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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판교서 잘나가는 VC 심사역 삼총사가 말해준다, 어떤 스타트업이 펀딩 잘 받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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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자. 당신에게 창업의 원대한 꿈과 아이디어, 기술은 있는데 사업을 꾸려갈 자금이 없다면? 과거엔 분명 집안의 천덕꾸러기가 됐겠지만, 이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이들이 있다. 가능성과 아이디어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VC)이 그들이다.

중앙일보는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위워크 강남에서 창업가라면 누구나 만나고 싶어할 초기 투자 VC 3사의 전문 심사역을 만났다. 김승현(36)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이사, 장동욱(33) 카카오벤처스 수석팀장, 최윤경(33) 매쉬업엔젤스 투자팀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에게 ‘스타트업이 투자받는 비결’을 물었다.

중앙일보는 지난 3일 강남 위워크에서 초기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VC)의 심사역인 김승현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이사, 장동욱 카카오벤처스 수석팀장, 최윤경 매쉬업엔젤스 투자팀장과 패널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 매쉬업엔젤스]

중앙일보는 지난 3일 강남 위워크에서 초기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VC)의 심사역인 김승현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이사, 장동욱 카카오벤처스 수석팀장, 최윤경 매쉬업엔젤스 투자팀장과 패널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 매쉬업엔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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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팀의 태도가 가장 중요

투자 기준이 궁금하다.

장동욱 카카오벤처스 수석팀장(이하 카카오): “초기 스타트업엔 구체적인 성과 지표가 없기 때문에 창업팀의 솔직함과 실행력을 본다. 솔직해야 문제를 빨리 인정하고 이를 해결한다. 또 실행력은 스타트업의 기본이다.”

김승현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이사(이하 베이스): “전적으로 팀을 본다. 인생을 건 게 느껴질 정도의 절실함과 시장에 대한 통찰력도 보여줘야 한다. 시드 라운드(Seed Round) 다음 단계인 프리 시리즈 A 투자부터는 성과 지표도 중요하다. 매출보다는 활성사용자 수, 재방문율, 구매전환율 등의 서비스 지표를 본다.”

최윤경 매쉬업엔젤스 투자팀장(이하 매쉬업): “팀과 관련 시장의 크기다. 특히 데이터 관리를 잘하는 팀. 그런 팀이 장기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낸다.”

투자 결정권자에서 '파트너'는 임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매쉬업엔젤스의 '벤처파트너'는 다른 현업에 종사하면서 파트타임으로 투자 부문을 돕는 사람들이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투자 결정권자에서 '파트너'는 임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매쉬업엔젤스의 '벤처파트너'는 다른 현업에 종사하면서 파트타임으로 투자 부문을 돕는 사람들이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어떤 스타트업을 선호하나.

카카오: “정보기술(IT) 기반의 선행기술ㆍ서비스ㆍ게임 분야 초기 회사가 유리하다. 개인적으로는 당근마켓(동네 중고거래), 테이블 매니저(식당 예약관리), 청소연구소(가사도우미)처럼 일상 속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곳이 좋다.”

매쉬업: “가장 잘 도울 수 있는 분야는 IT 기반 스타트업이다. 최근엔 솜씨당(지갑ㆍ마카롱 등을 만드는 오프라인 공방) 같은 소셜 커뮤니티에 관심이 많다. '주 52시간제'로 취미 생활에 관심이 커졌고, 요즘 세대가 추구하는 ‘온디맨드 네트워킹(원할 때 다른 이와 선택적 교류)’과 흐름이 맞아서다.”

장동욱 카카오벤처스 수석팀장 [사진 매쉬업엔젤스]

장동욱 카카오벤처스 수석팀장 [사진 매쉬업엔젤스]

베이스: “판단 가능한 사업 분야면 모두 환영한다. 포트폴리오사(VC가 투자한 스타트업) 중엔 상거래와 모바일 플랫폼이 많다.”

심사 때 ‘이런 팀은 정말 좋았다’ 싶은 곳이 있었나.

매쉬업: “창업 스토리를 많이 물어본다. 촬영지 공유 플랫폼 ‘아워플레이스’의 서영석ㆍ노한준 공동대표는 광고 회사 퇴사 후에 지인에게서 ‘촬영지는 늘 공급 부족’이란 얘길 듣고, 인터넷 카페에 ‘우리 집에서 촬영하세요’라고 올렸다가 월급만큼 돈이 모이는 걸 보고 창업한 경우다. 영상 수요가 늘면서 가정집이나 평범한 사무실 배경이 필요한 제작자들을 잘 포착했다.”

