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000만원 제한인데…BJ핵찌, 1억 별풍선 어떻게 받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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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풍선을 받고 놀라 울고 있는 BJ핵찌. [사진 아프리카TV]

별풍선을 받고 놀라 울고 있는 BJ핵찌. [사진 아프리카TV]

지난 29일 아프리카TV 1인 방송 진행자(BJ) 핵찌가 생방송 진행 중 한 시청자에게 별풍선 120만개를 받았다고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이 시청자는 3만개 또는 5만개씩 지속해서 별풍선을 보냈는데 이를 합하면 120만개였다는 것이다. 이는 현금으로 1억2000만원, 부가가치세를 포함하면 1억3200만원을 줘야 구매할 수 있는 별풍선 개수다. 하루 뒤 ‘BJ핵찌’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하는 등 높은 관심을 받았다.

하루 BJ에 선물할 수 있는 별풍선은 30만개

아프리카TV에서 한 사람이 하루 동안 BJ에게 후원할 수 있는 금액의 한도는 3000만원(부가가치세 포함 3300만원), 개수로 따지면 30만개다. 이는 국회에서 아프리카TV 대표가 직접 밝힌 내용이다.

지난 2017년 10월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서수길 아프리카TV 대표는 “한 사람이 하루 BJ에게 후원할 수 있는 금액 한도는 3000만원”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기 남편이 하룻밤에 별풍선으로 6600만원을 썼다는 민원이 들어왔는데, 이게 가능한 일이냐”고 물었다. 서 대표는 “하루에 6600만원은 불가능하다”고 답했고, 같은 국감장에 있던 변재일 민주당 의원이 “밤 12시를 넘어서 이틀이 되면 가능하다”고 대신 설명했다. 대부분 BJ의 생방송이 늦은 시간에 시작해 새벽이 돼서 끝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셈이다.

그렇다면 BJ핵찌는 어떻게 6000만원의 두 배인 1억2000만원을 받을 수 있었을까. 아프리카TV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한 명의 시청자라고 잘못 알려졌는데 두 명이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두 명의 시청자가 자정 전후 이틀에 걸쳐 6000만원씩, 1억2000만원을 보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청자 하루 결제 한도는 100만원

걸림돌은 또 있다. 지난해 6월부터 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클린인터넷방송협의회’의 자율규제에 따라 아프리카TV 하루 결제 한도는 100만원이다. BJ핵찌에게 별풍선을 보낸 이들이 60일에 걸쳐 하루 100만원씩, 6000만원 어치 별풍선을 모았다는 것일까.

돈세탁이나 조작설이 불거지자 자신이 BJ핵찌에게 별풍선을 보냈다고 밝힌 A씨는 직접 “돈세탁이나 뒷거래, 홍보 아니다. 조블페이에서 정상 구매했다”고 말했다. ‘조블페이’는 별풍선 대리결제 쇼핑몰로 이곳에서는 상한선 없이 결제할 수 있다.

문제는 일부 BJ가 시청자로부터 더 많은 후원을 받고자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거나 인터넷 방송에 빠진 시청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등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제가 무용지물이 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블페이에서 결제하면 상한선 없이 결제할 수 있어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서 대표는 “조블페이는 우리 회사도, 자회사도 아니어서 완벽히 통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억대 수입 올리는 BJ에 허탈감…당연한 감정”

별풍선 사용 통계를 집계하는 별풍선닷넷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아프리카TV 인기 상위 50개 개인방송에 시청자들이 지출한 별풍선은 5억4000만개에 이른다. 약 540억 원어치로, 1개 방송당 10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지난해 9월 BJ ‘철구’는 5시간 동안 1억 원어치 별풍선을 후원받기도 했다. 시급 2000만원인 셈이다.

이 같은 뉴스를 보며 허탈감을 느끼는 반응이 많다. 실제로 BJ핵찌 기사에는 '그 돈으로 기부하지' '누구는 1만2000원 벌려고 힘들게 일하는데…' 등의 댓글이 많았다.
이에 대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당연한 감정”이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인간에게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본능적인 욕구가 있는데, 이런 기사를 보다 보면 당연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타인과 비교를 통해 ‘더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박탈감을 극복해야 한다. BJ 등을 향한 인격 모독 등 부정적인 쪽으로 발현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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