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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골프 세계 2위' 고진영 "성현언니 1위, 진심으로 축하한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23일 LPGA 투어 에비앙 챔피언십 현장에서 만난 고진영. 에비앙 레뱅(프랑스)=김지한 기자

23일 LPGA 투어 에비앙 챔피언십 현장에서 만난 고진영. 에비앙 레뱅(프랑스)=김지한 기자

 "여기 오면 핑크색이 매력적이예요. 아기자기하게 뭔가 많은 게 있고요. 워낙 예쁜 곳이어서 부담도 크게 안 느껴지는 곳이예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을 찾은 고진영(24)은 대회에 대해 칭찬을 늘어놓았다. 미국 진출 전인 지난 2015년에 처음 찾아 이번까지 네 번째 에비앙 챔피언십을 맞이한 고진영은 지난 21일 2인1조 팀 매치 대회였던 다우 그레이트 레이크스 베이 인비테이셔널을 마치자마자 에비앙 챔피언십 대회가 열릴 프랑스 에비앙 레뱅으로 이동했다. 지난 23일 대회 현장에서 만난 고진영은 "하던대로, 그동안 해왔던 모습을 그대로 보여드리고 싶다. 부담감 갖는 모습보다는 하던대로 평상시처럼 플레이하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LPGA 진출 2년차인 고진영은 올 시즌 가장 강력한 강자로 떠오른 선수로 꼽힌다. 지난 3월 파운더스컵과 4월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한 그는 12주간 세계 1위도 경험했다.

지난 21일 LPGA 투어 팀 매치 대회인 다우 그레이트 레이크스 베이 인비테이셔널에 나섰던 고진영. [AP=연합뉴스]

지난 21일 LPGA 투어 팀 매치 대회인 다우 그레이트 레이크스 베이 인비테이셔널에 나섰던 고진영. [AP=연합뉴스]

고진영은 지난 2일 박성현(26)에게 세계 1위를 내줬다. 하지만 한 장면이 화제를 모았다. 1일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3개월여만에 세계 1위에 다시 오른 박성현을 향해 진심어린 축하를 보냈다. 당시 챔피언 퍼트를 성공한 박성현을 향해 고진영은 곧바로 그린 위에 들어가 물을 뿌리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당시 상황에 대해 고진영은 "성현언니 조와 내가 친 조가 차이가 얼마 안 났다. 1시간도 안 되는 차이다 보니까 당연히 축하해줘야 한다 생각했다. 미국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할 땐 동료들만 아는 기분이 있다. 그런 기분이 났다"면서 "언니한텐 남다른 마음이 있었다. 한국에서 활약할 땐 후원사도 같았고, 대회도 같이 많이 나갔다. 그래서 정말 진심으로 축하했다. 내 축하에 언니가 조금 더 놀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성현과 세계 1위 경쟁에 대해 그는 "솔직히 언니보다 많이 부족하다 생각했다. 올해 초엔 스윙 완성도 등 여러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러다 세계 1위에 오르니까 얼떨떨했다.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했던 것도 믿기지 않았는데, 우승과 함께 세계 1위가 선물처럼 다가와 신기했다. (세계 1위를 내줬지만) 아직 난 좀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고진영은 각종 부문에서 상위 랭킹에 올라있을 만큼 강력하다. 평균타수와 그린 적중률 기록이 대표적이다. 그는 평균타수 69.255타, 그린 적중률은 79.1%로 모두 1위에 올라있다. 고진영 특유의 '송곳 아이언'이 LPGA에서도 또다시 통하는 것에 대해 그는 "동계 훈련 때 클럽 세팅도 변화를 준 게 있고, 스윙도 교정하면서 거리가 늘었다. 드라이버 거리가 느니까 짧은 클럽으로 공략하는 그린 적중률이 함께 높아졌다. 스윙이 아직 다 완성된 건 아니지만 안정적으로 일정하게 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평소 컨디션 관리를 철저하게 하면서, 멘털 코치, 매니저, 친구 등과 다양한 얘기도 나누고, 철학 책을 읽는 등 독서로 생각을 다지며 멘털적으로도 안정된 그는 2년차 징크스 없이 만족할 만 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는 스스로 "80점 정도 주고 싶다.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힘들다고 포기하고 싶을 때 조금이라도 노력하면 그 다음에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 믿고 있다. 그런 마음가짐이 작년, 재작년과도 많이 달라졌다"면서 "시즌 남은 대회에선 모자란 20점을 채워가고 싶다"고 말했다.

23일 LPGA 투어 에비앙 챔피언십 현장에서 만난 고진영. 에비앙 레뱅(프랑스)=김지한 기자

23일 LPGA 투어 에비앙 챔피언십 현장에서 만난 고진영. 에비앙 레뱅(프랑스)=김지한 기자

고진영이 한층 더 성숙한 경기력을 펼치는 데는 동기 부여가 될 만 한 무대가 있기에 가능했다. 꼭 1년 뒤 열릴 도쿄올림픽은 고진영이 크게 의욕을 갖고 도전하려는 무대다. 그는 "과거에 국가대표를 한 적은 있지만 성인이 돼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나서는 건 다른 얘기다. 4년에 한번 열리는 올림픽 타이틀이 중압감도 느껴지지만 다른 한편으로 기대감도 있다. 내년에 나간다면 우리 나이로 스물여섯, 그 다음이면 서른이다. 지금 시기에 나가면 내게 좋은 모멘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머릿 속에 올림픽 카운트다운도 세고 있다"던 그는 "올림픽은 내 스스로 한 약속이다. 그만큼 나가고 싶고, 올림픽에 나가면 메달을 딸 만큼 정말 잘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에비앙 레뱅(프랑스)=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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