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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 달 택시 수익 95만원…이 모델 바꿔야 택시-모빌리티 협업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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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모빌리티업체, 택시 잡기 전쟁 시작됐다 

법인택시 20대가 최근 합류한 타다 프리미엄 [사진 VCNC]

법인택시 20대가 최근 합류한 타다 프리미엄 [사진 VCNC]

수년간 갈등을 빚어 온 모빌리티 업체와 택시업계 간 ‘연합군’ 결성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상생안)을 발표한 이후 합종연횡 움직임이 본격화 하는 모양새다.

법인택시 "살아남기 위해 플랫폼 전환"  

 5일 서울 송파구에 차고지를 둔 법인택시 덕왕운수는 소속 택시 총 81대 중 20대에 대해 고급택시 면허 전환을 서울시에 신청했다. VCNC의 준고급 택시 서비스 플랫폼 '타다 프리미엄'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원래 중형에서 고급으로 택시 면허를 전환하려면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을 경유해 서울시에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앞서 조합 측이 덕왕운수 쪽 신청을 반려함에 따라 서울시에 직접 신청했다.

그간 11인승 승합차를 이용한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두고 택시업계의 ‘공적’으로 몰렸던 타다 플랫폼에 법인택시가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경완(38) 덕왕운수 대표는 “택시 사납금 제도가 폐지되고 세계적으로 공유 경제 바람이 불면서, 택시 운송업을 둘러싼 국내 환경이 급격히 변했다. 법인택시도 이런 흐름에 맞춰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 손님들에게 상대적으로 가장 반응이 좋은 타다와 제휴하기로 결정했다. 향후 일반법인택시 모두를 타다 프리미엄으로 전환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카카오T 플랫폼을 통해 선보인 승차거부 없는 택시 웨이고 블루. [사진 타고솔루션즈]

지난 3월 카카오T 플랫폼을 통해 선보인 승차거부 없는 택시 웨이고 블루. [사진 타고솔루션즈]

카풀 서비스로 택시 업계와 갈등을 빚어왔던 카카오 모빌리티도 서울 강남구 소재 법인택시회사인 진화택시를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하고 실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인수 가격은 대당 5000만~6000만원 선이다. 지난 3월 출시된 카카오 T 앱 기반 웨이고 블루 외에 직접 법인택시를 운영하면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 모델을 고민 중이다.

극한 대립 양상을 보였던 택시회사와 모빌리티 업체가 협업에 나선 것은 지난달 발표한 국토부 상생안 영향이 컸다. 모빌리티 서비스의 기본 방향이 택시 활용으로 정해지면서 자금 여력이 있는 대규모 모빌리티 업체들이 발빠르게 치고 나가는 것이다. 스타트업의 경우 이르면 이번 달 말부터 시작되는 국토부 실무기구에서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의 구체적 모습이 어떤 방향으로 정해질지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자금 여력이 있는 업체들은 좌고우면할 것 없이 택시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경쟁에 나선 것이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정책위원은 “국토부가 택시 활용 쪽으로 결론 내리면서 선두 업체들이 재빠르게 치고 나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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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거센 택시업계 반발

VCNC와 카카오 모빌리티가 택시 업계와 협업에 나서고 있지만 어느 정도 효과를 낼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 많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4단체는 이날  ‘국토교통부는 타다 등 렌터카를 이용한 불법 유사택시영업을 즉각 처벌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국토부가 유사 불법 택시영업에 대해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택시산업 연 매출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택시산업 연 매출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카카오 모빌리티와 택시의 협업도 순조롭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웨이고 블루 외에 직접 법인 택시를 인수하면서 플랫폼 업자로서 공정성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나비콜, 광역콜 등 국내 53개 콜센터 회사가 가입한 한국콜택시산업협회는 지난 달 카카오 모빌리티에 ‘카카오T 택시콜이 웨이고로 편중된다는 의혹에 대한 해명 요청의 건’이란 공문을 보냈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웨이고 블루를 선보인 이후 택시 기사들이 선호하는 ‘장거리콜’이 일반 택시에는 줄었다는 의혹을 해명하라는 취지다. 장거리콜은 서울에서 경기도로 가거나 인천공항을 가는 등의 콜을 말한다. 송구범 한국콜택시산업협회 회장은 “우리 회원인 개인택시 기사들이 웨이고 블루 출시 이후 장거리콜이 70% 이상 줄었고, 줄어든 콜을 웨이고 블루에 몰아주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계속해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데이터를 공개해 달라는 취지로 공문을 보냈다”며 "회원사들과 논의해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등의 방안을 강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모빌리티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플랫폼으로서 가장 중요한 게 승객에게 가장 빨리 도착할 수 있는 택시를 배차하는 건데 300대가 채 안 되는 웨이고 블루에 장거리 콜을 특별히 배차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다만 구체적 데이터는 영업비밀인 만큼 공개 할 수 없다 답했다. 카카오 모빌리티 관계자는 “일반 택시와 웨이고 택시 모두에 공정한 배차방식으로 콜을 배분하고 있고 차별은 전혀 없다고 회신했다”고 설명했다.

일반택시 항목별 운송비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일반택시 항목별 운송비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택시 연 매출 대당 3500만원

월 100만원이 채 안되는 택시의 수익 구조를 모빌리티 업체들이 어떻게 개선할지도 관건이다. 지난해 11월 한국교통연구원이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제4차 택시총량제 수립기준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택시 총 매출은 8조 5300억 여원(2017년 기준)으로 택시 한 대당 연 매출은 3500만원으로 집계됐다. 택시에 들어가는 비용은 총 5조8150억 여원으로 연 운송비용은 2360만원이다. 즉 한 대당 수익은 연 1140만원, 월 단위로 환산하면 95만원씩 버는 셈이다.

모빌리티 업계 한 관계자는 “대당 월 순익이 100만원이 채 안 되는 상황에서 승객과 기사, 업체 모두 불만족스러운 상황이 이어져 왔다”며 “향후 택시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는 수익 구조를 어떻게 바꿀지, 택시회사와 협업관계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유지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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