동문학을 통해 시급히 회복해 줘야한다고 했다.
김종상씨는 「아동문학과 인격형성」이란 발제강연에서 2000년대를 짊어질 아동들의 특성에 능동적으로 대처, 2000년대를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아동들에게 인간성 회복을 위한 작품을 의도적으로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중씨는 「아동문학과정서생활」이란 발제강연에서 동심의 세계는 아동이나 성인의 특정한 대상에 한정된 세계가 아니라 동심의 세계에서 통용될수 있는 정서·사삼, 상상력과 언어표현등의 특성을 갖고 참조한 세계를 의미한다고 했다.
오인숙씨는 「아동문학과 언어생활」이란 발제강연에서 요즘 어린이들은 혼란한 사회속에서 만들어진 혼탁한 말들을 그대로 모방, 주체성을 잃어가고 있다며 이러한 어린이들의 비위나 맞추는 상업주의속의 알팽이 없는 언어나 나열할것이 아니라 시공을 초월, 공통정서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언어개발에 노력해야 할 것 이라고 했다.
「아동문학과 출판문화」라는 발제강연에서 박성배씨는 판매순위 20위까지의 아동도서중 성교육동화·명랑아동소설·철학동화등 인기에 편승한 서적이 대부분이고 순수아동문학작품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어린이에게 한권의 책은 인생의 행로를 결정지을수 있기 때문에 최후의 양심자로서의 출판인의 올바른 자세를 촉구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5편의 연구발표도 중요했지만 80여 참가자들의 현장지도체험을 바탕으로한 격의 없는 토론은 아동문학의 역할과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어서 더욱 소중했다.
『카메라에 잡힌 어린이들의 서정적모습만으로 동심의 세계를 제대로 전할수 없다고 느낌니다. 때문에 동심세계의 그 영원한 설렘을 순수한 언어의 짜임으로 형상화시키는 공부를 하기 위해왔습니다.』 사진작가 최흥만씨(서울언남국교교감)는 사진으로도 잡히지 않는 동심세계의 미묘함을 글로써 표현, 사진작품과 결합시키기위해 아동문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힌다.
『아이들에게 글짓기 교육도 시키고 또 써온 글을 평해주다보면 도대체 나는 어떤 기준에서 평을 하고 있는가 부끄러움이 느껴졌습니다. 글짓기에 대한 평가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이곳에 와서 많이 배웠습니다.』 계석배씨(전북마령국교교사) 는 좀더 나은 글짓기 지도를 위해 비평관을 배우기 위해 참석했다고 했다.
『아동상담경험이 아동문학의 리얼리티획득에 도움이 될까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러왔습니다.』 국교로서는 이례적으로 아동상담소를 개설해 놓고 있는 서울장위국교 교장 차원재씨의 참가이유다.
국교개학을 며칠 앞두고 아동문학의 학생이 되어 전국각지에서 모여든 선생님들은 그들의 경험과 앎을 주고 받으며 2000년대를 향한 아동문학을 모색해갔다. 그러나 결국은 아동문학을 통해 우리의 새싹들을 어떻게 올바르게 키워 2000년대를 인간다운 세상으로 만드느냐로 귀결되고 있었다.<이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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