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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총알택시가 혁신 만났다···심야 승차난 '반반택시 실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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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샌드박스 통과한 '반반택시' 김기동 대표 인터뷰 

지난해 말 강남역 사거리에서 한 택시가 탑승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실랑이를 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지난해 말 강남역 사거리에서 한 택시가 탑승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실랑이를 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밤이면 밤마다 강남역에서 벌어지는 택시잡기 전쟁을 해결할 수 있을까. 코나투스는 교통정책 담당자들의 골머리를 썩여 온 난제 해결에 나선 모빌리티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반반택시' 앱(애플리케이션)은 이동 경로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택시를 앞뒤로 나눠 타게 하고, 하차 후 요금도 나눠 내게 하는 ‘자발적 택시동승 중개 플랫폼’이다. 지난해 말 시범 서비스 이후 택시기사 20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할 정도로 기대를 모았지만, 합승 금지 법규와 경직된 플랫폼 호출료 규제로 정식 서비스 출시를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1일 코나투스의 반반택시를 규제샌드박스 사업으로 승인하면서 서비스 출시 길이 열렸다. 과기부는 출발지를 강남·서초, 마포·용산, 영등포·구로, 성동·광진, 동작·관악 등으로 한정하고 승객안전 담보를 위한 체계 구축을 조건으로 사업을 승인했다. 택시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가 규제샌드박스 사업으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앙일보는 규제샌드박스 승인 전인 지난 4일과 승인 후인 11일 두 차례에 걸쳐 김기동(39) 코나투스 대표를 인터뷰했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나오고 대학원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SK텔레콤에서 개발자로 일한 뒤 지난해 6월 코나투스를 창업했다. 그는 “심야시간 택시 승차난을 혁신적으로 해결하겠다”며 “7월 안에 서비스를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승 아닌 동승으로 승차난 해소 

'반반택시'앱을 운영하는 코나투스 김기동 대표. [사진 코나투스]

'반반택시'앱을 운영하는 코나투스 김기동 대표. [사진 코나투스]

합승이랑 뭐가 다른가.
“합승은 불법이다. 택시기사가 주도적으로 승객을 여러 명 태우고 추가 요금을 받는 걸 말한다. 우리 서비스는 이동 경로가 유사한 승객들이 자발적으로 택시를 함께 타는 ‘동승’이다. 요금도 미터기 요금에 근거해 내고, 여기에 호출료를 추가로 받는다. 합승과 구조적으로 다르다.”
어떤 방식으로 동승이 이뤄지나.
“앱을 통해 택시를 호출하면 이동경로가 70% 이상 같고 서로 거리가 1㎞이내이며 혼자 이동했을 때보다 동승 시 돌아가게 되는 추가 시간이 15분 이하인 사람들끼리 매칭이 된다. 매칭되면 택시가 호출되고 동승해 이동한다.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면 택시 기사가 하차 승객의 미터 금액을 입력하고 앱이 승객 간 이동 거리 비율(우회율)을 계산해 요금을 자동으로 산정해 분배한다. 더 많이 돌아간 사람은 요금을 덜 내게 하는 알고리즘이 적용된다.”

승객은 덜 내고 기사는 더 받고

예를 들어 달라.
“서울 강남에서 경기도 판교에 가는 두 사람이 있다. 각각 택시를 타면 미터기 요금이 2만원가량 나온다고 가정하자. 우리 앱으로 동승하면 승객은 각각 절반인 1만원에 호출료 3000원을 포함한 1만3000원씩을 낸다. 두 사람 다 7000원씩 싸게 간다. 대신 택시 기사도 총 요금 2만6000원 중 플랫폼 이용비 1000원을 제외한 2만5000원을 받게 된다. 같은 시간 같은 거리를 달렸지만 5000원 이득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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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승차  

다른 사람과 택시를 같이 타는 부분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합승이 문제인 건 안전 문제로 승객이 불안하고 기사 위주로 진행되며 요금 시비가 생기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서도 그 부분을 우려해 이용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우리는 5가지 안전망을 만들었다. 회원가입 시 스마트폰으로 본인 실명을 인증하도록 했다.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만 이용하도록 매칭시킨다. 또 앞좌석과 뒷좌석으로 자리를 지정하도록 했다. 100% 사전 등록 신용카드 결제로 요금 시비를 차단했다. 또 사고 시 승객당 500만원이 보장되는 보험에 가입했다. 24시간 불만 접수 처리 체계도 운영한다.”
왜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나.  
“승차난이 심한 심야시간(22시~04시)에 승객이 각각 2000~3000원씩(기존엔 1000~2000원)을 호출료를 낼 수 있게 허용해 달라는 취지였다. 그래야 기사들에게 동승에 대한 실질적인 인센티브 제공이 가능하고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어서다.”
반반택시앱 [사진 코나투스]

반반택시앱 [사진 코나투스]

총알택시 이용하던 대학생 시절 경험 녹여

왜 이런 서비스를 구상했나
“집이 인천이었는데 2000년대 초 대학생 때 차가 끊기면 영등포에서 ‘총알 택시’를 탔었다. 당시 집까지 2만5000원 넘게 나왔는데 너무 부담스러워서 PC방에서 밤새 머물다 집에 갔다. 어느 날 합승을 했는데 1만원 정도면 갈 수 있었다. 주변 친구들 보니 나 같은 경우가 많았다. 안전하고 요금만 합리적이면 동승을 해서라도 타고 가려는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심야시간 교통난을 해결할 수 있다 보는 이유는.
“택시난이 생기는 이유는 수요가 특정시간에 몰리면서 공급자가 선택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택시가 장거리 승객을 골라잡아 갈 수 있단 말이다. 이 때문에 멀리 가는 승객부터 줄을 서서 빠져나가는 게임이 된다. 이런 구조를 깨기 위해선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아무리 노력을 해도 강남역이라는 공간적 제약으로 택시를 더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기존 공급량 내에서 해결을 해야 한다 생각했다. 택시를 반으로 쪼개 나눠서 가는 방식이다. 대신 요금을 동승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이득이 되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다. 우리 모델로 하면 택시기사가 장거리만 갈 이유가 없다. 한 번에 5000원씩 더 받으니 장거리 단거리 구분할 이유가 없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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