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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공영방송은 개혁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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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세계적으로 공영방송은 민주사회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존재로 여겨져 왔다. 시청료를 받는 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국민들이 묻기 시작했다.

"시청자 복지를 위해 뭘 기여한다는 말인가?"

질문에 제대로 답하려면 스스로를 다잡는 길밖에 없다. 최근 영국 BBC 등 공영방송사들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미래 지향적인 비전을 내놓고 있는 까닭이다. 2004년 12월 BBC는 대대적인 개혁안을 발표했다. 3년 이내에 전체 인력의 10%인 2900명을 감원하고, 3억2000만 파운드(약 6500억원)를 절감한다는 내용. "자발적으로 수신료를 내고 싶은 방송을 만들겠다"는 기치였다. 그때부터 시작한 개혁은 최근 고액의 연봉을 받는 경영진들이 "우리 월급부터 깎겠다"고 선언하는 데까지 진행됐다.

그러나 BBC가 그리는 세상은 구조조정 수준이 아니다.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어느 매체보다 경쟁력 있고 차별화된 콘텐트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가득하다. BBC는 최근 2010년까지의 전략이 담긴 '방송을 넘어서(Beyond broadcast)'란 제목의 미래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

새 전략은 3가지 개념으로 요약된다. '찾기(find)' '즐기기(play)' '공유(share)'. 찾기는 동영상 아카이브 구축으로 누구든지 방대한 BBC 콘텐트를 접속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다. '즐기기'는 TV.모바일.PC 등을 통해 언제든지 원하는 프로그램을 보게 한다는 뜻이다. 공유는 시청자와의 쌍방향 통로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일본 공영방송 NHK 역시 개혁 바람에 휩싸여 있다. NHK는 2004년부터 제작비 횡령, 시청료 착복 등의 사건이 터지면서 시청료 거부운동이 일고 있다. NHK는 올 1월 직원 수 10%(1200명) 삭감과 조직 통폐합 등 개혁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외부에선 더 큰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유럽 쪽도 마찬가지다. 독일 공영방송 ARD는 최근 '자율 긴축 선언'을 했다. 2008년까지 총 1279명을 구조조정해 5.8%의 시청료 인하 효과를 내겠다는 복안. 뼈를 깎는 개혁을 한 뒤 시청자 앞에 계산서를 내밀겠다는 취지다. 프랑스 공영방송 '프랑스' TV는 문화부에 '2010년 공영방송 발전 목표와 방안'을 제출했다. 수준 높은 문화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내용 등이 들어 있다. 방송사는 이를 위해 재정 규모가 커질 필요가 있으며, "대신 향후 5년간 임금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김택환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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