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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AI면접관과 게임하면 성향·역량 다 드러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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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내 700여개 기업 채택한 AI 면접 사용설명서 

 마이다스아이티의 AI면접 응시화면. [사진 마이다스아이티]

마이다스아이티의 AI면접 응시화면. [사진 마이다스아이티]

인공지능(AI) 면접이 채용시장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JW중외제약·한미약품 등 국내 대형 제약사에서부터 LG유플러스, 한양대학교 병원에 이르기까지 AI 면접을 채택했거나 시범 도입한 국내 기업은 700여곳에 이른다. 업계에선 올해 말까지 도입 기업 수가 1000곳 이상으로 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업뿐만이 아니다. 국방부도 육군사관학교 신입생 선발에 AI 면접을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등 2022년까지 전면 도입을 검토 중이다. 경복대는 신입생 선발에 AI 면접을 활용하는 계획을 최근에 발표했다.

140개 기본질문, 상황대처 테스트 #연기하지 말고 본모습 보여줘야 #집에서 응시해도 러닝 차림 곤란 #당락 좌우? 아직은 참고하는 정도

중앙일보는 마이다스아이티와 JW중외제약을 지난 3일과 22일 각각 방문해 AI 면접을 직접 체험했다.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소재 기업인 마이다스아이티는 AI 면접시스템 ‘인에어(inAIR)’를 개발했다. JW중외제약은 지난해 상반기 신입 공채부터 AI 면접을 도입해 활용 중이다. 인에어 개발을 담당한 이현주 마이다스아이티 심리 솔루션 기획파트 과장, JW홀딩스 관계자 인터뷰 내용, 그리고 중앙일보 기자가 체험한 내용을 종합해 인공지능 면접 프로그램 ‘사용 설명서’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AI 면접관 앞이라도 '운동복'은 곤란해! 

지난 4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 주관으로 열린 2019년도 청년TLO(기술이전 전담인력) 발대식에 전시된 AI(인공지능) 면접 프로그램을 관계자가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 주관으로 열린 2019년도 청년TLO(기술이전 전담인력) 발대식에 전시된 AI(인공지능) 면접 프로그램을 관계자가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①준비하기

카메라가 연결된 컴퓨터와 마이크가 필요하다. 통상 노트북에 달린 웹캠과 마이크가 달린 이어폰을 쓴다. 웹캠과 마이크는 사전에 작동이 잘 되는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기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주변 환경과 면접자 자신의 준비다. AI 면접은 어디서든 노트북만 있으면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카페 같은 곳에서 면접을 보는 경우가 더러 있다. 주변 소음이 크면 AI가 답변 내용을 잘 인식하지 못할 수 있고, 무선 인터넷이 끊길 경우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집에서 보더라도 복장은 신경 써야 한다. 정장까지는 아니어도 러닝셔츠나 운동복 차림은 곤란하다. AI 면접은 진행 내내 촬영이 계속되고 모든 촬영 장면을 인사 담당자가 볼 수 있어서다. 합격 여부를 가르는 최종 판단은 사람이 하는 만큼 상식적인 선에서 기본 예절을 지키는 게 좋다. 또 면접 보는 동안 발을 책상 위에 올리거나, 비위생적 행동을 해도 곤란하다. AI가 면접자의 표정과 행동을 계속 분석하기 때문이다.

②제품 구성

AI 면접은 크게 자기소개-기본 질문-성향 파악·상황 대처 질문-보상 선호-역량분석 게임의 항목으로 구성된다. 여느 면접과 마찬가지지만 간략한 자기소개가 끝나면 기본 질문이 이어진다. 140개가량의 질문이 나온다. ‘갑자기 긴장해도 쉽게 진정을 되찾을 수 있다’ 같은 질문에 면접자는 '매우 그렇다'와 '전혀 그렇지 않다'까지 6점 척도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

성향 파악·상황 대처 질문은 주관식이다. 예컨대 “팀장님으로부터 납득할 수 없는 업무 지시를 받았을 때 어떻게 행동하시겠어요?”라는 질문에 자기 생각을 답하는 방식이다. ‘보상 선호’는 주어진 상황에 자신이 더 선호하는 것을 고르는 질문이다. 오늘 당장 500만원을 받을 것인가, 한 달 뒤 100만원을 받을 것인가 중 하나를 고르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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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면접에 활용되는 게임. [사진 마이다스아이티]

AI면접에 활용되는 게임. [사진 마이다스아이티]

③게임 하기

AI 면접과 통상의 인·적성 검사와 가장 구별되는 지점 중 하나는 면접자가 컴퓨터 게임을 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개별 기업마다 다르지만 통상 5~10개가량의 게임을 한다. 뇌신경과학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역량을 측정할 수 있게 만들어진 게임이다.

게임마다 난이도는 다르지만 처음 해본 경우 진땀을 흘릴 정도로 어려운 게임도 있다. ‘감정 맞추기’는 비교적 쉬운 편이다. 사람 얼굴이 나오면 표정을 보고 슬픔, 기쁨, 화남, 경멸 등의 감정을 맞추면 된다. ‘색-단어 일치판단’은 전두엽 기능 진단에 쓰는 심리 검사로 잘 알려진 ‘스트룹 검사’를 활용한 게임이다. 왼쪽에 표시되는 글자의 의미와 오른쪽에 표시되는 글자의 색깔이 일치하는지를 빠르게 답하면 된다. 저울을 주고 주어진 횟수 내에 여러 개의 공의 무게를 비교해 순서대로 배열해야 하는 ‘공무게 맞추기’, 움직이는 조각의 모양을 맞추는 ‘방향 바꾸기’ 등은 어려운 편이었다.