촬영지 공유 플랫폼 '아워플레이스' [사진 아워플레이스]

촬영지 공유 플랫폼 '아워플레이스' [사진 아워플레이스]

베이스: “뻔한 패키지여행과는 다른 ‘크리에이트립’은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힙한’ 곳을 소개하는 여행 플랫폼으로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인기다. 한강 치맥, 프로듀스 101 교복 대여, 반영구 눈썹 문신, 증명사진 찍기 등이 대표 상품이다. 임혜민(29) 대표는 무서울 정도로 빠른 실행력이 무기다. 20대에 창업해 거의 모든 제휴를 발로 뛰어 뚫었다. 그 힘으로 아시아 30개국, 월 이용자(MAU) 150만명까지 왔다.”

카카오: “2017년에 투자했던 ‘테이블매니저’의 최훈민(25) 대표가 기억에 남는다. ‘잘못된 걸 보면 행동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자신을 소개하더니 진짜 그랬다. 학교 교육이 잘못됐다며 고교를 자퇴하고, 1인 시위를 해 대안학교까지 세웠다고 하더라. 창업 후 앱 테스트 기간에도 온종일 식당에 앉아 손님들을 관찰하며 앱을 개선했다.”

한국의 '힙플'을 소개해주는 여행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의 인기 상품 [사진 크리에이트립]

한국의 '힙플'을 소개해주는 여행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의 인기 상품 [사진 크리에이트립]

요즘 주목하는 스타트업은.

매쉬업: “초유(初乳) 화장품 기업 ‘팜스킨’은 잘 됐으면 하는 스타트업이다. 사회 환원에 관심이 많고, 화장품도 농가에서 매년 버려지는 초유 4만t을 활용해 만든다. 창업 당시 완전 학생팀이라 코치를 많이 해줬는데 어느새 쑥 자랐다. 지난해 세계 3대 뷰티 박람회 중 하나인 ‘코스모프로프(Cosmoprof)’에 나가서 마스크팩 7억원 어치 계약을 따왔다.”

카카오: “지난달 10억원을 투자한 마카롱 팩토리는 국내 1위 종합 차량관리 앱이다. 타이어나 오일 교체 시기가 되면 알람을 보내준다. 또 근처 정비소 평점 확인부터 예약까지 가능하다. 현재 4000만 건 이상의 데이터가 쌓였다.”

종합 모바일 자동차 관리 플랫폼 '마카롱' [사진 마카롱팩토리]

종합 모바일 자동차 관리 플랫폼 '마카롱' [사진 마카롱팩토리]

베이스: “첫 투자사인 네일아트 플랫폼 운영사 ‘젤라또랩’은 제품 판매 첫 달부터 매출 1억원이 나오더니 지난해엔 130억원 매출을 거뒀다. 젤라또 앱에 여성들이 공유하는 네일 사진이 하루 2000장씩 올라오는데, 그 중 인기있는 디자인을 빠르게 제품화한 결과다. B2B(기업 간 거래) 식자재 유통 플랫폼인 ‘마켓보로(마켓봄ㆍ그레드)’는 대표의 고집과 사명감이 기억에 남는다. 식자재 수주ㆍ발주 시장을 플랫폼 화 하겠다는 목표 아래 인원 감축과 재정 불안을 견디면서 3년 넘게 무료 서비스를 고수하더라. 어려운 시기를 거쳤지만, 마켓봄의 누적 취급고는 현재 2300억원에 이른다.”

소녀시대 태연이 출연하는 '젤라또랩(젤라또팩토리)' TV 광고 [사진 젤라또팩토리 유튜브]

소녀시대 태연이 출연하는 '젤라또랩(젤라또팩토리)' TV 광고 [사진 젤라또팩토리 유튜브]

현재 ‘대세’라면 이미 늦은 아이템

투자 요청이 몰리는 대세 아이템이 있나.

베이스: “한때 여행 관련 아이템이 우르르 쏟아졌다. 2017~2018년엔 블록체인이 미친 듯이 들어왔다. ‘대세’로 칭하려면 시리즈 B(후속 투자) 이상의 투자를 받아야만 가능한데, 우리는 초기 투자자라 이미 대세가 된 건 안 본다. 국내 트렌드보다 해외 사례를 많이 참고한다.”

김승현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이사 [사진 매쉬업엔젤스]

김승현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이사 [사진 매쉬업엔젤스]

매쉬업: “맞다. 잘됐다는 기사가 나면 유사한 사업 기획서가 많이 들어온다. 2015~2016년엔 가상현실(VR)이 한창이었다. 최근엔 건강기능식품이나 전동 킥보드가 많다. 이미 잘하는 곳들이 있기에 딱히 투자는 안 한다.”

