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년 전 편지 '지각 도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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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유홍준 문화재청장과 이광호(연세대 철학).김종진(동국대 한문학) 교수가 1999년부터 이끌고 있는 초서(草書) 읽기 모임 '한국고간찰연구회'가 최근 두번째 성과물을 내놨다. 2003년 펴낸 '옛 문인들의 초서 간찰(簡札:편지)'에 이은 '조선시대 간찰첩 모음'(다운샘)이다.

회원 16명이 매월 마지막 일요일에 만나 읽어 온 간찰첩 6권(수록 편지 123통)의 초서를 정체로 푼 뒤 한글로 번역했다. 123통 모두 사진을 함께 실어 초서를 감상하며 정체와 비교할 수 있게 했다. 임진왜란 이전의 편지 모음인 '필총 칠(筆叢 七)', 광해군~인조 년간에 쓰인 '인조명신필찰첩(仁祖名臣筆札帖)', 영조~정조 년간의 '필가첩(筆家帖)'등이 번역됐다.

흥선대원군이 해인사의 담화스님에게 보낸 편지 7통도 실려 있다. 모두 좋은 차(茶)를 구해 준 것에 감사하는 내용이다. "요즈음 차를 많이 얻기는 하였으나 향기로운 것이 없었습니다. 지금 이 차는 실로 사람의 힘으로 미칠 바가 아닙니다. 이것은 자비로운 불심(佛心)으로 널리 중생을 구제하는 것입니다"라는 식이다.

임재완 삼성미술관 리움 수석연구원이 작업의 총진행을 맡았고, 김경숙 서울대 규장각 수석연구원이 정체로 풀었으며, 이광호.김종진 교수가 번역과 교열을 맡았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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