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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관광·식품·폐기물…안전조치 강화 나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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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6일 일본의 화이트 국가(안보우호국) 제외와 관련, “다양한 외교적 노력을 해왔으나 일본 정부가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상황 악화 책임이 일본에 있는 만큼 앞으로 일어나게 될 외교적·안보적·경제적 책임은 모두 일본 정부에 있다”고 말했다.

노영민, 미국 중거리미사일 관련 #“배치 논의도 검토도 한 적 없다” #김상조 “한국시장 펀더멘털 세져 #일본 금융보복 가능성 매우 낮다” #청와대 참모진 국회 운영위 출석 #노영민 비서실장 #“대통령의 일본 동맹 아니다 발언 #일본군 한반도 진주 훈련 포함한 #군사동맹 관계는 어렵다는 뜻” #정의용 안보실장 #“북 미사일, 군사합의 위반 아니다 #북한과 여러 채널로 충분히 소통 #미국, 호르무즈 파병 구두 요청”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노 실장은 “(일본의 결정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명백한 경제보복이다. 우리도 일본을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해 수출관리를 강화하고 관광·식품·폐기물 등에서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을 멈추는 유일한 길은 일본 정부가 일방적이고 부당한 조치를 하루빨리 철회하고 대화에 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무역보복이 사전 기획됐다는 취지로도 말했다. 노 실장은 “지난해 8월, 9월쯤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부터 세 가지 품목, 삼성에 대한 이런 것(반도체 부품 등)들을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할지 모른다는 얘기가 있다, 그러니 대비하는 게 좋겠다, 이런 얘기가 나온 적이 있다”며 “한국 경제에 대한 견제라든지 이런 것(목적)들이 오래전부터 일본 입장에서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날 국회 운영위에 출석한 김상조 정책실장은 “일본의 한국 금융시장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의 질문에 “20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과 금융 펀더멘털(기초여건) 상황이 달라 (일본의 금융보복) 가능성이 매우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자본시장에 들어온 일본계 자금이 20년 전에 비해 비중이 작다”고 전했다. 지소미아(GSOMIA,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가능성에 대해 노 실장은 “(연장 여부에 대한) 통보 시점인 24일까지 신중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미국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해 구두 요청이 있었다. 구체적 요청은 없었다”며 “(파병 여부는) 우리 필요에 의해 주체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최근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파기를 계기로 ‘몇 달 내’ 아시아 지역에 중거리미사일 배치 의사를 나타낸 데 대해 노 실장은 “확실하게 말하겠다. 정부는 관련 논의를 한 적도 검토한 적도 없다. 앞으로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이로 인한 한·미 동맹 훼손 우려에 대해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사례를 들며 일축했다.

“한·미, 한반도 벗어나는 전략자산 배치 않기로 약속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왼쪽부터)이 6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했다. 노 실장은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고 김지태씨 유족의 상속세 소송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허위 증거자료로 승소했다는 주장을 하자 언성을 높이며 반발했다. [연합뉴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왼쪽부터)이 6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했다. 노 실장은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고 김지태씨 유족의 상속세 소송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허위 증거자료로 승소했다는 주장을 하자 언성을 높이며 반발했다. [연합뉴스]

노영민 비서실장은 이어 “사드를 배치할 때는 한·미 간에 공동의 인식이 있었다”며 “중국·러시아 등 제3국을 겨냥한 게 아니라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자위적 조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를 벗어난 전략자산, 군사적 무기 배치는 (한·미 간) 서로 하지 않기로 약속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미사일 배치를 요구하면 약속 위반이라는 취지다.

노 실장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의 이익이 침해받는 것을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대응조치를 할 것”(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부 군비통제 담당 차관) 등 주변국 반응도 감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정부 관계자가 한국 정부에 “한국은 (배치) 검토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는 얘기도 5일(워싱턴 현지시간) 전해졌다.