카카오: “젊은 직장인들의 퇴근 후를 점유하는 서비스가 아닐까. 주 52시간제로 유휴 시간이 늘었고, 미혼율이 높아지면서 트레바리나 버핏 서울처럼 공부ㆍ운동ㆍ독서 등을 내세운 커뮤니티 서비스가 인기다. 잘 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VC 만나려면 다른 창업자에게 부탁하라

VC 대표의 성향이나 관심 분야가 투자 결정에 반영되나.

카카오: “정신아 대표는 ‘일단 해보자!’ 타입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열려 있고 관심사가 다양하다. 투자 결정 회의 때 심사역의 의견이 잘 반영된다.”

카카오벤처스(구 케이큐브벤처스)가 데모데이마다 제작하는 티셔츠. 등에 대표 패밀리(투자처) 로고가 새겨져있다. 2014년(왼쪽) 42개사에서 2019년(오른쪽) 98개사로 5년 만에 56개사가 늘었다. [사진 카카오벤처스]

카카오벤처스(구 케이큐브벤처스)가 데모데이마다 제작하는 티셔츠. 등에 대표 패밀리(투자처) 로고가 새겨져있다. 2014년(왼쪽) 42개사에서 2019년(오른쪽) 98개사로 5년 만에 56개사가 늘었다. [사진 카카오벤처스]

매쉬업: “포털 다음의 공동 창업자 출신인 이택경 대표는 온화하면서 호기심이 많다. 본인이 개발자 출신이라 개발팀, 기술팀이 탄탄한 팀을 좋아하고 최근엔 유아 교육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이런 성향이 투자 결정에 반영되진 않는다. 대표 의견이라도 다른 심사자들과 같이 N 분의 1만 반영된다. 투자 결정은 반대가 1표라도 있으면 떨어지는 만장일치제로 한다.”

베이스: “투자와 관련해 대표의 성향을 고려해 본 적이 없다. 공동 설립자 6명이 전부 평등한 결정권을 가진 주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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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유치를 원하는 스타트업에 조언해준다면.  

카카오: “VC와 만나고 싶다면 해당 VC가 투자한 다른 스타트업 대표에게 소개를 부탁하라. 우리가 투자한 곳이 추천하면 만나보고 싶지 않겠나. 또 투자가 거절됐더라도 너무 좌절할 필요 없다. 당장 투자받지 못했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VC에 성과나 소식을 꾸준히 알리는 것도 방법이다.”

베이스: “투자 유치에 앞서 ‘창업’이 본인한테 맞는지부터 고민하라. 내 꿈의 크기는 얼마인지, 시장에서 꼭 하고 싶은 일이 뭔지가 명확해야 한다. ‘투자자가 사업성이 있다고 하면 하고, 아니면 말고’ 같은 정신이면 다시 생각해야 한다. 또 미팅 전 자료는 간소해도 된다. VC가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만 들게 하면 된다. 어차피 투자 디테일은 만나서 결정된다.”

매쉬업: “나쁜 투자자를 피해라. 당장 기업 가치를 높게 쳐준다고 덥석 투자받아선 안 된다. 후속 투자를 저지하는 계약 조항은 없는지, 사업 아이템에 이리저리 관여하진 않는지 등을 잘 따져야 한다.”

지난 3일 강남 위워크에서 만난 김승현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이사, 장동욱 카카오벤처스 수석팀장, 최윤경 매쉬업엔젤스 투자팀장이 인터뷰를 진행하며 웃고 있다. [사진 매쉬업엔젤스]

지난 3일 강남 위워크에서 만난 김승현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이사, 장동욱 카카오벤처스 수석팀장, 최윤경 매쉬업엔젤스 투자팀장이 인터뷰를 진행하며 웃고 있다. [사진 매쉬업엔젤스]

두 시간 남짓 동안, 투자 전문가 세 사람은 입을 모아 ‘시장 통찰력’과 ‘1~2위 사업자의 꿈’을 주문했다. 그러면서도 “‘안 되면 접자’는 안일한 생각이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빛나는 성공도 있지만 쓰린 실패도 있는 치열하고 냉정한 세계. 첫걸음을 막 뗀 스타트업들이 새겨둬야 할 부분이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판교소식] 스마일게이트, 평택에 학대 피해 아동청소년 그룹홈 개소

판교에 입주해있는 국내 게임사 스마일게이트의 희망스튜디오재단이 경기도 평택시에 학대 피해 아동청소년을 위한 그룹홈 ‘스마일하우스 4호’를 개소했다. 희망스튜디오는 학대 피해 아동청소년들이 보호받고 성장할 수 있도록 운영 전반과 심리치료 교육비 등을 지원한다. 또 다음달 중 스마일게이트 임직원으로 구성된 자원 봉사단을 꾸려 특별 봉사활동도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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