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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공동묘지 훈련까지...박세리와 흡사한 주타누간 성장 영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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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타누간 자매 소재 영화 포스터. [트렌스포메이션 필름]

주타누간 자매 소재 영화 포스터. [트렌스포메이션 필름]

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태국의 박세리’ 아리야(24) 주타누간과 그의 언니 모리야(25) 자매를 소재로 한 영화 '두 자매 만들기'가 태국에서 이달 중순 개봉된다. 티저 영상이 최근 공개됐다.

아리야 주타누간은 “내 얘기가 영화로 되어 나온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매의 아버지 솜본(66)이 딸들을 어떻게 골프 스타로 길렀는지가 영화의 중심 내용이다. 주타누간 자매는 그 동안 자신들의 성장과정을 거의 공개하지 않았는데, 영화 제작사측에서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설득에 입을 열었다.

아동학대로 보일 논쟁적인 부분도 있다. 주타누간 자매는 어릴 때부터 학교 수업을 별로 받지 않았다. 영상에는 다른 아이들이 한참 공부할 때 자매만 가방을 메고 학교 밖으로 나오는 장면이 나온다.

이에 대한 질문에 아버지 솜본은 영화 속에서 이렇게 답한다. “내가 아이들을 15년 동안 공부하게 해서 당신처럼 살게 할 것 같습니까. 공부 열심히 해서 졸업장 따고 일자리 구걸하고 살도록 할 것 같습니까.”

솜본은 한 밤에 공동묘지로 어린 딸들을 데려와 스트레칭을 시킨 후 “50바퀴를 뛰어라. 요령 부리지 마라”고 지시한다. 솜본은 달리는 그들을 따라가며 “더 빨리, 더 빨리”라고 채근한다.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단 주타누간 자매는 지쳐서 잠이 든다. 영화에서 주타누간 자매는 철봉에 매달리고, 훈련하다가 벙커에서 혼절하기도 하고, 너무나 힘이 들어 눈물을 흘리면서 스윙을 하기도 한다. 가족 간의 갈등도 등장한다. 솜본은 현재 이혼한 상태다.

자매는 그러나 “세계 1위가 될 거야”라는 목표를 버리지는 않는다. 결국 동생인 아리야 주타누간이 2016년 첫 LPGA 투어 우승을 거뒀고, 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 우승도 차지했다. 세계 랭킹 1위에도 올라 태국의 영웅이 됐다. 언니 모리야는 LPGA 신인왕 출신으로 지난해 첫 우승을 했다.

주타누간 자매의 이야기는 박세리의 성장 스토리와 흡사하다. 박세리의 아버지 박준철씨는 1998년 딸의 US여자오픈 우승 후 뉴욕타임스에 “세리가 어릴 때 아무리 덥거나 추워도 훈련을 시켰다. 어떤 때는 머리에 고드름이 달린 상태로 훈련하기도 했다. 담력을 기르기 위해 공동묘지에 훈련 캠프를 차리고 밤늦게까지 혼자 훈련하게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세리는 이후 “무덤에서 훈련한 적이 없다. 와전된 얘기”라고 했다.

묘지 훈련을 했든 안 했든, 박세리가 무덤에서 훈련해 성공했다는 얘기 때문에 한동안 한국의 골프 지망 청소년들에게 묘지 훈련이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겨울 전지훈련을 간 주니어 선수들을 통해 태국에도 전해졌을 가능성이 있다. 주타누간의 아버지 솜본은 태국 방콕 근처 골프장에서 프로샵을 운영했다.

박세리는 1977년생이고 주타누간은 1995년으로 18년 차이가 난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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