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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이 엮는 「기성」풍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아이들은 손가락을 꼽으며 어른이 될날을 꿈꾼다. 그러다 어느새 어른이 된 자신을발견한다.
세파에 지친 어른들은 문득문득 유년의 그시절을 아련히 떠올린다. 그러나 다시는 돌아갈수 없는 시간의 절대성 앞에서 절망한다.
「가장 아이다운 어른」은 없을까.
영화 『빅』은 이 꿈꾸기와 뒤돌아보기의 코미디다.
13세 조슈(톰행크스)는 정신연령은 그대로인채 어느날아침 35세 어른으로 변해버린다. 단짝 빌리(자렛 러슈튼)만이 그를 알아보는 가운데 조슈는 장난감회사에 취직, 어른들과 부대끼며 갖가지 해프닝을 벌인다.
『빅』은 동심의 눈에 비춰 세태를 「고발」하는 흔한 수법을 안쓴다. 대신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뒤엉킨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순수라는게 무언지를 분명하게드러내는 「풍자」쪽을 택했다.
예컨대 신제품 품평회때 조슈는 아이들의 호기심이 어디에 쏠렸는지를 정확하게 집어내 어른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다. 순수가 술수를 눌렀다 할까.
거듭되는 성공 덕에 부사장자리까지 오른 조슈. 얄팍한 계산속으로 그에게 접근한 스잔(엘리자베스 퍼킨스)은 그의 어린이같은(?) 순진무구함에 이끌리고 둘은 서로 사랑하게 된다. 어찌어찌하다가 조슈는 아이들의 선(성체험)을 넘어버렸다.
한편 13세의 세계로 다시 돌아갈수 있는 기계를 찾아낸 빌리는 조슈에게 달려가지만 이미 어른세계의 맛을 본 조슈는 머뭇거릴 뿐이다.
빌리의 눈에는 조슈가 또다른 어른으로 보이는 이 장면에 이 영화의 재미있는 복선이 깔린 듯하다.
어른들의 세계에는 어른들만의 사랑이 있다. 그러나 이 사랑을 지키려면 가고픈 어린시절을 포기해야만 한다.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것 어른이 된 다음의 사랑이 진정한 것이 아닐까.
고민 끝에 조슈는 어릴적으로 다시 돌아간다. 이 영화가 노린 두번째 순수의 승리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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