한편 정의용 안보실장은 “북한의 (미사일 등) 도발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 국가에 중대한 위협으로 인식되는가”라는 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대한민국에) 큰 위협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송 의원이 “(미사일 등이) 동해를 향했지만 방향만 남으로 틀면 언제 어디든 우리 국민에게 막대한 재산·인명 피해를 줄 수 있는데, 위협을 못 느낀다는 말이 나오는가”라고 재차 묻자 정 실장은 “그런 위협에는 늘 대비하고 있다”며 “군사적 능력은 우리가 북한보다 훨씬 더 앞서고 있다. 3축 체계 이상의 강한 대비책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9·19 남북 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냐는 질의에 정 실장은 “위반이 아니란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며 “북한과 여러 채널을 통해 이 문제(발사체 발사)를 포함해 충분히 소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운영위에선 지난해 9월 유엔총회 한·미·일 정상 업무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앞에 두고 “일본은 동맹이 아니다”고 발언한 얘기도 나왔다. 노 실장은 이에 대해 “당시 소위 3국의 합동 군사훈련이 언급됐다. 이때 ‘우리는 과거 일본으로부터 침략을 당한 경험이 있는 나라로, 한국과 일본이 군사동맹을 맺고 일본군이 한반도로 진주하는 훈련까지 하는 건 국민이 용납하기 어렵다’는 취지에서 ‘한국과 일본은 군사동맹 관계가 아니다’는 말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노 실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의 핵실험 횟수를 묻는 표창원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두 번인가 했나요? 한 번?”이라고 말을 흐리다 “핵실험은 한 차례도 없었다”고 답했다. 이에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노 실장의 오답을 ‘코치’하는 장면이 방송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표 의원도 “한 차례도 없었다”고 했다. 김현종 2차장이 “2017년 9월 북한의 핵실험이 있었다”고 정정하자 표 의원은 “제가 망각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정유섭 한국당 의원은 ‘매국노, 의병, 죽창’(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도쿄로 여행 금지구역 확대’(최재성 민주당 의원) 등 여권 인사 발언을 거론하며 “왜 사람들을 가르느냐”는 질타도 했다. 노 실장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생각이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것은 기본”이라면서도 “대한민국의 독립과 주권, 헌법을 부정하는 사람까지 우리가 포용하고 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날 운영위원회에선 몇 차례 정회 소동도 벌어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가족들 문제를 제기해 온 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친일파 의혹이 있는) 김지태씨 유족 간 재산 다툼으로 소송하는 과정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소송대리인으로 참여해 허위문서 제출과 위증 등을 한 정황이 있다”는 주장을 했다. 그러면서 노 실장에게 “상속세 소송 당시 문 대통령이 허위 증거자료를 제출해 승소했는데, 문 대통령에게 이에 가담했는지 물어볼 것이냐”고 했다. 노 실장의 표정이 굳었다.

“지금 한 말 책임질 수 있나.”(노 실장)

“그럼요.”(곽 의원)

“여기서 말하지 말고 정론관 가서 하세요.”(노 실장)

“삿대질하지 말고, (이미) 정론관 가서 말했다.”(곽 의원)

“정론관 가서 하시라고요.”(노 실장)

노 실장은 곽 의원과 언쟁 중 펜을 들고 마치 삿대질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오후엔 정회까지 했다. 노 실장은 “곽상도 의원의 발언에 대해 정론관에 가서 하라고 한 제 발언을 취소한다. 또 제 발언으로 원만한 회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근거없는 의혹으로 복수의 사람들로부터 고소 당한 상태에서 또다시 근거없는 내용으로 대통령을 모욕하는 발언을 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그러나 이후에도 한 차례 더 충돌했다.

오후 8시가 넘어서는 정의용 실장의 답변 태도를 두고 고성이 오갔다. “초선이라고 무시하나”(김현아 한국당 의원)는 말에 정 실장이 “의원님이 저를 무시한 것. 저도 불쾌하다”며 부딪쳤다. 정양석 한국당 의원과는 “존경하는 분인데…”(정의용) “존경하지 마세요”(정양석) “뭐라구요? 이보세요”(정의용)라며 언쟁을 벌였다. 언쟁 끝에 한 시간 이상 정회됐다.

한영익·윤성민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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