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4% 급락, 2년3개월만에 최저…코스피도 2020선대로 후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EPA=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EPA=연합뉴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이 모두 미끄러져내렸다. 코스닥은 2년 3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시장의 예상을 웃돌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를 늦출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데다 일본과의 무역 분쟁이 점차 격화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 2.1% 기록하며 #미 Fed가 기준금리 내리지 않을까 우려 #'약달러' 주장해온 트럼프도 달라진 듯

29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78%(36.78포인트) 내린 2029.48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5월 29일 2023.32로 마감한 이래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25.81포인트) 떨어진 618.78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지수는 2017년 4월 14일(618.24) 이후 2년 3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락폭은 지난해 10월29일(-5.03%) 이후 최대치였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외국인이 장 하락세를 주도했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639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3억4000만원을 순매도했다.

시가총액 상위주는 대부분 하락했다. 이날 삼성전자(-2.23%), SK하이닉스(-3.51%), 현대차(-1.92%), 현대모비스(-1.22%) 등 시가총액 상위 5개사 중 4개사가 하락 마감했다.

이날 주식 시장이 흔들린 건 지난 주말 전해진 미국 경제성장률 수치 영향이 컸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2분기(3~6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2.1%(전분기 대비, 연율)이라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를 0.1%포인트 웃돌았다.

미국의 '깜짝' 성장률 발표로 오는 30∼31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금리 인하를 미루거나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그동안 한국 시장과 신흥국 증시가 버티고 있었던 건 Fed의 통화정책(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덕분이었다”며 “그런데 미국 경제 지표가 생각보다 잘 나오면서 Fed의 완화 정책 속도가 생각보다 더 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도 "달러가 강해지면 실물경기 측면에서도 국내 경기에 불리할 뿐 아니라 비(非)달러자산의 매력도가 떨어져서 외국인들이 이머징(한국 등) 자산을 적극적으로 편입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전 세계적 악재로 작용한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우려에도 국내 증시 하락 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컸다.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12%, 일본 니케이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19% 하락하는 데 그쳤다. 한 달째 심화하고 있는 일본과의 무역 갈등이 한국만의 리스크 요인으로 굳어진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일본 정부는 다음달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미국에 중재자 역할을 요청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6일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 혜택을 못 받도록 하라"고 발언하는 등 미국의 역할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주 중 한국이 일본의 화이트국가 리스트에서 빠지느냐 아니냐라는 불확실성이 커진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의 'WTO 개도국' 발언이 나오면서 일련의 보호무역주의 확산 조짐 또는 한일 갈등에서 중재자로서 미국 역할에 대한 실망감 등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시장의 충격에 한국 증시만 더 크게 흔들리고 빠지는 양상은 근래 여러차례 반복됐다. 김 센터장은 "우리 시장이 예전보다 얇아진 것 같다"며 "한국 주식이 장기간 재미가 없다보니 투자자들이 해외로 많이 나가면서 작은 매물 출현에도 시장이 흔들리는 양상을 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들어 29일까지 코스피는 0.57%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일본 닛케이(8.0%)와 중국 상하이(17.97%), 미국 다우(16.57%) 등 주요국 증시는 훨훨 날고 있다.

국내 증시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이 계속 하락하는 것이 문제란 시각도 있다. 서영호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기업의 2분기 실적 발표에 다르면 이익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우리 증시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더 떨어져야 하는 만큼 코스피 바닥이라고 말했던 게 의미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