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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중 도쿄대 교수 "지소미아 파기시 日 불리···한·미 관계도 금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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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중 일본 도쿄대학 명예교수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강연, 한일 대립을 넘어서 "한일관계, 진단과 해법"행사에서 추모강연을 하고 있다. [뉴스1]

강상중 일본 도쿄대학 명예교수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강연, 한일 대립을 넘어서 "한일관계, 진단과 해법"행사에서 추모강연을 하고 있다. [뉴스1]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견해는 대체로 이분법으로 나뉜다. 지소미아 파기로 일본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과 지소미아 파기 시 한·미 동맹의 위기가 온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는 지소미아 연장 문제를 그 어느 쪽도 선택하기 어려운 딜레마 상황으로 봤다. 7일 국회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기념 ‘한·일 관계, 진단과 해법’ 강연회에 참석해서다. 그는 재일 교포 최초로 도쿄대 정교수가 된 정치학자로, 한·일 모두에 정통한 지식인으로 꼽힌다.

강 교수는 한·일 대치 상황에서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일본을 압박한 카드로 쓸 여지는 있다고 봤다. 그는 “한국이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는다고 결정하면 한·미·일 삼각 동맹의 상징적 의미에 큰 금이 간다고 미국은 생각한다. 이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일 문제에 개입할 여지가 생기는데, 그건 일본 입장에서는 유리한 결말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 교수는 그렇더라도 지소미아 파기를 쉽게 쓸 카드는 아니라고 봤다. 그는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을 경우 “한·미 관계가 바람직하지 않은 관계로 나아갈 가능성이 생긴다. 이것은 한국에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미바에 다이스케(왼쪽 두번째) 주한 일본대사관 정무공사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강연, 한일 대립을 넘어서 "한일관계, 진단과 해법"행사에서 강상중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의 추모강연을 듣고 있다. [뉴스1]

미바에 다이스케(왼쪽 두번째) 주한 일본대사관 정무공사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강연, 한일 대립을 넘어서 "한일관계, 진단과 해법"행사에서 강상중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의 추모강연을 듣고 있다. [뉴스1]

강 교수는 한·일 관계 악화가 갑작스러운 변화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는 지난해를 남북 분단의 끝이라고 생각했다. 획기적인 사건이 한반도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와 동시에 지난해 11월 한국 대법원에서 강제 징용 관련 판결이 내려졌다”며 “이때부터 한국이 ‘화이트 국가(안보우호국)’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올 초 외교청서에서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의 신시대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는 표현을 삭제한 점도 언급했다.

한·일 관계 변화의 변곡점으로 남북 관계 개선을 꼽은 셈이다. 그는 일본의 관점을 설명했다. “북한이 단·중거리 미사일 가지고 핵을 동결한 채로 남한과 통일된다면 약 8000만에 가까운 핵보유국이 일본 바로 옆에 존재하게 된다. 당연히 일본 국민 입장에서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한과 북한이 일체화된다면 38도선은 최종적으로 현해탄(대한해협)으로 남하할 것이고, 일본 안보에 큰 위기라는 생각이 일본에 존재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렇기 때문에 강 교수는 남북 화해 분위기가 한·일 서로에게 이득이라는 점을 일본에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에 ‘독일을 아주 좋아한다. 두 개의 독일이면 더 좋다’라는 속담이 있다. 독일은 프랑스를 ‘하나의 독일은 프랑스로서도 아주 좋은 독일’이라고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코리아는 아주 좋아한다. 남과 북으로 나뉜 코리아는 더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도 하나의 한국은 일본으로서 아주 좋은 한국이라고 메시지를 정상회담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6일 오후 경남 합천군 합천 원폭복지회관 입구에 '원폭 피해 후손회'에서 제작한 일본 불매운동 펼침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6일 오후 경남 합천군 합천 원폭복지회관 입구에 '원폭 피해 후손회'에서 제작한 일본 불매운동 펼침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강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 일고 있는 불매 운동이나 일본 방문 자제 분위기에 대해선 “(한·일 관계에) 마이너스일지언정 플러스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150년 근대사 중 비로소 처음으로 시민 수준에서 한·일이 관계를 잘 맺게 됐다. 한·일 관계가 중·일 관계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시민사회와 민간 차원의 교류가 1000만명에 이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불매 운동 등이 민간 차원의 교류도 끊어 한·일 관계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 교수는 “(문화 교류 길을 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안다면 슬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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