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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수대 형사 72명 총동원···2개 폭력조직 84명 일망타진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 2014년 6월 경기도 수원시의 한 유흥가. 건장한 체구의 남성 20여명이 몰려들었다. 이들의 정체는 수원지역 최대 폭력조직인 A파와 B파 조직원들. A파 조직원이 B파 조직원에게 "너는 선배한테 인사도 안 하냐?. 나이도 어린 X이 건방지다"며 불러세운 것이 원인이었다. 이들은 말다툼을 벌이면서 서로 조직원들을 호출했고 몇 시간 대치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주먹다짐 등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이들의 뿜어내는 험악한 분위기에 주변 사람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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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수원시의 한 병원 응급실. B조직 행동대원이 실려 왔다. A조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한 것이다. B조직은 즉각 A조직과 전쟁을 선포하고 모든 조직원을 병원으로 집결시켰다. 이때도 폭력행위 등은 없었다. 하지만 덩치가 큰 남성들이 몰려들자 병원을 찾은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패권싸움을 벌이던 수원지역 폭력조직 2곳의 조직원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단체 등 구성·활동) 등 혐의로 A조직 행동대원 36명과 B조직 행동대원 48명 등 84명을 붙잡았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 중 A파 행동대원 김모(40)씨와B파 행동대원 박모(40)씨 등 18명을 구속하고 A파 조직원 이모(40)씨와B파 조직원 임모(35)씨 등 66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로 송치했다.
이들은 2014년 6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유흥업소 업주 등을 협박해 중개비를 가로채고 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중앙포토]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중앙포토]

세 불리며 '전쟁' 준비

A조직과 B조직은 세력 확장과 유지를 위해 20~30대 신규 조직원을 대거 영입했다. 지인 등을 통해 "덩치가 크고 싸움을 잘한다"는 이들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뒤 접촉해 신규 조직원으로 받아들였다. 이들은 세를 불리는 한편 상대 조직을 견제하며 '전쟁'을 준비하기도 했다.
유흥업소들의 시간당 팁 비용을 정해놓고 이를 어긴 업주를 폭행하기도 했다. 길에서 부딪힌 시민을 폭행한 사례도 있었다.
B조직의 한 행동대원은 자신의 집 주변에서 진행된 공사로 소음이 발생하자 조직원들을 동원해 공사를 방해했다.

경찰은 이들 조직 간 대치상황이 발생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조직폭력 분야 전문수사관, 법률지원팀 등을 중심으로 수사 전담팀을 구성했다. 이후 1년간 탈퇴 조직원들의 증언과 통신수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증거자료를 수집해 김씨와 박씨 등을 구속했다. 따로 검거할 경우 용의자가 도주할 우려가 있어 광역수사대 형사 72명을 전원 투입해 한날한시에 붙잡았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두 조직의 중간관리직과 행동대원들이 대거 체포해 사실상 와해시켰다"며 "주민 불안을 야기하고 불법행위를 일삼는 조폭들에 대해 지속적 단속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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