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베, 과거사 보복 자인"···日때리기 선봉장 된 조세영 차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5월 부임한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 [뉴스1]

지난 5월 부임한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 [뉴스1]

6일 오후 6시 46분, 외교부는 출입 기자단에 ‘오늘 아베 총리 발언에 대한 외교부 1차관의 입장문입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입장문은 이날 “한국이 먼저 한일 청구권협정을 위반하는 행위를 해서 국제조약을 깼다”고 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발언을 조세영 차관이 반박하는 차원이었다.
조 차관은 “이 발언으로 현재 일본의 조치가 과거사 문제에 기인한 경제보복이라는 것이 증명됐다”며 “아베 정부는 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하며, 과거를 부정하고 인권을 무시하며 자유무역 질서를 훼손하는 이기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자타공인 일본통, 6~7월 일본 파견돼 막후 조율 #8월 화이트국가 배제 이후론 전면 나서 일본 비판 #6일엔 "아베 정부, 과거 부정하는 이기적 태도 버려야"

그간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 등 공식 입장문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해 왔다. 그런 점에서 이날 외교부 1차관 명의의 휴대전화 문자 입장문은 형식과 내용 면에서 이례적이었다. 또 부처 차관이 상대국 총리의 발언을 반박하는 것도 통상의 '급'에는 맞지 않지만, 앞서 일본 외무성 부대신이 일본을 비판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무례하다"고 한 것에 맞받아치는 성격도 있었다.

지난 5월 부임한 조세영 차관은 자타공인 일본통이다.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한 일본의 요구가 고조되던 시기에 조 차관을 양자관계 담당인 1차관에 지명한 것도 한·일 문제 해결을 염두에 둔 것이란 말이 외교부 안팎에서 나왔다.

이에 걸맞게 조 차관은 6월 외교부의 ‘1+1(한·일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안’을 사전 설명하기 위해 비공개로 도쿄를 다녀왔고, 7월에도 특사 성격으로 일본을 오가는 등 막후에서 뛰는 역할을 했다.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이 24일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이 24일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랬던 조 차관이 8월 일본의 화이트국가(안보우호국) 배제조치 이후엔 ‘일본 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2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한 자리에선 “일본의 조치는 우호국의 도리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일본 내 혐한 우려까지 언급했다. 사흘 뒤인 5일에는 CBS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일본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소중히 여겼다면 한국에 수출규제 보복조치를 하며 안보 문제를 거론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했다.
현직 외교 차관이 생방송 인터뷰에서 외교 사안에 대해 강한 어조로 설명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에 6일 아베 총리를 직접 겨냥한 입장문까지 발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조 차관을 곁에서 지켜 본 한 내부 인사는 “조 차관이 원래 공개석상에서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며 “현재 분위기상 정부 내 역할 분담의 성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오른쪽)이 2일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린것과 관련해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를 도렴동 청사로 초치해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오른쪽)이 2일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린것과 관련해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를 도렴동 청사로 초치해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차관은 과거 외교부에서 한일 과거사 문제 등 민감한 이슈를 다뤄본 경험이 있다. 1993년 ‘고노 담화(고노 관방장관이 위안부 문제에 사과)’ 땐 일본 대사관에서 관련 업무를 맡았고, 2011~12년 외교통상부 동북아국장으로 재직 땐 위안부 문제, 독도 교과서 문제 등을 잇따라 다뤘다. 2012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논의 과정에서도 핵심 당국자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만큼 일본을 많이 다뤄봤고, 민감한 상황에서 일본이 어떻게 움직이고 반응할 지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게 외교부 안팎의 평이다.

이 때문에 향후 ‘대일 카드’로 쓸 수 있는 조 차관을 현 시점에서 너무 소모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일본에 지지 않겠다”는 대통령부터 실무급인 '일본통' 외교부 차관까지 연일 ‘강강(強強) 메시지’만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재민 국방부 차관(왼쪽)과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서 안규백 국방위원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스1]

박재민 국방부 차관(왼쪽)과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서 안규백 국방위원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스1]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