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 암호화폐 교환소 해킹으로 2조원 넘게 챙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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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이 암호화폐 교환소에 대한 사이버 공격으로 최근 4년 간 2조원 넘는 돈을 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제재망을 피해 10만병이 넘는 보드카를 수입하려다 적발된 것으로 조사됐다.

보드카 10만병 수입하려다 적발

아사히신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작성한 142쪽 분량의 미발표 중간보고서를 입수했다며 4일 이 같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보고서는 “북한이 2015년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 적어도 17개 국 금융기관 및 암호화폐 교환소 등을 대상으로 35차례에 걸쳐 사이버 해킹을 감행한 의혹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패널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사이버 부대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자금 등을 벌기 위해 이런 광범위한 활동을 벌인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이 해킹 공격으로 얻은 자금은 최대 20억 달러(약 2조 4000억원)로, 특히 암호화폐 교환소에 대한 공격은 추적이 어렵고, 정부의 감시나 규제도 느슨해 북한의 주요 현금 조달 창구가 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또 “한 유엔 회원국이 지난해 11월과 올 2월 두차례에 걸쳐 북한으로 가던 벨라루스산 보드카 10만5600병(약 4900만원 어치)을 유엔 회원국이 적발해 압수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수상한 거래 흔적도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적발된 보드카의 경우 수취인이 홍콩 기업인데, 대금을 지불한 사람은 싱가포르에서 인재회사를 경영하는 싱가포르 국적의 40대 후반 남성으로 밝혀졌다. 이 남성은 전문가 패널 조사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리씨’로 부르는 여성의 의뢰로 적포도주 구입 비용을 댔을 뿐이며 북한으로 가는 보드카인 줄 몰랐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보고서는 앞으로 대북제재위의 논의를 거쳐 9월 초에 공식 발표된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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