게임을 활용하는 건 면접자 성향과 역량을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평가하기 위해서다. 게임을 할 때 면접자 표정·행동 패턴을 수집해 면접자가 어떤 성향인지, 어느 직무에 적합한지 AI가 분석한다. 자기 소개서나 기존 인·적성 검사에서는 성실하지 않아도 성실한 것처럼 연기할 수 있지만, 게임에서는 연기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평가다.

당락에 결정적(X), 참고자료(○) 

AI면접에 활용되는 게임. [사진 마이다스아이티]

AI면접에 활용되는 게임. [사진 마이다스아이티]

④AI가 하는 역할은

AI는 면접의 전 과정에서 측정과 예측을 담당한다. 지원자 표정과 음성, 답변 내용을 인식하고 게임 데이터와 반응 동작을 수집해 이를 영역별 점수로 만든다. 그런 다음 그 데이터를 현재 해당 기업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이들이 AI 면접에 응시한 데이터와 비교해 유사한 인재를 추천한다. 즉 AI는 해당 기업이 원하는 인재와 유사한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이는 지원자들을 골라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주의할 건 AI는 보조적 역할을 하지, 당락을 직접 결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JW중외제약은 기존 인·적성 검사를 AI 면접으로 대체했다. 하지만 나쁜 등급이 나와 탈락시키더라도 면접 내용을 해당 직무의 팀장이 모두 모니터링하는 검증 장치를 두고 있다. 사람이 참고하는 자료지 AI가 모든 걸 평가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연기'하면 AI가 안다

⑤고득점 얻기

유튜브나 취업카페 등에는 AI 면접 ‘꿀 팁’을 담은 게시물이 많다. ‘과장되게 크게 웃어야 한다’, ‘기업 핵심가치를 담은 단어를 반복해 말해야 한다’는 등의 요령이다. 하지만 상당 부분 오해가 많다. 무엇보다 AI 면접은 등수를 매기는 시험이 아니라서다. 해당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의 성향과 유사한 사람을 고르게 설계됐다. 연기하지 말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가장 좋다.

게임도 고득점을 위해 연습할 필요가 없다.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반응을 분석해 평가하기 때문이다. 풍선이 터지기 전 클릭하면 제시된 이익을 얻는 게임의 경우 '이익을 얻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풍선이 터진 다음 어떻게 반응했냐'를 본다.

⑥안전을 위한 주의사항

일부 면접자는 '신뢰 불가 등급'을 받는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면접자 얼굴이 카메라 내 일정 범위 바깥으로 나가면 인식을 못 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편하게 생각해서 생기는 일이다. 실제 기자도 처음 AI 면접 체험 시 신뢰 불가 결과를 받았다. 면접을 보는 내내 AI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점을 의식해야 한다.

 AI면접에선 화면내 카메라 인식 범위를 자주 벗어나면 신뢰불가 결과를 받을 수 있다. 정상적인 범위 내에 있는 AI면접 응시자(왼쪽)와 카메라의 정상 범위를 벗어난 중앙일보 박민제 기자(오른쪽)의 응시 화면 [사진 마이다스아이티]

AI면접에선 화면내 카메라 인식 범위를 자주 벗어나면 신뢰불가 결과를 받을 수 있다. 정상적인 범위 내에 있는 AI면접 응시자(왼쪽)와 카메라의 정상 범위를 벗어난 중앙일보 박민제 기자(오른쪽)의 응시 화면 [사진 마이다스아이티]

카메라 인식 범위 벗어나면 '신뢰 불가'

⑦결과표 설명

결과표에는 해당 직군에서 고성과를 내는 데 필요한 역량별로 점수가 부여되고, 이를 종합한 고성과 예측점수가 나온다. 기자의 경우 신뢰 불가 판정을 받았던 처음 체험에선 매우 미흡 등급(D)을, 두 번째 체험에선 보통(B)평가를 받았다. 성과 역량, 성장 역량 등에서 수험자 간 비교할 수 있는 점수가 부여되며, 면접 태도와 표현능력 등에 대한 평가도 나온다. 향후 대면 면접에서 추천할 질문도 AI가 선별해 제시해 준다. 해당 직군에 부적절할 경우 적합한 직군도 제시한다

⑧추천기업

AI 면접의 장점은 크게 2가지다. 우선은 지원자에게 편리하다. 기간 내에 언제 어디서라도 볼 수 있어서다. 기업 입장에서도 장소를 빌리지 않고 평가 결과를 바로 받을 수 있다. 또 공정성, 객관성 시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물론 한계도 있다. 지난해 처음 출시된 터라 실제 고성과자와 유사한 성향의 지원자가 고성과를 낼지에 대해서는 검증할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AI 평가와 관련해 학습한 기존 고성과자 면접 결과는 6800명 수준이다. 더 정교하게 평가하고 오류를 줄이기 위해선 빅데이터가 더 쌓여야 한다. 마이다스아이티는 최근 재직자 정보를 추가하는 등 지속해서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중이다. 기업들도 이를 고려해 현 시점에선 대부분 인·적성검사 대체용 참고 자료 수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판교=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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